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사랑 안기 05화

개구리 3(완)

by 김소희

샤워를 하다 꼬리가 가려워 긁었다. 며칠 새 꼬리가 더욱 가려워지고 있다. 상처라도 난 게 아닌가 싶어 확인하고 싶었지만 워낙 짧아 혼자 확인하기도 힘들었다. 전신 거울로 낑낑대며 볼 때마다 꼬리가 한 마디씩 짧아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종족 특성상 꼬리가 떨어지면 다시 자라기는 하지만 간혹 다시 자라지 않는 도롱뇽도 있다 하여 꼬리에 신경을 꽤나 썼다. 덕분에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지만 다시 자랄 거라면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더 짧은 꼬리라도 괜찮을 것 같다. 유란드라면. 이렇게 내 뒷모습을 많이 본 적도 처음이었다. 독특한 꼬리가 마음에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유독 커다란 눈과 입이 보면 볼수록 귀여워 보인다. 학창 시절에 나를 괴롭히던 놈들은 내가 부러워 그런 게 아니었을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를 계속하다 속에서 트림이 올라왔다. 평소대로 입을 틀어막아 트림을 막았다.


전보다 살이 찐 것 같아 보기 좋다는 고미 팀장의 말에 볼을 만져보았다. 말랑하고 곧 터질 것 같은 공기방울이 하나씩 있는 것 같았다. 같은 음악단을 좋아하여 예상과는 다르게 친해지게 된 고미 팀장이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며 시청 앞 광장으로 데려갔다. 자신의 몸만 한 첼로 가방을 든 족제비와 스틱 두 개만 달랑 들고 있는 개구리가 있었다.

“초록씨도 나오는 줄 몰랐네.”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으며 고미 팀장이 말했다.

“초록씨도 오늘 밴드 연습 펑크 났대서 오라고 했어. 다 같이 친해지면 좋잖아!”

담비씨가 넉살 좋게 웃으며 얘기하자 고미 팀장은 곤란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이내 어떤 의미인 줄 이해하고 그에게 속삭였다.

“당연히 개구리도 함께할 수 있죠.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제야 손수건을 집어넣더니 내게 친구들을 소개해 줬다. 우리는 함께 술집으로 갔다.


“근데 상록 씨랑 초록씨랑 엄청 닮지 않았어?”

맥주잔이 쌓여갈 즈음에 붉게 상기된 담비가 꼬인 발음으로 말했다. 고미 팀장이 말려보지만 이미 그도 취해서 헛손질만 하고 있다. 나와 초록은 신이 나 어깨동무를 하고선 우악스럽게 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다. 담비의 말이 뇌에 전달되기까지 5초의 딜레이가 있었다. 나는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우리?”

담비의 얼굴을 초점 맞게 쳐다보기 위해 쳐지는 눈꺼풀을 계속 치켜뜨다가 이내 푸하하-하고 웃어버렸다.

“우리-?”

무거운 머리를 초록의 머리 옆에 갖다 대고 헤벌쭉 웃었다.

“그래 너네-!”

우리는 술집이 떠나가라 웃고 떠들었다.


광장을 지나가다 동물들이 모여있는 곳에 멈춰 섰다. 동물들 머리로 갈색 깃털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보나 마나 어떤 새의 구애 행위겠지만 역겹더라도 구경하고 싶은 알 수 없는 마음에 비집고 앞자리를 차지했다. 수컷 꿩이 암컷 꿩을 위해 춤을 추고 있었다. 암컷 꿩은 눈물을 닦으며 그에게 그만하라고 부탁했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수컷 꿩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금방이라도 토가 나올 것 같았다.

“더러운 건 화장실에나 가서 싸! 꼴도 보기 싫으니까!”

속마음으로 말한 줄 알았는데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린 나의 외침에 다른 동물들도 몇 마디씩 거들었다. 짧아지다 못해 없어진 꼬리가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뒤바뀐 상태에 혼란스럽고 무서워졌다. 어떤 게 당연한 걸까. 개구리가 존재하는 건 당연하다. 새들이 구애하는 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내가 도롱뇽인 건 당연한 걸까.


무슨 정신으로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화장실 거울에 독특하게 생긴 도롱뇽 한 마리가 비쳤다. 다음 주면 유란드를 떠나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간다. 나는 어느 곳에서 당연한 존재일까. 어느 곳에서도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을까. 우리나라로 돌아가면 나는 개구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초록이 나의 친구인 것처럼 그들도 나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유란드에서 새의 구애 활동을 보면 무시해야 할까. 그들이 조롱받고 상처받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까. 우리나라의 새들이 춤을 춘다면 그들을 볼 때 역겹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어떤 것도 인정할 수 있으며 어떤 것도 부정할 수 있다.


터질 것 같은 머리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심장을 가라앉혔다. 커다란 울림이 끈적한 조임으로 변하자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거울 속의 낯선 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은 독특하게 생겼다. 그의 얼굴과 입은 독특하게 생겼다. 그의 모습은 독특한 도롱뇽같이 생겼다. 나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내가 나로서 존재해도 괜찮다면 더 이상 놓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다.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다. 무엇이 그들을 혐오하게 했고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게 한 건지 실체를 바라봐야 했다. 조용히 내뱉어본다. ……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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