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이 글은 아빠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하는 제언이다. 네가 살아가면서 문득 ‘마음이 불안’할 때 이 글을 읽어 보렴. 오래전 아빠가 보낸 편지를 꺼내 읽으면, 마치 아빠와 대화하는 느낌이기를 기대해 본다.
사람 중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어디 있으랴? 생각해 보면 불안한 마음이 아닌 적이 있더냐?
미풍에도 갈대처럼 마음이 출렁인다. 바람이 일면 아름드리나무의 가지도 흔들린다. 하지만 나무 자체가 땅에서 흔들리지는 않는다. 내 마음을 나뭇가지에 두느냐, 아니면 나무 기둥에 두느냐의 차이다. 평상시에 내 마음이 기둥에 있다가도 어느새 나뭇가지 끝자락에 걸려있단다. 그때 우리 마음은 작은 바람에도 쉽게 울렁댄다.
누구나 그렇단다. 생명체가 사는데 왜 불안하지 않겠느냐? 존재 자체가 불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유를 물을수록 우리의 마음은 자꾸 기둥에서 굵은 가지를 지나 잔가지로, 그리고 맨 끝 잎사귀로 옮겨간다. 잎은 면적이 넓어서 더 심하게 흔들린다.
이유를 묻지 마라, 왜 불안하냐고. 중요한 건 내가 흔들린다는 것을 빨리 알아 채야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시 굵은 가지를 타고 기둥으로 옮겨갈 수 있다. 흔들리지 않는 자리를 알아 놓자. 돌아가는 방책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
아빠의 방책은 ‘독서’와 ‘운동’이다. 독서를 할 때,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은 제자리로 와있었다. 그리고 피곤해지면 책을 덮고 낮잠을 청할 것이요. 몸이 찌뿌둥하다고 느끼면 운동하러 나갈 것이다. 운동을 해서 몸이 약간 고단해야 내 생각이 옅어지면서 마음이 레셋되는 것이다. 아빠가 가끔, 아니 자주 책을 읽고 운동을 하러 나갔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아들아~ 네가 아기였을 때, 너는 꼭 엄마 젖꼭지를 물고 있어야 잠이 들었다. 네 사촌 형은 초등학생 때 고모 머리칼을 붙잡고 잠을 잤다. 아이는 엄마의 존재를 확인해야 불안감이 없어진다. 아이에게 엄마의 존재는 절대적이지 않겠느냐? 하지만,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면 엄마가 아닌 본인 자신, 존재 그 자체가 불안함의 근원이다.
아들아! 너도 너만의 방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독서, 운동, 그리고 악기도 좋다. 아빠는 악기를 다룰 재능이 없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본인의 마음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터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 아빠는 또 다른 새로운 불안이 생겼다. 바로 부모님의 부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당연히 있었던 존재,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뵐 수 있었던 부모님. 이제 부모님과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할 수 있는 날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불안하다. 그 상실 이후에 나의 마음을. 피하지 못할 상실을 기다리는 불안은 책과 운동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네 마음이 흔들릴 때, 타인은 도움이 안 된다. 왜냐면 존재 자체의 흔들림이기 때문이지. 타인 역시 또 하나의 존재일 뿐. 종교에 의지해도 마찬가지 일거다. 종교는 원래 인간의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이란다.
가지 끝에 마음이 달려 있으면, 모든 세상이 다 흔들리는 것 같다. 실제는 네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네 마음이 나무 기둥에 놓여있으면 흔들리는 가지가 보일 것이다. 그리고 배경인 세상은 그대로 인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다. 어째서 우리가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모른다. 세상이 흔들리면 먼저 네가 나뭇가지 끝에 걸려있는지 확인해 봐라. 그러려면 네 마음을 나무 기둥으로 옮겨야 한다. 나뭇가지 끝에 있는 줄 모르고 떨어질까 봐 두려울 때, 왜 내가 흔들리는지 이유를 묻지 말고 먼저 움직여야 한다. 마음을 옮겨야 한다.
명심해라! 이유를 묻기 전에, 마음을 옮겨 보는 것이 먼저다!
덧붙임.
우연히, 문태준 작가님의 <느림보 마음> 책내용에 부처님의 말씀이 있어서 여기에 붙여넣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마음은 쉽게 흔들리니 마음을 바른 곳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와 상통하여 꽤 놀랐습니다.
page 31
부처가 이르길 "마음을 지니되 마땅히 네모진 돌과 같이 하세요. 돌이 뜰 가운데 놓여 있으니 비가 떨어져도 깨지 못하며, 해가 뜨겁게 비춰도 녹이지 못하며,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못하나니, 마음을 지니되 마땅히 돌과 같이 하세요" 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