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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02. 2016

제주 올레길 14코스 월령 선인장 자생지와 비양도

제주 폭설 소식을 접하고.... 첫째 날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저지 마을회관- 큰 소낭 숲길-오시록헌 농로-굴렁인 숲길- 무명천-새못교-선인장 자생지-월령 포구-해녀콩 서식지-등대-금릉 으뜸원 해변-협재 해수욕장- 협재 어촌계- 한국 수산자원관리공단- 한림항          

제주공항은 마비되고  30여 년 만에 대형 폭설에 나는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비'처럼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제주에서 올라오는 이국적인 사진들은 나를 설레게 했다.

마치 다른 나라를 보는듯한 눈보라와 성처럼 쌓여있는 눈의 높이에 아, 내가 몇 년 전 보았던 눈터널과 아름다운 설국을 볼 기회가 지금이구나 하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상대적으로 비싼표를 끊었다.

작년 가을부터 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가보지 못한 '겨울 한라산'이라 욕심을 내길래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눈의 기상악화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지만 이내 비행기는 3일 만에 정상 운행되어 이동하는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래도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기에 한라산 올라가는 일정과 올레길 가는 일정을 첫째 날일지 둘째 날일지 확실히 박지 말고 일정을 체크하며 예약했다,

전날 비행기는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기에 한밤중부터 서둘러 공항철도를 이용했다. 서울에서 맑았던 하늘은 비행기를 타며, 구름 위로만 움직이더니 제주 상공에서 내려가면서 창가에 비가 흘렀다.

비 오는 한라산도 운치 있겠지만 비 오는 한라산을 기대한 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비도 덜 오는 서쪽지방의 '올레길 14코스'로 확정 짓고 터미널로 가는 100번 버스를 타고 비 오는 도로를 달렸다.

터미널에서 확인하고 ‘오설록‘으로 가는 755 버스를 타고 내려서

’ 저지마을회관‘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려는데 버스가 30분 후에 오지만 걸어서는 40분 거리라 길래 과감히 ’ 오설록 티뮤지움’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가는 길은 찻길이지만 비에 젖어 운치 있는 길이었다.

30여분을 걷기 시작해서 '저지 마을회관'이 나오지 않자 물어서 되돌아 꺾어 가니 ‘저지 오름 지도 게시판‘이 보인다.

게시판을 확인해 보니 그곳은 13코스와 14코스가 만나고 14-1코스 역시 시작하는 곳이라 시작점을 정확히 찾지 않으면 계획하지 않은 다른 코스로 갈 수 있어 정확히 확인하고 가야만 한다.  

‘저지 오름‘을 가는 길은 13코스여서 다음에 가기로 하고, 마을 회관을 지나고 골목길을 통해 14코스의 시점으로 길을 시작했다.    

아직도 황금색 귤이 달려 있는 귤밭을 지나 동백꽃의 흔적을 찾아서 남의 집 앞마당까지 들어갔다가 집을 지키던 강아지의 우렁찬 텃새에 도망쳐 나오기도 하면서 길은 나에게 소소한 이야기를 만들어주었다.

길의 한쪽 편에 자라고 있는 ‘봄동‘은 제주는 폭설이 아니라 봄이 벌써 온 거였구나 폭설은 봄을 재촉하기 위한 일종의 재물이었구나 생각도 들었다.

재배하고 썩은 듯 남아있는 조그마한 양배추는 아삭한 식감을 주었고 따뜻한 색감을 주는 제주 밭의 풍경은 친근함을 주었다. 조금 더 가니 양배추 대가 나와 있고 그 옆에 옹기종기 미니 양배추가 달려 있었다. 그 미니 양배추 역시 아삭하니 맛있었다.

양배추 밭을 지나 부르컬리 밭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숲의 길이 재미를 더해 주었다. 숲길을 해치고 나와서 '무명천'을 따라 바다로 바다로 내려간다.

저 멀리 바다가 어렴풋 보일  때쯤 '선인장 자생지'가 조금씩 나타난다.

어디선가 ‘바그다드 카페’ 영화 주제곡 ‘calling  you'를 흐를 것 같은 적막함과 선인장만 존재했다.

친구를 먼저 보내고, 스케치북을 꺼낸다.

선인장 무리 사이로 멀리 나무와 담장과 구름이 보인다.

이토록 적막하고 가라앉는 분위기에 딱 맞는 선인장이라니....

여기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 오는 ‘선인장 천국‘인가 보다.

무아지경에 빠지며 스케치를 한 후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이미 한참을 앞서 가 있는 상황, 여유롭게 걷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기다리는 친구와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서둘러 걸었다. 자생지와 연결되어 있는 길의 안내판을 통해서 이곳 선인장의 유래를 보고, 바닷가 돌 틈에서 자생하는 끈질긴 선인장의 자생력에도 감탄한다.


비가 조금씩 몰아치고 있어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도 분다.

물이 세차 지면서 바닷가 쓰레기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새의 시체와 죽은 바다생물들이 여기저기서 이곳은 격정적인 공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닷가를 어느 정도 지나자 ‘월령 포구‘와 마을이 나타난다. 동네에서 보이는 거라곤 하얀 백구 한 마리다.

녀석이 정감 있게 생겨서 사진을 찍어줬더니 이내 아는 체 하며 따라오다가 집으로 들어간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금릉 해수욕장‘에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금릉 해수욕장‘은 폭은 좁지만 길이가 긴 편이다. 모래도 하얗고 ‘협재 해수욕장‘과 마치 형제 사이 같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포장마차에서 어묵과 핫도그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 한림 수목원'이 6시까지 오픈한다는 아줌마 말에 그 곳에 가기로 한다. 하지만 이게 웬걸 ’ 한림 수목원’은 4시 30분까지 입장 가능하단다. 입구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다시 ‘협재해수욕장‘까지 가기로 한다. 몇 달만에 다시 오는 협재는 추운 겨울 바다가 되어 있었다.

모래는 바람에 날라 갈까 봐 천으로 덮여 있었고,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하며 겨울바다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있었다.

우리는 길을 따라 걷다가 조금만 더 걸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한림항'까지 걷기로 한다.

한림항의 노을을 바라보며 '한림 성당'의 마당에서 후식 한 모금 마시며 서귀포 숙소 ‘민중각’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2016.01.30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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