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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서 Aug 28. 2021

외국인 필터 : 들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진짜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한국에서는 길에서 싸우는 커플이 많다고 했을 때 

‘그래요?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했다. 

그날 집에 가다가 대판 싸우고 있는 남녀를 봤다. 진짜였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한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애정 표현하는 커플이 많다고 했을 때 

‘그래요?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했다. 

그날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꼼짝 못하고 직관했다. 진짜였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식당 종업원이 주문을 받을 때 메모를 안 한다고 했을 때 

‘그래요?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했다. 

그날 저녁을 주문하다가 봤다. 진짜였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한국 여자들이 한겨울에도 짧은 치마를 입는다고 했을 때 

‘그래요?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했다. 

그날 길에서 많이 봤다. 진짜였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한국 남자들이 분홍색 옷을 많이 입는다고 했을 때

‘그래요?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했다. 

그날 길에서 핑크 티셔츠를 세어 봤다. 진짜였다.   

  

 외국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익숙해서 그런지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인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유심히 보면 그때서야 보인다. 학생들의 눈에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듣는 것은 나에게도 신선한 경험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특징을 잘 찾아낸다. 학생들의 눈은 상당히 정확하다. 


 교실 밖을 나서면 나도 한 명의 한국 여자가 된다. 오늘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외국인 여성과 마주쳤다. 비슷한 속도로 장을 보며 코너 곳곳에서 마주치고 계산대에서 한 번 더 마주치고 횡단보도를 건너 헤어졌다. 

나에게서 한국인의 특징을 발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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