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의 인기를 처음 실감한 곳은 카톡이었다. 사람들의 프로필이 펭수로 바뀌고 펭수 이모티콘을 보내는 사람이 늘어났다. 갑자기 여기저기 방송에나오고 시상식에서 시상을 하는 것을 보며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펭수를 처음 봤을 때 흰자위가 사면을 차지한 사백안 눈이라 사실 좀 무서웠다. 외모가 인기의 결정적 요인은 아닌 것 같아 매력이 뭘까 궁금했다.
이미지 출처 : EBS 자이언트펭TV 바탕화면 이미지
어느 날 TV 채널을 돌리다가 EBS에 펭수가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인력사무소 콘셉트로 펭수가 시골 할머니들을 찾아가 일을 돕는 이야기였다. 처음으로 오래 들어 본 펭수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걸쭉하고 입담이 좋아서 놀랐다. 이건가? 펭수의 매력이.
일을 끝낸 펭수가 할머니들에게 세배를 했다. 세배를 받은 할머니들은 모두 펭수에게 세뱃돈을 주셨다. 그런데 그 장면이 끝나자 펭수가 할머니들에게 세뱃돈을 돌려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할머니들이 괜찮다고 했지만 펭수가 고집을 부리며 꼭 돌려 드리고 싶어 했다.
‘펭수 얘 착하네.’
유튜브를 검색해 펭수 동영상을 찾아봤다. 이마트에 간 펭수. 타조 두 마리가 나타나 펭수에게 대결을 신청했다. 펭수는 다짜고짜 대결을 하자는 타조들에게 정체를 물었다. 새 부리가 달려 있는 모자를 쓰고 새 몸통같이 생긴 옷을 입고 타이즈까지 신은 이마트 직원들이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우리는 그냥 월급 받는 직장인이다”
그 말을 들은 펭수가 말했다.
“알겠다, 어떻게 해 주면 되냐, 무슨 대결이든 다 해 주겠다”
펭수는 측은지심이 있다. 먹고살기 위해 타조가 되어야만 했던 이마트 직원들에게 협조해 주려고 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남극에서 온 마음 따뜻하고 착한 친구가 좋아졌다.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가 착하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걱정을 한다고 들었다. 착하면 괜히 손해를 볼 것 같고 경쟁에서도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질 것 같아 걱정하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 학부모를 만나서 학생에 대해 이야기할 일은 없지만 매 학기 학생들에 대한 기록을 쓴다.학생들의 생활 태도나 성적 등 여러 가지 면에 대한 기록이다. 내가 쓴 학생 기록을 몇 학기 모았다가 본 적이 있다. 학생은 매 학기 바뀌지만 글쓴이가 같아서 자주 쓰는 표현이 있다. 그걸 보고 있으면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칭찬 포인트 베스트 3는 ‘항상 일찍 등교해서’, ‘다른 학생들을 배려하며’, ‘다른 학생들을 잘 도와주고’였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은 ‘성실하고 착한 학생’인가 보다.
매일 아침 교실 문을 열면 어제 집에 안 간 것처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기 자리에 똑같이 앉아 있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학생들이 있다. 지각이나 결석 없이 출석률 100%를 채우는 학생들이 참 기특하다. 출석률은 80%만 충족하면 수료하는 데 문제가 없다. 내가 학생이었으면 100%는 일찌감치 포기했을 텐데 대단하다.
수업을 해 보면 학생들의 성향이나 성품이 드러난다. 어떤 학생은 다른 학생과 짝 활동을 하거나 문답 연습을 같이 할 때 상대방과 의논하지 않고 본인이 역할을 정해 버린다. 번갈아 가며 연습하지 않고 본인 위주로 연습하려고 한다.
교과서를 안 가지고 온 학생이 있었을 때 나는 옆자리 학생이 같이 보자고 할 줄 알았다. 책상을 들썩들썩 움직여서 옆으로 옮기고 두 책상 사이에 교과서를 두는 장면을 기대했다가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옆자리 학생의 모습에 당황했다. 내가 보던 교과서를 주고 교안을 가지러 교탁으로 걸어 가면서 ‘그래,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 ‘책을 같이 보면 얼마나 불편하겠어?’라고 나를 이해시켰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이 즐거운 것처럼 착한 학생들이 만드는 따뜻한 교실 풍경을 보는 것도 흐뭇하고 기쁘다. 아이가 착하다는 말에 부모들은 걱정을 한다지만 착한 학생을 보면 자녀를 잘 키우셨다는 생각이 들어 그 부모님이 존경스럽다. 그리고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펭수를 보라. 착한 성품을 바탕으로 개성을 뽐내며 만인의 사랑을 받는 스타로 성공했다. 착한 학생들도 앞으로 그 착한 성품으로 아주 잘 살아갈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