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론 혼도 화산(Calderon Hondo Volcano)
보기보다 바닥에 돌들이 굉장히 많았다. 시속 10km 이하로 움직였는데도 차가 아주 심하게 흔들렸다. 조수석에 앉은 A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며 재미있어했지만 나는 렌트한 차가 고장 나서 물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뿐이었다.
칼데론 혼도 화산(Calderon Hondo Volcano)
이 화산은 약 5만년 전에 활성화하여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표면을 넓히고 Lobos 섬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화산의 분화구와 주변 풍경들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차 없이 하이킹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한 두 명 정도 보였다. 마치 메마른 땅에서 고행하는 수행자들처럼 보였다. 해가 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발걸음이 분주해 보였다. 여기는 어두워지면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암흑이 돼버릴 것이다. 그러기 전에 우리도 얼른 움직여야 했다.
Path: 길
지금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마치 성지순례를 하는 것처럼 마음이 고요해진다.
삭막한데 아름답다. 나무나 꽃 등 다른 식물들의 옷을 입지 않고 그대로의 민낯을 보여주는 이 민둥산은 어쩌면 가장 솔직하고 당당한 자연일지도 모른다.
사진으로 이 느낌을 담을 수가 없다. 우리를 압도하는 거대한 자연을 해가 지기 전 얼른 눈에 담고 왔다.
이번 오프로드를 달리면서 아반떼 AD 신형으로 구입해서 내가 이름 지어준, 나의 첫차 “효반떼” 생각이 많이 났다. 2016년부터 나와 생과 사를 함께 하다가 2019년 말 영국에 오기 전 중고로 팔았는데, 차를 팔 때 정말 아쉽고 슬펐다.
촬영 현장이나 뮤지컬 행사 등 서울 근교, 지방 모두 열심히 효 반떼랑 다녔다. 꽤 치열하게 살았던 20대 말의 청춘을 함께 보냈던 효반떼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켠이 욱신거린다.
크고 작은 사고들도 세 번 정도 났지만 효반떼는 본인의 몸을 희생하며 나를 항상 보호해주었다. 그 누구보다도 나를 안 다지케 지켜줬던, 희로애락을 함께한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