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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Nov 04. 2015

제주 한라산, 계절은 한 발짝 먼저.....

가을 백록담의 마른 정취, 그리고 친해진 서귀포의 모습

 http://cafe.naver.com/hongikgaepo

한라산은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일뿐 아니라 정말 부지런히 걸어서 9시간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산이다.

그런 한라산의 가을을 만끽하고 싶어서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버스를 탔다.

아침 비행기로 오면 시작을 9시나 넘어야 하는데 전날 저녁에 미리 왔기에 새벽 6시 50분 첫차를 타고 '성판악 휴게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지금 '관음사코스'에는 낙석으로 인한 보수방지를 위해 내년까지  통행금지되어 있어서 당분간은 '백록담'을 보기 위해서는 원점회기로 성판악으로 오르고 내리는 수밖에 없겠다.

성판악의 시작 부분은 가을 낙엽색으로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으나 30미터쯤 올라 가면서부터 점점 가을보다 겨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한라산은 정말 완만한 산이다.

그러면서 가장 높은 산이니 걷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가면서 보는 이국적인 ‘조릿대‘의 모습들이나 남국의 열대 수풀림도 있었지만 탐방로는 공원처럼 느껴지는 길이어서 아쉬움도 있었다.

그 길을 올라가며 나타난 첫 번째 ‘속밭 대피소‘ 에는 지키는 분도 없고, 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오래 머물다 갈 공간은 아니었지만 한참을 올라간 다음 발견된 대피소여서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

‘사라오름’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지나서 오르고 올라 한참만에 발견한 샘물

마치 생명수 같았던 그 물을 물통에 가득 채운 후 하늘을 보니 나무 끝에 매달린 ‘겨우살이’가 보인다.

이제 자라기 시작해서 크기는 크지 않으나 이제 겨울을 나기 위해 자리를 잡아 조금씩 기생하고 있는 겨우살이는 나무에 기생하는 존재지만 생명력 강한 존재다.

산은 이제 조금씩 하늘을 더 많이 보여주며 햇빛 가득한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도착했다.

그곳에 도착하면 항상 까마귀들이 정겹게 맞아주며 이곳이 여느 산과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또한 대피소에서 먹을 수 있는 사발면은 몸을 데울 수 있는 꿀 같은 맛을 제공해 준다.

그런 사발면을 먹으며, 얼마  안 남은 백록담 정상을 바라보며 쉬엄쉬엄 올라간다.

가는 길 중간중간 고사목들과 주목, 그리고 키 작은 나무들이 이곳이 높은 고산지대라는 걸 설명해 주고,

차가운 바람은 여기가 밑과는 다른 계절을 살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고 있었다.

바람들을 헤치고 신비한 느낌의 구름들을 바라보며 이제 제법 산의 정상 같은 바위길을 걸으며 까마귀 무리들의 환호행렬을 받으며 백록담 정상에 도달했다.

그간 가물었던걸 증명하듯 백록담 호수에는 물이 말라있었지만, 구름들이 밀려오며 산의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정상석 비슷한 장승에서 줄을 지어 사진을 찍으려 했고, 나는 별로 가치를 못 느껴서 한쪽 구석에 가서 차가운 바람에 맞서서 한참을 백록담을 내려 보다가 스케치북을 펼쳐서 그리기 시작했다.

손이 덜덜 떨리고 얼어서 붓 한 획 한 획이 나아가지 않지만 정신을 가다듬어 대략 모양만 완성해서 한시간만에 스케치의 모양을 만들어냈다.

여름에 왔더라면 더 집중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백록담을 직접 보며 담아낸 의미에 나름 뿌듯했다.

한라산은 하산과 등산의 시간이 그다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아마 완만하면서 높은 산이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바닥이 돌들로 이루어져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음이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겠다.

그렇게 열심히 내려오니 6시가 되어 산은 어둠이 이미 깔리고 있었다.


서귀포로 내려와 ‘꼬닥꼬닥 게스트 하우스’ 에 들르니 무언가 아쉬워서

어제 룸메이트였던 사진작가의 조언으로 ‘새섬‘에 가기로 한다. 새섬은 '천지연 폭포'를 지나 '새연교'를 건너 둘러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인데 밤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낮에  다시 한 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조명에 희미하게 보이는 바위와 절벽들은 하얀 자태의 아름다운 섬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돌아오면서 저녁을 먹으려는데 '돔베고기'를 먹으려 했지만 2인 분부터 판다고 하셔서 아쉬운 데로

'고기국수'를 먹었다.

허기를 반찬으로 먹으며 돌아오는 길에는 '서귀포'가 이제 조금 친해진 기분이었다.           

2015,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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