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 시간에 ‘-잖아요’를 가르쳤다. ‘-잖아요’는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하는 말인 것 같다. 우리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말할 때 ‘-잖아요’를 쓴다. 나도 중국인 학생한테 ‘중국 사람들은 차를 많이 마시잖아요.', 미국인 학생한테는 ‘미국에서는 집 안에서도 신발을 신잖아요.’ 이런 식으로 쓰고 있다.
사실 나는 모르는데 상대방이 나한테 ‘-잖아요’라고 하면 내가 그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모른다고 하기가 좀 그렇다.
“그래요? 저는 모르는데요. 그게 뭔데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 힘들 때도 있다.
예전에 뭘 먹다가 같이 있던 사람이 “오쿠로 만들면 이렇게 부드럽게 되잖아.”라고 했다. 나는 ‘오쿠’가 뭔지 몰랐지만 내가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오쿠가 뭔데요?’라고 묻지 못했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중탕기였다. 엄마도 언니도 아는 걸 보니 주부들이 많이 아는 제품이라 그렇게 말했나 보다.
상대의 입을 봉해 버리는 말 ‘-잖아요’.
금시초문이라도 차마 질문을 못하고 가만히 듣고 있게 된다. 곤란해진다.
'-거든요'의 불쾌함
이유를 말할 때 쓰는 ‘-거든요’도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는 문법 중 하나다.
얼마 전에 ‘-거든요’ 때문에 매우 불쾌해하는 사람을 보고 이건 정말 조심해서 써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다.
미술관 전시를 같이 보는 모임에 가끔 나간다. 얼마 전에 모임 사람들과 전시를 보러 갔는데 최근에 모임에 가입하고 처음 나온 사람이 있었다. 모임장 언니와는 아는 사이였다. 그전에 다른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모임이 끝나고 같이 식사를 했는데 새로 온 사람이 그날 본 전시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모임장 언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거기에서도 그 사람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다음에 모임장 언니를 만났을 때 언니가 그날 이야기를 하며 그 사람이 참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그 사람은 모임장 언니를 알고 있었으니 언니가 미술 교사인 것도 알고 모임에 미술 전공자가 많다는 것도 알았을 텐데 전시를 본 후에 왜 혼자만 아는 것처럼 미술 지식을 자랑해서 언니의 미움을 받은 것인지.
“그리고 커피 마시러 가서도 그래. 뉴스에 나와서 사람들 다 아는 이야기를 자기 혼자만 아는 것처럼 떠들고 말이야.” 언니는 짜증이 많이 나 있었다.
커피숍에서 그 사람이 온라인 수업 이야기를 열심히 했다. 서울시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 필요한 노트북을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지원해 준다는 이야기도 한참 하고,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 지원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나도 뉴스를 봐서 아는 내용이었고 다른 사람들도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건 ‘-거든요’가 아니라 간접화법 ‘-대요’ 같은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언니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거든요’는 상대가 모르고 있는 사실을 알려줄 때 쓰는 말이니 자신은 알고 상대는 모를 때 써야 한다. 그 사람처럼 잘못 쓰면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한국어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말은 내가 하는데 내 생각만 하고 말을 하면 안 된다. 상대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까지 생각하고 말을 골라야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할 수 있다.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거나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말할 내용뿐만 아니라 말을 듣는 사람의 입장까지 헤아려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