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첫 출근, 그리고 OJT추억

아빠 이야기, IMF 시절 직장생활 #1

by 중년의글쓰기

대학 졸업 후 모 자동차 회사 연구소에 입사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바로 윗 선배 때만 해도 학점만 되면 몇 개의 회사에 합격해서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이후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공채를 취소했다. 4학년 여름방학에 인턴으로 연수받았던 회사에서도 입사 취소를 통보했다. 항공기 조종사 시험도 봤다. 하지만 항공업체도 IMF 파고를 넘지 못하고 전형이 취소되었다. 졸업식을 앞둔 겨울. 겨우 oo그룹의 공채에 합격했다. 그리고 그해를 마지막으로 oo그룹의 신입사원 공채는 영영 없었다.


나는 첫 출근했던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어느 2월의 월요일 이른 새벽. 어머니가 차려주신 아침을 먹고 양복을 차려입고 출근버스를 타러 갔다. 아직 쌀쌀한 새벽 공기를 가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서두르고 있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또 몇 분을 걸어 지정된 장소에 일찍 도착했다. 시간이 가까워 오자 몇몇 사람들이 모였다. 정해진 시간에 통근버스는 도착했고 버스에 올라 빈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양복 때문인지 긴장감 때문인지 나의 허리는 더 빳빳해지고 있었다.


다음 정류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올랐다. 금세 자리는 다 차서 몇몇은 서서 가야 했다. 내 앞에 서계신 젊은 여성이 무척 피곤해 보였다. 그 여성은 서서 졸기 시작했다. 반대로 나는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눈이 더 말똥 해졌다. 결국 나는 일어나 그 여성분께 자리를 양보했다. 그분은 정말 고마워하셨다. 그리고 얌전히 자리에 앉더니 곧 잠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무거운 머리를 가누지 못해 좌석에 쓸려 머리카락이 산발이 되어있었다. 심지어 침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첫 직장 월요일 출근을 그렇게 직장 선배들의 아침 몰골을 지켜보면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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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연구소 신입 교육과정에는 현장 OJT(on the job training)가 있었다. 팔팔한 20대 후반의 동기생들은 각자 공장별, 파트별로 순환 배치되었다. 각 2주씩 자체, 조립, 도장 공장을 번갈아 가면서 일을 했다. 우리는 팔뚝이 불뚝불뚝 한 아저씨들이 있는 현장에 떨구어졌다. 아저씨들은 대부분 친절했지만 괜히 심술을 부리는 아저씨도 있었다.


차제 공장에서는 구형 모델을 KD(녹다운:블록단위로 분해해서) 수출하는 파트에 배치돼있다. 나의 일은 차체 하부 연결부위를 용접하는 것이었다. 나보다 무거운 용접 건을 호이스트에 걸어서 하루 종일 용접을 했다. 보호안경과 가죽장갑 위로 불꽃이 튀고 작업복은 항상 새까맣게 더러웠다. 매일 온몸이 뻐근했다. 용접 건을 하도 쏴서 ‘검지 손가락’을 제대로 펼 수가 없었다. 1주일 내내 동일한 작업을 했다. 이제 몸이 동작을 기억해서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 힘을 언제 쓰고 언제 힘을 빼는지 알겠다. 멀리서 보면 마치 춤추는 로봇 같아 보일 것 같았다.


조립공장에서는 와이어 하네스(전기선)를 작업자들에게 공급하는 서브 작업을 했다. 비숙련자가 차량 조립에 직접 투입되면 품질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보통 부품의 공급을 담당했다.하루 중 오전, 오후 한 번씩 휴식시간이 있었다. 힘든 노동 후에 5분간의 휴식은 달콤했다. 그 짧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담배를 피우며 동료들과 얘기하는 조장님, 작업대에 철봉을 달아서 운동을 하는 아저씨, 나는 휴게실 테이블 끝에 앉아서 소보로빵과 두유를 먹었다. 옆에 아저씨가 본인의 소보로빵을 건네주었다.


마지막은 도장공장 OJT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곳이다. 일단 환경이 나빴다. 회사 사정이 좋지 못해서 오래된 집진시설을 제때 보수하지 못했다. 그래서 걸러지지 못한 먼지가 많았다. 특히, 야간에 일하는 것이 힘들었다. 컨베이어에 올라서 밤새워 작업하는 일은 무척 고됐다. 나는 그때 '평생 묵묵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삶을 살짝 맛보았다.


보통 토요일은 시설 점검이나 청소를 했다. 어느 토요일 아침, 조장님은 나에게 청소를 해야 된다고 했다. 나는 장갑, 마스크, 걸레를 받아 들고 밀폐된 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솔벤트를 걸레에 듬뿍 묻혀서 바닥에 붙은 기름때를 손으로 닦았다.(군대에서도 차량의 기름때 청소를 했던 기억이 있다) 한참 동안 혼자서 청소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어질 했다. 그제야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밀폐된 방을 나와 밖으로 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이후로 나는 유독 화학약품 냄새에 민감하다. 다른 사람은 인지를 못하는 아주 약한 약품 냄새도 금방 알아차린다. 그리고 화학 약품 냄새를 맡으면 머리가 아프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당한 처사였다. 본인들이 하기 싫은 일, 건강에 좋지 않은 일을 젊은 OJT신입에게 시킨 것이었다.


그렇게 28살의 청년은 설렘반 두려움 반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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