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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의글쓰기 Jul 11. 2022

자연인 vs. 비자연인

아빠 이야기…”나는 자연인이다” 모니터링

오랜만에 장인 장모님 댁을 방문했다. 장인 어르신께서 소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하고 계셨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연속 재방영되고 있다. 어르신들은 이 프로그램을 무척 좋아하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함께 어울려 같이 사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반하여 깊은 산속에서 혼자 사는 사람을 프로그램에서 ‘자연인’이라 부른다. 오늘의 주인공 ‘자연인’을 만나러 ‘비자연인’이 찾아간다. 깊은 산속에 살고 있는 ‘자연인의 일상’을 ‘비자연인’이 함께 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정겹고 재밌다.


 ‘자연인’은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한다. 집도 짓고, 물도 끌어오고, 밥도 하고 음식도 한다. 길도 없는 산속에서 귀한 산나물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자연인의 생존 능력치는 최상 레벨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어떻게 ‘자연인’이 되었는지 그 사연을 들려준다. 모든 자연인에게는 이전의 ‘사회인’으로서의 삶이 있었고 깊은 산골에 들어온 사정이 있었다.


 카메라에 비친 ‘자연인’의 밝고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진행을 맡은 개그맨의 너스레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많은 손님이 와서 더 기쁘지 않았을까 한다(사실 카메라 뒤편에 얼마나 많은 제작진이 있는지 궁금하다)


 제작진이 촬영을 끝내고 되돌아간 후, 그 자연인의 마음이 먹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촬영팀이 미리 준비한 선물, 예를 들어 산에서 구하기 힘든 요긴한 물품을 주인공에게 주었으리라 예상해 본다. 주인공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하지만 또다시 그는 얼마나 외로울까? 얘기할 상대가 있다가 또 없다는 것이.


비자연인이 자연인의 마음을 제 멋대로 추측하고 판단하는 거 아닐까 조심스러워진다.



우리가 사는 환경이 주는 혜택과 어려움을 함께 생각해 보았다.

자연에 아주 가깝게 살고 있다면, 매일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깨고 자연의 색에 눈이 밝아질 것이다. 풀냄새 흙냄새를 맡고,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지낼 것이다. 이렇게 자연의 색, 소리, 냄새를 생각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자연이 주는 혜택이 그렇다. 하지만 오직 혼자서 감당해내야 한다. 살면서 필요한 것을 구하는 일과 자신의 안전까지… 자연은 때때로 시련을 주지 않겠는가?


반면에 도시에 산다면, 매일 아스팔트 위를 걷고 콘크리트 벽 사이에서 욕망으로 습한 공기를 마시며 살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 속해 있으면 편리하다. 일단 자연환경의 변화에 안전할 것이다. 각자 잘하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러면 모두가 모든 면에서 서로 혜택을 누린다.


우리는 가끔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사람이 아예 없는 깊은 산속에서 혼자 산다면 더 외로울 것 같다. 나는 자연이 주는 혜택이 부럽다. 그러나, 사회가 주는 혜택을 포기할 수 없다.


 솔직히 자연 속에서 생존할 자신이 없다. 우리 먼 조상들은 숲 속에서 무리를 이루어 살았다고 한다. ‘사회성’은 영장류의 생존 본능이었으며 인류는 진화를 통해 사회성이 강화되었다. “자연인”은 우리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새로운 종’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저런 곳에서 혼자 살 수 있을까? 낯설다 그리고 대단하다.


 환경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그래서 ‘자연인’은 그 영향을 쫓아서 스스로 산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자연인’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인의 삶’은 사회가 주는 혜택을 포기하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선택할 이유가 충분히 더 커야만 가능한 선택지이다. 나로서는 그 이유를 가늠하기 힘들다. 사회가 주는 혜택을 챙기면서 가끔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비자연인’인 편이 나은 거 같다. 역시 나는 손익계산이 빠른 ‘비자연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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