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년 아들이 친구 2명과 함께 어제 ‘외박’을 했다. 물론 모두 부모님 허락을 받았고 집 근처 안전한 숙소에서 지냈다. 아들 포함 세명의 절친은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건전하게’ 놀다 왔다. 애들이 좋아하는 치킨과 족발 세트를 야식으로 넣어주었다. 집에서 가져간 노트북으로 영화도 보고 보드게임도 실컷 했다고 한다.
토요일 오전, 아들은 집에 돌아와서 늦잠을 잤다. 오후가 되자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외출을 해서는 밤 11시 넘어서 들어왔다!
“우리 아들 대학생 같네~” 아내가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아들은 엄마에게 다가와 엄마를 꼭 안아준다 (이제 제 엄마보다 키가 훨씬 크고 팔 길이도 길다)
“엄마 고마워~” 엄마 볼에 뽀뽀를 한다. 아들이 필살기를 쓴다!
‘녀석이 뭔가 미안한 짓을 했나?’ 촉이 발동한다. 뭔가 미안한 구석이 있는 데 엄마 아빠가 뭐라고 하지 않아서 고맙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얘교를 많이 부릴수록 뭔가 구린 거다! 하지만, 캐서 묻지 않았다. ‘그래로 별 탈 없이 잘 놀고 들어왔으니 됐다’고 생각한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듬어진 <아들을 대하는 마음 매뉴얼>에 따른다.
아들이 어렸을 적, 아내는 자기와 성향이 다르고 남자인 아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힘들어했었다. 이제 아내는 아들의 마음을 잘 읽고 있다. 그리고 엄마로서 아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아내는 관심법(觀心法:상대편의 몸가짐이나 얼굴 표정, 얼굴 근육의 움직임 따위로 속마음을 알아내는 기술, [불교 ] 마음의 본바탕을 바르게 살펴봄)이 생겼다. 그리고 그 관심법은 나에게도 통한다! 아들이 나와 닮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아내는 관심법으로 나와 아들의 마음을 읽는다!
내가 중학생일 때, KBS 방송에서 매주 ‘학교’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 우리 학교가 선정되었고 우리 반이 대표로 녹화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 하루 수업을 빼고 ‘여의도 방송국’에 갔다. 학교 허락을 받고 수업을 땡땡이치는 거라 들떠 있었다.
녹화가 끝나자, TV에서나 보았던 ‘여의도’에 왔으니 그냥 갈 수 없었다. 친구 2명과 함께 여의도 광장에서 자전거를 탔다 (당시 여의도 광장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었고 매년 국군의 날 퍼레이드를 했었다) 그리고, 저녁 늦게야 학교로 돌아왔다. 방송국에 가는 것도 수업의 일부였기 때문에 가방은 학교에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녹화가 끝나자 바로 학교로 복귀해서 집으로 가고 없었다. 다행히 선생님은 우리가 바로 학교로 오지 않은 것을 몰랐다. 대신 문이 잠겨진 건물로 들어가는 와중에 경비아저씨에 꾸중을 들었다.
여의도 광장에서 타던 자전거
엄마, 아빠에게 연락도 안 하고 밤이 돼서야 집에 들어갔다. 엄마가 많이 걱정하셨을 거란 생각에 죄송했다. 혼날까 봐 겁도 났다. 집에 들어오자 일단 아빠를 피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가서 아양을 부렸다. 아들에게 약한 엄마를 공략하는 것이다. 엄마 볼에 뽀뽀를 하면서 애교를 부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고해성사 같은 거였다. 무언가 잘못한 일이 있는데 더 이상 묻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고해’가 빠진 ‘용서를 받는 의식’ 같은 거였다.
나는 아들의 마음을 알 거 같다. 아들이 내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는 게 귀여웠다. 용기 내어 아들에게 티를 살짝 냈다.
“엄마한테 하는 게, 어릴 적 아빠를 닮았네~” 하자, 아들이 바로 반응한다.
“아~ 싫어. 아빠 닮은 거” 하고는 제 방으로 들어간다.
나는 “우~씨! 뭐야. ㅠ-ㅠ” 아내에게 투덜댄다. 그런데 아들이 이해가 안 되는 건 또 아니다. 나도 저 나이 때 내 성격이 아빠를 닮은 것이 싫었었다!
다음에 부모님을 찾아뵐 때, “어머니, 아버지 사랑해요” 하고 한번 안아 드려야겠다. 어머니께는 오랜만에 볼뽀뽀를 해야겠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가 자랑스러워요~” 까지 고백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