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기, 태풍의 눈
4학기도 끝났다. 어제를 기점으로 모든 기말고사 과제를 끝냈다. 그리고 영혼도 가출했다.
이번 학기는 교생실습을 다녀오며 한 달을 비워서 학교 출석 자체는 다른 학기보다 적었지만, 논문을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주제를 구상해서 교수님에게 찾아가고, 컨펌을 받아서 작성을 시작해야 하는.
결과적으로 주제의 1차 컨펌만 받은 후 논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채 시간이 흘렀다.
노련해질 것이라 기대했던 4학기는 속절없이 가는 시간에 멱살 잡혀 끌려가기만 했다. 간단한 건 포기하거나 5학기로 미루고 당장 꼭 해야 하는 것만 해결하기도 벅찼다. 그 와중 회사에서는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해서 딱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출석하고 수업 끝나면 한숨 쉬는 정도였다.
제출을 해야 하는 서류는 뭐 이렇게 많은 지 나의 하루 일과 중 하나는 학교에 전화해 우편 접수가 가능하냐고 물어보고 실랑이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불만인 부분이다. 야간에 출석하는 대학원임에도 특정한 서류제출은 왜 5시 30분까지만 받는가? 아무리 그들은 사범대 소속이어서 그렇다고 한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행정팀에 맡기고 가겠다고 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그건 어렵고, 한 명 해주기 시작하면 모두 그렇게 요청하니 안된다는 말이 돌아온다. 그럼 여태껏 대학원 소속의 학생들은 5시 30분까지 제출을 위해 연차와 반차를 써가며 그 시간에 내기 위해 용을 썼다는 말인데, 어째서 이런 거 하나도 용인을 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따름이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면 모르겠다. 교직팀과 대학원 행정팀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다. 걸어서 20초 안 걸린다. 꼭 개선이 되길 바라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과목은 한 학기마다 한 개는 꼭 생기는 것 같은데, 이번엔 특수교육학개론이었다.
열정적인 교수님은 티가 난다. 학생들도 알아보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다. 이 수업 중 가장 좋았던 것은 특별한 과제가 있었다. 인지행동중재연습이라는 제목의 과제였는데, 한 주간 본인을 관찰하고 개선해야 하는 점을 하나 정한다. 그것에 대한 이유와 방법, 보상을 스스로 설계하고 주어진 기간 동안 이행하고 그 결과에 대해 리포트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다.
난 이때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고 있었기에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는 계획을 세웠다. 수치로의 증명이 가장 좋다고 하셔서 체중 감량을 목표로 잡았는데 달성하고도 약간 후회하긴 했다. 일단 시작이 빠른 나는 과제가 나오자마자 시작했고, 리포트를 써야 한다는 책임감에 체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한 달 동안 최선을 다했다.
뭐든지 하고 나면 회고할 거리가 생긴다. 동태눈으로 대학원을 다닌 학기였지만 이 과제를 할 때만큼은 생태의 눈으로 돌아왔다. 다이어트를 2월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노력한 걸 머리로 알고만 있는 것과 이렇게 무언갈 적어보는 것은 나에게 느껴지는 기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조금은 까다로울 수 있는 교수님이었을지라도, 색다른 경험이었고 하는 동안 재밌었다. 하나라도 즐거운 마음이 드는 게 있었기에 4학기를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다음 학기도 이런 일들이 꼭 있길 바라본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한 번도 혼자의 힘으로 다닐 수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4학기는 힘들었던 만큼 주변의 도움을 많이 느낀 학기였기도 하다. 대학원에 가는 것은 나의 의지였을지 몰라도 주변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진심 어린 응원, 실없는 농담, 때론 진지한 고민 상담, 뜻밖의 책의 한 구절 등 여러 가지가 합쳐져 하루를 지낼 힘이 되고 그렇게 하루하루 대학원 출석을 채워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대학원에 다니며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이런 점을 충분히 인정하고 중요하다고 알게 된 나 자신이다.
이거 하나는 내가 살아가는데 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 학기도 당연히 힘들 것이다. 이번 학기가 태풍의 눈이었다면 마지막 학기인 다음 학기는 태풍을 온몸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이미 졸업을 위해 처리해야 하는 일을 줄 세워보면 한숨만 나온다. 졸업시험, 적성검사, 응급처치교육, 논문 작성과 각종 서류 제출.. 하나하나 하다 보면 못할 일이 없겠지만, 매 맞을 생각 하면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유종의 미 하나만 생각하고 천천히 가보자고 생각한다.
여차하면 한 학기 더 다니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며. (절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4학기도 끝이다. 정말 얼레벌레 끝났다.
다음 학기를 위해서 이번 방학엔 논문을 열심히 써야 한다.
졸업까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