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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서 Oct 16. 2021

소심함과 남자다움

학생의 숙제 사진에 첨삭을 해서 다시 보냈는데 카톡으로 질문이 왔다.

"선생님, ○○문법 하고 지난번에 배운 ○○ 문법은 뭐가 달라요? 저는 아직도 두 개가 '분간'이 안 돼요."


분간. 너무 귀엽다. 두 문법의 구별이 어렵다는 거구나. '분간'은 왠지 앞에 '천지'가 붙어야 할 것 같은데. 천지 분간.


실수를 한 경험을 쓰라는 숙제를 냈을 때  조리학과를 졸업한 학생이 대학 때 재료 주문을 잘못 한 이야기를 썼다. '물고기'를 잘못 주문했다는 문장을 '생선'으로 고쳐 주었다. 재료인데 '물고기'가 되니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느낌이 참 랐다.


 얼마 전에 아는 오빠를 만났는데 이야기를 하다가 오빠가 '내가 소심하잖아'라고 해서 좀 놀랐다. 오빠는 자신의 성격이 극소심하며 남자다운 면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허세가 없고 솔직한 것이 그 오빠의  큰 장점이라 생각했다. 같이 살았던 친구의 대학 선배여서 친구들과 놀 때 오빠도 같이 와서 논 적이 많았다. 자신감에 넘쳐서 허세를 부리거나 뭘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같이 수다를 떠는 사람이었다. 나는 공감 능력이 있고 세심하다고 느꼈는데 본인은 참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말을 할 때 욕을 섞어서 말하고 항상 강한 말투로 말하는 남자가 있는데 그 사람과 대학을 같이 다닌 사람이 나에게 이유를 알려줬다.

"대학교 때부터 그랬는데 그런 게 남자답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더 그러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생각이 참 다르구나.

나는 말을 강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이 없는 건가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참 없어 보였다.

 친구가 생각하는 '남자답다'의 의미는 여자의 입장이나 감정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이라고 한다. 진정한 남자다움은 남성적인 외모행동,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나도 동의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조금씩 틀리게 쓰는 단어 때문에 말뜻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말은 한 끗 차이에도 느낌과 의미 많이 라진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과 기준이 말에 드러난다. 한 사람을 두고 소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세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은 사람에 대해서 남자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경험이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  가치관이 자의 사전 채우고 있어서 꺼내 쓰는 단어가 다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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