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무리를 하면 탈이 나거나 안 좋아지는 부위가 있다. 문제가 생길 징후가 있었으나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결국 탈이 나서 고생을 한다. 나 역시 ‘평상시에 내 몸을 잘 살필걸..’ ‘일요일에 자전거라도 탈걸..’ 하고 후회를 했다.
설날 연휴 첫날, 새벽에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윽! 추간판 돌출증으로 고생했던 오른쪽 허리이다. 화장실을 어찌해서 들어갔으나 기어서 나왔다.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나를 발견한 아내, 나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겨우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조그만 움직여도 허리가 너무 아팠다. 낑낑대면서 옆으로 누우니 그나마 다리를 뻗을 수 있었다. 이런 자세로 아침까지 기다려서 정형외과에 가야 했다(나는 꼭 하늘을 보고 누운 자세로 자야 하는 사람이다!)
-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가느다란 내 왼쪽 종아리가 나를 누르니 천근만근 무겁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척추를 다쳐서 누워계신 친척의 고통을 수천억만 분의 일 만큼 알게 된다.
- 나의 조그만 뒤척거림이 옆사람에게 마치 '개미한테 코끼리 발소리' 같음을 알게 된다.
아침에 일상적으로 하던 행동 하나하나가 도전이었다. 허리를 구부리고 힘을 줄 수 없으니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세면대에서 세수하기, 앉아서 밥 먹기, 그리고 제일 끝판왕은 양변기에 앉아서 일 보는 일이다. 일 보고 나오니 아내가 옷을 입혀준다. 노인 병시중을 드는 꼴이다.. “나도 허리 아파서 화장실에 기어 다녔잖아… 기억나? 결국 정형외과에서 주사를 맞고, 스트레칭하고 운동해서 겨우 회복되었잖아” “그래 기억나” 예전에 아내도 허리를 다쳐서 이런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제대로 도와주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내는 맘카페를 검색해서 연휴에도 진료가 되는 병원을 찾아 두었었다. 글을 올리신 분은 119에 문의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연휴에 꼭 아픈 사람이 생긴다. 아침이 되자 아내의 옷자락을 꽉 잡고 매달려서 질질 끌리다시피 해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조수석에 올라타는 평범한 동작도 온 신경이 곤두선다. 이건 누가 도와서 될 일이 아니었다. 차로 15분 정도 걸려서 병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데 벌써 허리가 굳어졌다. 차 문을 붙잡고 한참을 노력해서야 겨우 허리를 엉거주춤 세웠다.
<내가 아프니 다른 사람의 아픔이 보인다>
병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연휴에도 아픈 사람들은 병원에 와야 한다. 연휴에도 문을 여는 병원이 고맙다. 제사를 끝내고 허리가 아픈 어머니도 계실 테고, 항상 아파서 물리치료를 건너뛸 수 없는 분도 있겠지만, 나는 평상시에 몸 관리를 못하고 일만 하다가 병이난 경우이다. 지난 몇 주간 허리가 불편했었는 데, 징후가 있었는 데, 나의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하루 종일 앉아 있거나 아니면 운전을 했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마트나 식당에서 조금만 기다리게 돼도 불편함에 불만족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아파서 병원에 오니 이 정도 기다림 쯤은 이 고통을 덜어 낼 수만 있다면 천 번이라고 감내하겠다. x-ray검사를 하고 응급처치로 주사를 맞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한동안 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나서야 한결 나아졌다. 그제야 부모님께 전화드릴 생각이 났다.
“어머니, 제가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허리를 삐끗해서… 오늘 못 가겠어요. 다음에 찾아뵐게요…” “아이고, 어떡하냐.. 몸조리 잘하고 잘 먹고… 다음에 윤호 방학 끝나기 전에 한번 와라” “네. 죄송해요” 어머니는 아버지께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 소식을 전하신다. 어머니는 발목과 무릎이 안 좋아서 쩔룩거리시는 데, 마음 걱정까지 더해 버렸다.
오후에 아내와 함께 체육공원 두 바퀴를 돌았다. 아내는 오랜만에 야외 운동기구를 이용해서 스트레칭을 했다. 아내도 근육이 뻐근했다는 데, 조금 풀렸다고 얘기한다. “그래, 우리 매일 산책하고 주말에는 꼭 같이 운동하자” “자기는 피트니스를 배우고, 나는 필라테스를 배울까?” “그래, 우선 가볍게 걷기 운동부터 하면서 몸을 회복하고…"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몸이 회복되면 이런 깨달음도 망각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여러 번 반복된 패턴이다. 다시 일상생활할 수 있을 만큼 움직일만하면, 운동할 생각이 사라지는 거 말이다.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다시 되돌아가려는 힘은. 지구 중력을 이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인가 보다.
한 시간 전, 산책하러 집을 나서면서 “돈 있으면 뭐하냐? 건강을 잃으면 다 소용없는 데” 했던 우리 부부의 대화는, 어느새 “우리도 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있다. 집에 들어가면 필시 노트북을 펴고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은 채로 네이버 부동산을 검색할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