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내내 우리 집은 초파리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놈들이 여간 성가시고 끈덕진 게 아니었다. 어느덧 더위가 물러가고 초가을 날씨인데, 여태껏 이 싸움에서 승산이 보이질 않는다.
초여름 무렵 주방 음식쓰레기봉투에서 몇 마리의 초파리가 발견되면서 이 전쟁이 시작되었다. 날이 갈수록 잡는 초파리 마릿수보다 태어나는 개체수가 많게 되었다. 식사 준비할 때, 식사와 설거지 할 때를 가리지 않고 눈앞에서 알짱거린다. 이 녀석들이 보이면 신경이 곤두선다.
손바닥을 쳐서 잡고, 신문지 뭉치로 때려잡고, 잡아도 잡아도 그 수가 줄지 않는다. 결국 마트에서 <살충제>를 구매했다. 내가 알던 그 제품은 외관 색깔과 디자인이 바뀌어 있었고 ‘수성’, ‘냄새 없이 빠른 효과!’라고 쓰여있었다. ‘사람에게는 해가 적고 벌레는 잘 잡는다!라는 뜻이군…’
나는 자신 있게 날아가는 초파리떼에게 <홈 x퍼>를 흠뻑 뿌렸다. ‘칙~익…’ ‘어 그런데 웬걸?’ 녀석들이 그냥 달아난다. 어릴 적 보았던 광고에서는 ‘파리’ ‘모기’들이 힘없이 추락했었는데??’ 친환경제품 이라더니만 효능이 예전만 못했다. 석유 냄새를 풍기던 ‘파란색 통의 홈 x퍼’가 그리웠다.
이렇게 1차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전략을 바꾸어서 쓰레기를 자주 버리기로 했다. 쓰레기통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보고 말았다! “아뿔싸!” 쓰레기통 아래 받침대 틈새로 초파리 알들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드디어, 적의 심장부를 발견! 물티슈로 싹 닦아냈다. 물티슈 한통을 다 쓰고 쓰레기통을 세제로 닦아서 말렸다. 이후로 확실히 초파리가 보이질 않았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적의 본진을 쓸어버렸으니 이제 안심이다.
초파리알과 살충제
나는 며칠간 초파리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생각에 우쭐해졌고 긴장이 풀려있었다. 하지만 곧 초파리 몇 마리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놈들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다시 쓰레기통 안을 살펴보았다. 어느샌가 ‘노란색’ 알 몇 개가 안쪽면에 붙어 있었다. “지겨운 놈들…”
나는 즉시 적들을 응징했다. 초파리 알은 끈적해서 어디든지 잘 달라붙어 있고, 어두운 색에 붙어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물티슈로 싹 닦고 살충제를 뿌렸다. ‘아휴… 성가신 놈들…’
“악~”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주방에서 청소하고 있던 아내에게 달려갔다. 아내는 주방 아래 마루에 깔려있던 발판을 들어내고 청소 중이었는 데… 그 틈새에 100여개의 초파리 알들이 일렬로 깨알같이 붙어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벽에 붙여놓은 아일랜드 식탁 뒤편 어두운 곳에도 알들이 한 무더기가 나왔다!
며칠간 쓰레기통에 집중적으로 살충제를 뿌리자, 초파리들이 구석진 다른 곳에 알을 까고 있었던 거다. 이 녀석들도 생존 머리가 있었다! 물티슈를 동원해서 일일이 알들을 떨어내야 했다.
초파리를 무시하고 얕잡아보면 안 된다. 한낱 미물도 이렇게 인간을 오랫동안 성가시게 만들 수 있다.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다.
초파리는 오랜 진화를 거쳐 생존기술을 발달시켰나 보다. 어둡고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 한 번에 많은 알을 낳는다. 알은 끈적거려서 어디든지 잘 붙는다. 알의 표면이 반질해서 물에 젖거나 살충제가 침투하지 못하는 거 같다.
<초파리는 가정에서만 성가신 녀석이 아니다. 생물 실험실에서도 그렇다>
초파리는 유전자 관찰이 쉬워서 돌연변이 유전자 연구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생물 유전학 실험실에서 초파리가 귀중한 연구를 망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연구원이 못 보는 아주 찰나에 알을 낳아서 시험 물을 오염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나무 위키> 초파리
끝.
초파리의 일생 #공감에세이 #중년의글쓰기 #어른의글쓰기 #아빠글쓰기 #책쓰기 #출간작가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