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문법 하고 지난번에 배운 ○○ 문법은 뭐가 달라요? 저는 아직도 두 개가 '분간'이 안 돼요."
분간. 너무 귀엽다. 두 문법의 구별이 어렵다는 거구나. '분간'은 왠지 앞에 '천지'가 붙어야 할 것 같은데. 천지 분간.
실수를 한 경험을 쓰라는 숙제를 냈을 때 조리학과를 졸업한 학생이 대학 때 재료 주문을 잘못 한 이야기를 썼다.'물고기'를 잘못 주문했다는 문장을 '생선'으로 고쳐 주었다. 재료인데 '물고기'가 되니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느낌이 참 달랐다.
얼마 전에 아는 오빠를 만났는데 이야기를 하다가 오빠가 '내가 소심하잖아'라고 해서 좀 놀랐다. 오빠는 자신의 성격이 극소심하며 남자다운 면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허세가 없고 솔직한 것이 그 오빠의 큰 장점이라 생각했다. 같이 살았던 친구의 대학 선배여서 친구들과 놀 때 오빠도 같이 와서 논 적이 많았다. 자신감에 넘쳐서 허세를 부리거나 뭘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같이 수다를 떠는 사람이었다. 나는 공감 능력이 있고 세심하다고 느꼈는데 본인은 참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말을 할 때 욕을 섞어서 말하고 항상 강한 말투로 말하는 남자가 있는데 그 사람과 대학을 같이 다닌 사람이 나에게 이유를 알려줬다.
"대학교 때부터 그랬는데 그런 게 남자답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더 그러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생각이 참 다르구나.
나는 말을 강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이 없는 건가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참 없어 보였다.
친구가 생각하는 '남자답다'의 의미는 여자의 입장이나 감정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이라고 한다. 진정한 남자다움은 남성적인 외모나 행동,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나도 동의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조금씩 틀리게 쓰는 단어 때문에 말뜻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말은 한 끗 차이에도 느낌과 의미가 많이 달라진다.그리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과 기준이 말에서드러난다. 한 사람을 두고 소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세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사람에 대해서 남자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경험이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그 가치관이각자의 사전을 채우고 있어서 꺼내 쓰는 단어가 다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