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몇일간 묵으시면서 처리할 일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이번 참에 우리도 맛있는거 많이 먹고 온천도 가고 좀 쉬자!” 합니다. 나는 “좋은 생각인데!” 맞장구를 쳤습니다. 부모님이 오시면 식사준비며 여러 가지 신경쓸 일이 많아지고 불편한텐데… 아내가 고마웠습니다.
이제 부모님께서는 고향을 떠나 멀리 가시는 게 힘드신 모양입니다. 어머니는 원래 차를 타시면 멀미를 하시는 데 비해 아버지께서는 차 타는걸 좋아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노인이 되어버린 아버지는 차 타는 게 힘들다고 하십니다.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가 차에서 내리시는 데, 어지럽다고 하시네요. 제가 차로 모시고 돌아가실때는 KTX 기차를 타고 가시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은 기차가 편하다고 하십니다. 아마도 제가 운전하느라 고생 할까봐 하는 마음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김장한 김치와 아들집에 가서 먹을것을 챙기시면서 얘기하십니다.
“동건아.. 아빠랑 영정사진 찍어두었다. 드레스룸 창고에 있으니 알아두거라..”
“어… 요즘 어르신들이 미리 준비한다고 하더니… 알았어요”
주변에 아버지 친구분들이 여럿 세상을 뜨셨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이 났습니다. 아직 두분은 정정하신 편인데, 최근에 부쩍 기력이 쇠하시고 거동이 불편해 보이십니다. 부모님 영정사진에 대하여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될날이 와버렸습니다.
아들집에 오시자 부모님은 이리 저리 집을 살펴보십니다. 어머니는 거실창으로 멀리 산도 보이고 저층이라 어지럽지도 않아서 마음에 든다고 하십니다. 앞에 작은 개울을 따라서 공원도 있어서 산책하기도 좋습니다.
“그렇지, 딱 부모님이 좋아할거 같았다니까~” “전세금을 도와주셨으니 엄마 집이야”
“이참에 아들근처에 사시면 어때요?” 슬쩍 운을 떼어본다.
“아니 싫어, 우리집에서 살래..” 아버지께서 손을 저으십니다.
“실버타운 알아봤는데, 1년 2년 기다려야 한다더라..” 어머니는 친구분들을 통해서 들은 정보가 많으십니다.
“아프시기전에 저희 근처로 이사오세요”.... 오늘의 탐색전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은 현재 1층에 거주하기에 수시로 바깥에 나가기에 편합니다. 하지만 여기는 2층입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공동현관을 출입하고 엘리베이터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렸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낯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엉뚱한 층에 내려서 헤매이고 있는 걸 이웃분이 발견하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뇌속 편도체가 수축 되어 있고 점차 인지능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등이 더 굽어졌으며 다리를 살짝 절룩거리십니다.
몇일간 아들집에서 머물면서 부모님이 아들 내외와 함께 살 수 있을지 합을 맞추어 보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부모님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면서 정성껏 먹거리를 챙겨 드렸습니다.
우리 부부는 부모님 걱정을 하고 부모님은 아직도 아들을 걱정하십니다. 이제 서로를 걱정해주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노인이 되어버린 부모님은 약해지셨고, 보살핌을 받으셔야 하는 데, 아들의 이런 마음을 알고 계시지만 쉽게 <알겠다> 하고 말씀을 하지 않으십니다.
저는 막내라서 부모님께 사랑과 경제적 지원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 아들로서 부모님을 모셔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내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부모님의 마음을 살피는 연습을 해야 겠습니다.
지난 몇일간 며느리가 해주는 식사를 받아보시니 어머니는 좋으셨던거 같습니다. 평생 아버지 식사를 손수 챙겨주셨기에 “남이 해준 밥”을 제일 좋아하십니다. 살짝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모양입니다. 반면 아버지는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고 곁에 있으면 아들 걱정하게 되는 게 부담이신거 같습니다. 자식은 평생동안 부모의 걱정거리인가 봅니다. 저도 부모님의 이런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부모님은 평생 성실히 사셨기에 이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습니다. 지금도 오히려 자식을 도와주시려고 애쓰십니다. 저 연세에 꿋꿋이 두분께서 서로 의지하면서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고 합니다. 평생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셨던 두분이 존경스럽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행복한 생각만 하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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