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대하는 마음 매뉴얼 2

아빠 이야기. "까먹었어!"

by 중년의글쓰기

중학생 아들이 제 물건을 잃어버렸다. 저녁이 되어서야 ‘아이폰 충전기’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전화기를 써야 하는데, 배터리가 다 되었다고 안달이다. 그리고 갑자기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어디 나가? “ 아내가 묻자, “편의점 가서 충전기 사 오려고.. 나 돈 좀 줘” 아들이 당당하게 얘기한다. “뭐 충전기 어딨어?” “잃어버렸어…” “그럼 찾아야지!”

아내의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있다. 나는 재빨리 여유분 충전기를 찾아서 아들에게 건네준다.


“너는 기본이 안되어 있어!” 집안 공기가 냉랭해졌다. “내일 당장 찾아와!”

아들 녀석은 제방으로 쌩하니 들어갔다.


아들은 소지품을 가끔 잃어버리고 해야 할 일을 잘 잊는다. “까먹었어.” 늘 하는 이 말에 아내는 이제 그러려니 한다. 아내가 내게 와서 묻는다. “자기도 저 나이 때 그랬어?” “어… 그런 거 같아” 이럴 때마다 내 추억이 소환된다.


나는 어느 하나에 빠지면 그 외 것을 살피지 못했다. 부모님께서 얘기해도 앞에서는 “예”하고 대답하고는 까먹었다. 바로 눈앞에 필요한 거 이외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것 같다.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해 보지 못했고 물건을 잘 챙기지 못했다. 어머니에게서 ‘등짝 스매싱’을 받을 만한 일이 꽤 있었다.


중학생 2학년 무렵, 학교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다가 시계를 잃어버렸다. 그 당시 귀했던 일본산 전자시계였다. 아마도 어머니께서 큰맘 먹고 사주셨을 거다. 농구를 하다 더워서 팔에 찬 시계를 풀어 바로 앞 농구대 아래에 두었다. 운동을 마치고서야 시계가 없어진 걸 알았다.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 틀림없었다!


왜 그 시절에는 좀도둑이 많았을까? 물건이 귀한지라 욕심이 났었을 것이다. 분명 같은 학교 학생일 텐데… 그리고 또 한 번 바로 그 장소에서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아니 농구대 아래에 두었던 가방이 감쪽같이 없어질 줄 알았겠는가?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가방도 가방이었지만, 그 안에 교과서가 잔뜩 들어있었다. 당장 내일부터 교과서 없이 수업을 들어야 했다. 당시 학교에서는 학생수에 딱 맞게 교과서가 배포되어 여유분이 없었고 따로 살 수도 없었다.


어머니는 이런저런 탐문 끝에 청계천 중고 서점에 가면 교과서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셨다. 주말에 어머니는 나를 앞세우고 버스를 타고 청계천을 찾아갔다. 어머니는 무척 화가 나셨을 터이고, 이번 참에 내가 ‘제 물건을 잘 챙기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셨을 것이다.


몇 군데 중고서점을 돌아다닌 끝에, 학교 교재와 가장 유사한 지난 학년의 낡은 교과서를 찾을 수 있었다. 돈 주고 산 새 교과서를 잃어버리고 중고 교과서를 또 사야 했다. ‘내 가방을 훔쳐간 누군가는 내 교과서를 이곳에 팔고, 나는 다시 이곳에 와서 헌 교과서를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몸소 체험했던 경험과 깨달음은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 어머니 아버지께 죄송했다. 힘들게 버신 돈을 두 번이나 쓰게 했으니…그 후로는 물건을 비교적 잘 챙겼던 거 같다.


우리 아들이 ‘말은 안 해도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하고 있을 거야’ 하고 생각해본다. 나와 아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곁에서 보고 있었다면 말이다.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뭐 잊은 거 없나?’ 생각해 봤다. ‘아이쿠’ 아내가 사라는 것을 몇 주째 잊고 있었다. “당신이나 아들, 둘 다 어쩜 그렇게 똑같냐…” 아내가 한마디 한다.

“비슷한 두 사람이 같이 살아… “ 아내는 속이 터지나 보다. 순간 등이 움찔하고 반응한다. 이제 엄마 대신에 아내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을 수도 있겠다.


등짝 스매싱1_.png


keyword
이전 16화아들을 대하는 마음 매뉴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