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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02. 2016

폭설 후 제주 한라산, 그리고 상고대가 화려한 사라오름

제주 폭설 소식을 접하고.... 둘째 날

     

서귀포는 비로 인해 눈이 거의 사라졌다.

아니 30년 만에 처음이란 폭설이 이렇게 허무하게 다 사라져버린 후 오게 됐구나.

눈이 내린 후 최대한 서둘러 온 건데 말이다....

허무한 맘을 가라앉히고

‘산의 정상에는 눈이 많이 와 있겠지‘ 한편으론 실낱같은 기대를 버리지 않고, '한라산 성판악'을 오르기 위한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몸을 움직였다.

782번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길의 시작점은 어둑했지만 올라가며 점점 동이 터오고 있었다. 성판악 초입에는 눈의 산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차를 가지고 올라와 있었고, 우리도 너무 늦지는 않았을까 서둘러 움직였다. 김밥을 사서 챙겨 넣고, 초입부터 눈이 바닥에 깔려 있기에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스틱을 조립해서 편 후 산행을 시작했다.

    

산의 초입은 바닥에 눈이 어느 정도 깔려 있는 편이었지만 기대하던 것보다는 많이 녹아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점점 많아져 줄을 서서 가다 보니 나름 산행을 여럿히 가는것 같아 따뜻했다. 새로 산 아이젠은 그런대로 성능이 나쁘지 않아 보여 만족스러웠고, 스패츠 역시 눈이 많은 곳에서 빠지며 성능을 확인했다.

'속밭 휴게소'에 도착하자 마음이 놓여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조금 더 올라가 ‘사라오름’ 정상이 보일  때쯤 나무에는 무언가 크리스털이 잔뜩 달려 있는듯한 상고대가 절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라오름’에 오르고 싶었으나 오늘의 목적은 ‘한라산 백록담‘에 있기에 상고대의 아름다움에 취한 후 정신을 차린 다음 다시 사진을 찍으며 오르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눈의 아름다움은 기대보다 조금 덜했지만 어제 온 비와 새벽 이슬이 더해져 생긴 상고대의 아름다움이 계속 끊이지 않고 있어 오르는 내내 피곤함을 잊고 올라가게 되었다.

마치 ‘아름다움‘이란 마취제를 맞고 고통스러운 길을 편하게 오르는 기분이었다.

'샘물터'를 지나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앞마당에는 보석 관람회가 열린 듯 아름다운 상고대가 빛과 더해져 영롱함을 발현하고 있었다.     

조금 이르게 오른  듯해서 따뜻한 햇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며 쉬다가 먼저 가 있는 친구를 따라잡기 위해 ‘백록담‘으로 가는 길을 나섰다.

이제부터 경사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나무들의 키가 점점 작아져서 하늘과 구름이 보이기에 답답하지 않고 맑은 기운을 맞으며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저 멀리 구름이 아래에서 뭉게뭉게 오르는 해발 1950미터의 한라산은 그렇게 나에게 조금씩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길은 가파르지만 눈의 양이 많아져서 험한 바위지대도  편한 길이 되었다.  먼저 갔던 친구는 정상 부근에서 엇갈려 먼저 내려가고 나는 올라갔다.

정상에 오르자 많은 사람들의 자축하는 모습들과 함께 백록담의 모습은 눈과 함께 얼음이된 연못이 아름답게 보였다.

얼것 같은 바람을 맞으며 스케치를 간략하게 해볼까 하고, 펜을 찾는데 아뿔싸 펜이 없다.

펜으로 쓸만한 다른 어떤 것도 없다.. 백록담 꼭대기에서 아무것도 없어 사진만 찍고 스케치는 할 수가 없었다.


아쉬움 가득한 맘으로 내려오는데 친구는 한참을 더 많이 내려가서 벌써 한두 시간 시간차가 생기고 덕분에 나는 오히려 조금 더 여유가 생긴  듯했다. 친구와 제주시에서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까 보지 못한 '사라오름'을 오르기로 한다. '사라오름'은 오전에 봤던 아름다운 상고대는 많이 녹아 있었지만 오름의 정상, 호수에 다 달았을 때 상고대의 모습은 이곳이 진정 상고대의 화려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맞는구나 싶었다.

얼어서 단단한 호수를 둘러싼 정상의 나무들은 정말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낸 듯 아름다웠고, 정상 전망대에서 본 한라산의 모습은 조용한 거인의 모습이었다.

까마귀 떼들과 함께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무언가 차오르는 따뜻한 맘을 안고, 하산을 시작했다.     

제주시에 도착했을 때 숙소인 ‘옐로우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 친구와 함께 ‘동문시장‘ 수산시장으로 가서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고등어회와 갈치회를 먹으며 만족스러운 기분이 되어 유산균 막걸리와 튀김을 사와 게스트 하우스 휴게실에서 여행을 정리했다.   


201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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