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의 세계는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손님들께 계속 전화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온종일 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장사하시는 분들을 만나 뵙고 인사를 했다. 거절당하면 낙담했고, 의뢰받으면 기뻤다. 바람에 심하게 펄럭거리는 현수막을 겨우 붙이고, 잠시 벤치에 앉으니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여기가 내 자리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직장생활은 정글이지만 바깥세상은 지옥이다’라는 선배의 엄포가 생각났다. 진짜 그럴까? 사람 사는 것은 다 마찬가지 아닐까? 조직 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었고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었다. 내가 먼저 주변에 더 많은 도움을 주고자 했었다. 어느 곳에서든지 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조직 내부 동료를 고객처럼 대했다면 이제는 진짜 나의 고객을 만족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
우리 부부는 열심히 일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진상 인간도 참 많이 만났다. 개인사업이라 돈을 좇으면서도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 돈 냄새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영업을 하고 싶었다. 손님들이 생기고 손님이 다른 손님을 소개해주신다. 한번 거래하신 분들이 두 번 세 번 믿고 의뢰해 주신다. 정말 감사하다.
3년 전 나의 결정을, 그때 내 마음을 아직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때 나의 선택을 생각할 때마다 올라오는 복잡한 감정을 이번 참에 정리하고 싶었다. 이는 오랫동안 내 마음 한구석에 처박아 놓은 숙제였다.
나는 회사에서 더 성장하고 싶었지만, 앞이 막히자 더 이상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중이 절이 싫으면 중이 절을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내가 꼭 그런 경우였다. ‘이 업을 떠나 새로운 길을 찾자. 언젠가는 퇴직해야 할 시기가 온다. 그전에 내 뜻에 따라 떠나자’라고 생각했다.
사표를 던지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직감했다. 일단 이 업계의 연을 자른 후에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그 순간 가슴이 뻐근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도끼를 꺼내자 내 머릿속 이성은 시퍼런 칼날을 보고 마비되었다. 단칼에 도끼를 내리쳐서 잘라버렸다.
퇴사 후, 나는 이전 동료들과 따로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다. 과거에 연연해지면 나만 힘들 것 같았다. 결국, 내가 살기 위해 ‘업과의 인연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인연’까지 끊어 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회사를 나온 뒤, ‘상실감’은 예상보다 더 ‘지독했다’.
모든 것을 버렸다는 생각에 상실감은 더 부풀었다. 거기에 후회와 미련도 붙어 있었다. 이렇게 감정을 소비할 수 없었다. 산책하고 책을 읽으며 마음속 깊은 곳까지 헤아려 봤다. 그리고, 글을 써서 다 드러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내 복잡한 감정이 잔뜩 부풀었다가 터져버린 것 같다. 후련하다.
장자莊子의 <제물론 齊物論>에 ‘오상아(吾喪我)’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를 잃어버렸다, 나는 나를 장사 지냈다. 나를 상실함으로써 본래의 나,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이라고 한다. 나도 ‘지독한 상실’을 통해서 새롭게 태어나고자 했던 것일까? 이것이 내 선택의 근원이었던 걸까? 그렇다. 내 선택, 내 의지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결정을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