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동산업계의 최강 빌런.. 손님편

중개사무소 현장... 부동산 잔금일 풍경

by 중년의글쓰기

. 부동산 매매계약 잔금일은 통상 계약 후 3개월 전후(아파트의 경우)로 양측의 일정을 조율해서 날짜를 정합니다. 만일 계약일과 잔금일 당시의 아파트 시세가 달라진 경우, 잔금일이 다가올수록 중개사는 불안합니다. 시세가 오르면 매도인이, 시세가 내리면 매수인의 반응이 걱정됩니다. 양측을 잘 살펴서 잔금을 잘 처리하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2020년~2021년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던 대세 상승기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첫 번째 경우, 당시 해당 아파트 단지 내 최고 가격에 매매가 이루어졌습니다. 드디어 잔금일이 도래하여 매도인, 기존 임차인, 매수인, 법무사가 모여있었습니다. 잔금 진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매도인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습니다. 중개사무소의 서비스가 엉망이라면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본인의 휴대폰을 열어서 저희 직원과의 통화 녹취된 부분을 스피커폰으로 틀었습니다.


저희 직원이 매도인에게 소리를 지르는 부분을 재생합니다! (사실 매도인은 전화로 몇 번 진상을 부렸고 우리 직원은 너무 화가 나서 큰 소리를 냈습니다. 그 과정의 전후 내용을 다 자르고, 직원이 소리를 지른 부분만을 악의적으로 편집했더군요) 매도인은 모두 들으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직원이 고객에게 이렇게 소리 질러도 되는 거냐?”

"대표로서 뭐 했느냐?"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저는 바로 사과를 했습니다. 뒷목이 뻐근하고 가슴이 벌렁벌렁합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고객이 접신하셨습니다!> 고객은 말로 칼춤을 추고 있고 모두 그 칼에 베일까 봐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아 나도 감정노동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동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매도인은 이제 힘이 부쳐서 그런지 더 이상 큰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화풀이가 끝난 상황. 이제 옆에 있던 기존 임차인은 매도인에 맞장구를 치면서 서로 동지라도 만난 듯이 쑤근쑤근 친하게 얘기합니다.


이때다 싶어서 잔금을 빨리 처리했습니다. 매수인 역시 돈을 입금하면서 기분이 많이 언짢습니다.

저도 마음을 쓸어내리고 얼굴 표정을 온화하게 하려고 애씁니다. 잔금처리가 완료된 후, 주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 크기로 매도인께 슬쩍 여쭈어 봅니다.


혹시 계약한 이후에 가격이 올라서 속상하신 거 아니세요? 가끔 그런 분이 계셔서 말씀드려봅니다

“아니 나를 어떻게 보는 거냐? 나 그런 사람 아니다” 매도인은 펄쩍 뜁니다.

“아니 사장님을 어떻게 보시는 거예요?” 기존 임차인도 나를 쏘아붙인다.

"예~ 그렇지요?" 그냥 그런 매도인도 있다는 말입니다.


다행히 모든 잔금 업무가 종료된 후, 드디어 매도인이 먼저 사무소 문을 열고 나간다. 나는 같이 사무실 바깥으로 나가서 배웅해드렸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순간, 매도인은 한마디 내뱉고 휙 하고 뒤돌아 갔다. “이렇게 싸게 팔았는 데 말이야!!”


‘결국, 그거였다. 본인이 분을 삭이지 못한 이유라는 것이. 계약할 때는 가장 값을 비싸게 받아서 좋아하지 않았는가?’



두 번째 아파트 매매 사례, 역시 계약일 대비 잔금일에 시세가 1억 이상 올랐던 상황이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잔금일 당일에 조마조마했었다. 매도인은 쿨한 스타일의 조용하신 사모님(통상, 거래인이 여성분인 경우 이렇게 부른다)이셨다. 잔금일 날 아침 일찍 미리 오셔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올랐네요?“ 사모님 말씀에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했다.

‘아 또 그분이 오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집 팔 때마다 잔금일에 가격이 오르더라고요. 지난번에도 그랬어요”

“다음 사람도 이득을 남겨야지요..”

사무실 분위기가 밝아진다. 나의 긴장감도 풀린다. 이런 날은 매도인, 매수인, 중개사 모두 웃으면서 부드럽게 잔금이 마무리된다.

“사모님 좋은 집을 이렇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덕담을 건넨다.

“사모님은 역시 복이 많으세요..” 실제로 그 후의 상황이 그랬다. 그 사모님은 잔금을 주식에 넣었고 그 후로 주식 가격이 두배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유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다르게 반응한다. 나는 이런 두 종류의 손님을 <진상 손님>과 <복 많은 손님>으로 구별한다. <진상 손님>에게는 표정과 언행을 조심해서 속마음이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물론 반대로 <복 많은 손님>에게는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여러분들은 ‘부동산사무소’에서 어떤 손님이 되고 싶으신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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