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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음 Mar 07. 2022

6장. 오프로드를 달리다

칼데론 혼도 화산(Calderon Hondo Volcano)


산으로 가는 초입


보기보다 바닥에 돌들이 굉장히 많았다. 시속 10km 이하로 움직였는데도 차가 아주 심하게 흔들렸다. 조수석에 앉은 A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며 재미있어했지만 나는 렌트한 차가 고장 나서 물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뿐이었다.



칼데론 혼도 화산(Calderon Hondo Volcano)


이 화산은 약 5만년 전에 활성화하여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표면을 넓히고 Lobos 섬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화산의 분화구와 주변 풍경들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정상으로 안내하는 표지판


차 없이 하이킹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한 두 명 정도 보였다. 마치 메마른 땅에서 고행하는 수행자들처럼 보였다. 해가 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발걸음이 분주해 보였다. 여기는 어두워지면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암흑이 돼버릴 것이다. 그러기 전에 우리도 얼른 움직여야 했다.



Path: 길

지금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마치 성지순례를 하는 것처럼 마음이 고요해진다.



삭막한데 아름답다. 나무나 꽃 등 다른 식물들의 옷을 입지 않고 그대로의 민낯을 보여주는 이 민둥산은 어쩌면 가장 솔직하고 당당한 자연일지도 모른다.



사진으로 이 느낌을 담을 수가 없다. 우리를 압도하는 거대한 자연을 해가 지기 전 얼른 눈에 담고 왔다.



이번 오프로드를 달리면서 아반떼 AD 신형으로 구입해서 내가 이름 지어준, 나의 첫차 “효반떼” 생각이 많이 났다. 2016년부터 나와 생과 사를 함께 하다가 2019년 말 영국에 오기 전 중고로 팔았는데, 차를 팔 때 정말 아쉽고 슬펐다.


촬영 현장이나 뮤지컬 행사 등 서울 근교, 지방 모두 열심히 효 반떼랑 다녔다. 꽤 치열하게 살았던 20대 말의 청춘을 함께 보냈던 효반떼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켠이 욱신거린다.



크고 작은 사고들도 세 번 정도 났지만 효반떼는 본인의 몸을 희생하며 나를 항상 보호해주었다. 그 누구보다도 나를 안 다지케 지켜줬던, 희로애락을 함께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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