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부동산 시장은 솔직하다. 사람이 그렇지 않을 뿐임.

중개사무소 현장. 부동산에서는 욕망을 뿜뿜하자

by 중년의글쓰기


부동산 시장이 변화하는 힘,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수요, 공급, 금리, 소득, 정책, 세금 등… 경제 이론에서 얘기하는 요인들. 솔직히 잘 모른다.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이다 왜냐하면, 매일 중개사무소 현장에서 전화를 받고 상담을 하니까. 그럼 사람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노골적으로 얘기해서, “좀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욕구, 욕망” 그것이다.


<잘 살아보세~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우리는 ‘잘 살아 보자’고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원동력. 잘 살고 싶다는 욕구였다. 이제까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노력했기에 이만큼 왔다. 그리고, 지금도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부동산에 더 집착하나 보다.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들리시거든 마음껏, 욕심을 부리셔라! 당당히 원하는 것을 말씀해도 좋다. 욕심과 욕망이 뿜뿜되는 곳이 바로 <부동산>이다. 임대인은 더 높은 전세보증금, 월세를 바란다고 말씀하시라. 임차인은 더 낮은 보증금, 월세를 찾는다고 얘기하시라. 매도인은 가장 높은 가격에. 매수인은 가장 낮은 가격에 매매하고 싶다. 욕심은 당연하다!


다만, 부탁이 있다. <부동산>에 오셔서 상담하실 때, 본인이 원하는 가격, 조건, 선호하는 바를 명확히 해달라. 그래야 중개사가 현재 시세와 매물 정보를 종합하여 최선의 상담을 해드릴 수 있다. 그래야 서로 시간낭비하지 않는다. 다만,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서로 조건이 맞아야 거래가 되고 그 결과로 생긴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부동산은 간단하고 솔직하다. 이익 아니면 손해이다. 예측하고 계산하고 계약하는 건 사람의 몫이다. 사람들은 그 결과를 인정하고 감당해야 한다. 부동산은 옆집과 내 집의 가격이 다르면 같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살기 좋은 동네는 이유가 있다고 가격에 표가 난다. 사정은 사람에게 있다. 내 집을 놔두고 다른 지역에서 생활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내 집을 임대로 두고 타 지역에서 임차인이 될 수도 있다. 입장은 서로 바뀐다. 하지만, 부동산에게는 입장이 없다.


모든 국민들이 부동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매일 “부동산 시장 동향과 우리 동네 집값”을 모니터링한다. 정책은 자주 바뀌고 세금이 복잡해서 머리가 아프다. 국세청은 유튜브로 정책 홍보를 하고 ‘주택과 세금’이란 책을 (세금으로 만들어서) 팔고 있는 지경이다. 나도 그 책을 샀다. 국세청 ‘양도소득세 법령 적용 가이드 맵’을 코팅해서 사무실에 붙여두었다. 그런데, 또 바뀐단다! 국민들은 아우성이다. 어떤 선택이 나에게 이익이 될 것 인가? 정책 변화에 맞추어 손익 계산을 다시 한다. 그리고,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계획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렇듯 보통 사람들은 <부동산>에 솔직히 원하는 바를 얘기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르게 얘기한다. "욕망은 나쁘다"라고 한다. 그들은 그것을 신념이라고 말하고 정책을 만든다. 전문가들이 국민들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쳐도 그들은 밀어붙이고 시행한다.


어떤 공직자가 부동산 처분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서울과 충청북도에 아파트 한 채씩 있다. 고위 공직자라 1가구 1 주택 조건을 맞추어야 한다. 어떤 것을 팔아야 하나? 시장은 얘기해 준다. “당연히 서울 아파트를 남겨야지!” 결국, 충북 아파트를 처분한다. 언론에서 이를 지적하자. 본인의 지역구에 “미안하다”라고 사과한다. 본인의 욕구, 시장의 대답에 따라서 결정하고는 미안해한다. 진짜 미안한 마음이 맞을까? 혹시, 미안하지 않은 데 미안하다고 말해야 했던 건 아닐까?


어느 국회의원이 <부동산>에 들러서 상담을 했다. 본인 소유 아파트 단지 임대료 시세가 30% 올랐다. 하지만 신규계약이라 곧 시행될 5% 상한 규정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본인이 그 정책을 입안했기에 잘 알고 있다. 어떻게 할까? ‘부동산 사장님’과 상의해서 9%대로 저렴하게 임대료를 올리기로 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이에 “부동산 사장님” 탓으로 돌린다. 여론이 더 악화되었다. “모든 것이 제 탓이다. 꼼꼼하게 챙겨서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계약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 한다. 이게 진짜 속마음 맞을까?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신 분들도 ‘시장 참여자’였다. 언론 기사에서 나온 그들의 말속에 담긴 속마음을 까 보면 이렇다.

- ‘본인은 강남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 ‘헌 집을 재건축해서 새집을 받으니 살기도 좋고 값도 오르니 어찌 아니 좋겠는가?

- ‘임대료를 시세대로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

사태를 수습할 요량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하지만 그렇게 어물쩍 넘기지 못하면 짐 싸서 청와대를 나가면 된다. 그래도, 내 부동산은 그대로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서 정책이 나왔다. 그 정책이 시장을 왜곡했다. 왜곡된 시장에서 나온 이야기는 그들의 신념이나 기대와 달랐다. (혹은 그럴 줄 알았다?) 그들 역시 그 시장에서 손해보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을 들킨다. 사람들이 <내로남불>이라고 비난한다.


국민들은 위정자들의 거짓된 말과 행동에 화가 난다. 위정자들은 속마음과 말이 다른 ‘인지 부조화’를 극복해야 한다.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고통스럽다. 잘못된 마음에서 나온 <정책>으로 집값 잡으려다가 다 망했다. 부동산은 두더지 게임이 아니다. 집값 때려잡으려다 엉뚱한 서민들만 잡았다! 우리 모두 솔직해지자. 우리 마음 안에 답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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