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에서 Aug 12. 2021

한국어에도 'you'가 있었으면

I need 'YOU'

<화장품 매장에서>

직             원 : 손님, 어떤 거 찾으세요?

외국인 손님 : 어떤 화장품이 좋아요?  you가 쓰는 건 뭐예요?


 이런 대화에서 you를 한국말로 바꾸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학생이 화장품 매장에 갔을 때 자신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한국인 직원은 무슨 화장품을 쓰는지 묻고 싶었다고 한다. 외국인 학생들은 영어 ‘you’의 의미를 생각하며 ‘당신’이나 ‘너’로 시작하는 어색한 문장을 많이 만든다. 그리고 한국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불러야 하냐고 자주 묻는다.

 우리는 상대방을 부를 때 이름을 알면 ‘~씨’, 직업이나 직책을 아는 경우라면 ‘선생님’, ‘과장님’ 등으로 부른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을 불러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래서 새삼 ‘you’가 얼마나 편리한 단어인지 알게 되었다. you 하나로 다 해결이 되니까. 한국어에는 you에 완벽하게 대응되는 단어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어렵고 난감해지는 순간이 생긴다.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대방’부를 말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화장품 매장에 가서 위와 같은 대화를 한다면 호칭을 생략하고 상대를 바라보거나 상대방 쪽으로 손을 올리면서 ‘어떤 거 쓰세요?’라고 할 것 같다. ‘직원분은 어떤 거 쓰세요?’ 정도도 가능할 것 같지만 어떻게 해도 ‘you’보다는 수고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 상대방에게 ‘당신’이라는 호칭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you’라고 생각하고 쓰면 어색해진다. ‘당신’은 부부 간에 배우자를 부르거나 노래 가사나 시에 쓸 때 어울린다. 삿대질을 하며 ‘어따 대고 반말이야 당신이 뭔데’라고 싸우는 상황에서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호칭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수가 없다.


 상대방을 부를 적당한 호칭이 없는 경우에 한국 사람들은 약간 다른 방법을 쓰기도 한다. 남자 어른이면 ‘선생님’,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많이 쓴다. 뭘 가르치지 않아도, 회사를 안 가지고 있어도 한국에서는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사장님’도 될 수 있다. 오늘 처음 봤는데도 ‘이모, 삼촌’이나 ‘아버님, 어머님’처럼 가족 호칭을 쓰기도 하고 ‘아줌마, 아저씨, 아가씨, 학생, 총각’ 등의 호칭으로 모르는 사람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 학생들은 몇 살부터 ‘아줌마,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는지 자주 물어본다. 사전에서 ‘아저씨’의 뜻을 찾아보면 ‘남남끼리에서 성인 남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성인이면 20살이 기준 아닌가? 스무 살에 ‘아저씨’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 스무 살이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정하지 않았는데 내 마음대로 몇 살부터 아저씨라고 정해 줄 수는 없다.

 아줌마는 사전을 찾으면 ‘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고 ‘아주머니’의 뜻은 ‘남남끼리에서 결혼한 여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남남끼리여서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서로 모를 때도 있을 텐데 아줌마라고 자신 있게 불러도 될까?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는 것이 당연했던 옛 시대에나 어울리는 의미이다. 요즘처럼 결혼을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는 시대에는 쓰기가 애매하다. 겉모습이 어떤 나이로 보인다는 것이라서 실례가 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외국인 학생들 입장에서는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싶겠지만 그 대답을 해 주기가 참 어렵다. 적당한 호칭을 선택해서 모르는 사람을 부르려면 상황을 알아야 하고 한국의 정서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칭을 통해 내가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굳이 알게 되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상대방의 겉모습을 보고 판단해서 부르는 호칭이 아니라 you처럼 편하게 쓸 수 있는 호칭이 한국어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아저씨라 불려서 충격을 받거나 아줌마라고 해서 '설마'하고 돌아보지 않았는데 나를 부른 것임을 알게 되는 속상한 일이 없도록.                   

이전 10화 나쁜 말 하면 안 돼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