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아이를 치료실에 보내고
나는 바로 건너편 도서관으로 간다.
아이도 애쓰는 시간인데
나도 이 시간을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기에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아주 사소한 거라도.
날이 많이 추웠다.
근처의 카페는
오늘의 선택지가 아니다.
따뜻함보다는
조용함이 필요했다.
도서관에는
나 혼자였다.
자리에 앉아
"단 한 번의 삶"을 펼쳤다.
김영하의 문장은
크게 몰입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머물 수 있게 해 줬다.
지금의 생각에서
잠시 떨어지고 싶어서
다른 세계에
잠깐 몸을 두고 싶어서
책장을 넘겼다.
자주 멈췄고
생각은 자꾸 현실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여기는
집중하지 않아도
책을 읽고 있어도 되는 곳이니까
이 시간만큼은
엄마도 아니고
보호자도 아니었다.
설명할 필요 없는
한 사람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이도 자기 자리에서
애쓰고 있을 시간.
많은 걸 해내지는 못했지만
이 시간만큼은
단 한 번의 삶 안에
조용히 남겨둘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