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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블루스 Jul 16. 2022

초복이 주는 단상

희생된 닭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나는 70년대생이다.

가난을 즐기는 법을 알고 부유함의 편안을 몸으로 채득하기도 했다.

국가 또는 집단의 폭력과 독재를 기억하고 있으며 온 몸으로 자유를 염원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우리가 주는 정감과 소속감을  몸 속에 지녔으며 개인의 해탈과 독립을 소중히 여길 줄도 안다.

도심의 번화로움도 좋아하지만 정재된 자연으로 회귀하고 싶은 욕심도 품고 산다

통일의 장엄한 아름다움도 좋아하지만 개인의 개성을 소중히 여길 줄도 안다.

가족이 주는 안정감을 추구하지만 가족이 주는 압박감에는 해방되려고 몸부림치기도 했다.

아름다움은 정해진 것이 없으며 각자의 미완성된 선율조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경험치로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모든 지식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걸 배웠고 또한 학생들에게 다 똑같은 가치관을 부여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은 것도 알고 있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지옥의 문을 열었는지 직접 눈으로 보았고 지도자에 따라 국가의 격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경험도 해 보았다.

오십년의 시간은 꽤나 다양하고 방대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걸 경험한 세대란 말을 길게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오십년을 더 살아 보면 더 많은 생각들과 지식들이 쌓여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매번 달라질것이다.

폭력과 억압을 경험한 시대를 관통해 오면서 세상이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라가, 세상이 거꾸로 갈 수도 있구나, 생각하니 속이 답답해 온다.

수박 한 통을 먹어도 이 수박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손길과 영혼들의 땀방울이 깃들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젊은 나이였다면 한없이 화가 치밀었겠지만 화만 낸다고 뭔가가 해결되지는 않는 다는 걸 알게 된 나이가 되어 보니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이 너무 복잡하다.


지도자 한 명이 주는 상실감이 이렇게 크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란 것 또한 절실히 깨달았다.

끊임없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성경의 글귀가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지옥이라는 것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곁의 현실이 되고 말았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의 조화로움만을 전해 주고 살아 갔으면 좋겠다.

계급투쟁이나 권력의 오만함이나 힘있는 누군가에 의해 뒤틀리는 민중의 삶에 대해서 얘기 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벼운 농담으로 삼계탕이나 먹는 초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에 살고 싶다.

https://sundayjournalusa.com/2022/07/13/%EC%95%BC%EB%A7%8C%EC%9D%98%EC%8B%9C%EB%8C%80-18-%E5%B0%B9-%EC%B7%A8%EC%9E%84-2%EA%B0%9C%EC%9B%94-%EC%A7%80%EC%A7%80%EC%9C%A8-30-%EB%8C%80%ED%8F%AD%EB%9D%BD-%EC%A4%80%EB%B9%84-%EC%95%88-%EB%90%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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