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야기 … 노래의 힘을 빌리자.
부모님이 오신 김에 온 가족이 온천에 가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다리가 불편하고 멀미가 있어서 조수석에, 아들이 뒷좌석 가운데에 앉기로 했습니다. 아들은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서 많이 불편했을 겁니다.
저는 아버지와 아들과 함께 남탕에, 어머니는 아내와 함께 여탕으로 입장! 아들이 제 등을 시원하게 밀어주었습니다. 오랜만에 간지러운 등을 시원하게 밀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 목욕탕 내에서 뛰다가 넘어질까 봐 아들을 살피느라 목욕을 제대로 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제는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끊임없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어리어리하다가 넘어지실까 봐, 물가에 둔 어린아이처럼 제 시선은 아버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세신사에게 때 몸을 맡겼습니다. 이제 때 미는 일도 힘드신가 봅니다. 아버지 몸을 살펴보니 군데군데 검은 반점이 더 많아졌습니다.
우리는 일찍 목욕을 끝내고 로비에서 아내와 어머니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휴대폰이 울립니다. 화면을 보니 낯선 전화번호가 뜹니다. “여보세요?”
“여기 어르신이 신발을 못 찾아서 헤매고 있어요, 여탕으로 누구 좀 보내주세요~’ 상대방은 어느 아주머니였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즉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마침 아내가 여탕에서 어머니를 찾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로비로 나오시다가 신발을 찾으러 다시 돌아가셨고 넓은 락커룸에서 본인 옷장을 찾지 못하여 헤매고 계셨다고 합니다. 예전에 이런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다행히 아들 휴대폰 번호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십니다.
아버지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어머니가 밖에 나가면 뒤에서 계속 살펴야 한다. 곧잘 엉뚱한 곳으로 가더라..’ 이제 두 분은 노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온천을 하고 나온 뒤, 서로의 얼굴을 살펴보니 반질해져서 보기가 좋습니다. 나도 훨씬 건강해지고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납니다. ‘부모님께서 근처에 계시면 온천에 자주 갈 수 있을 텐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가 저녁식사 준비를 합니다. 아내도 기분이 좋았는지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아니.. 너는 힘들다는 얘가 노래를 흥얼거리냐?” 아내는 “그럼, 어머니가 노래 불러주세요.” 우리는 모두 “노래~노래~” 하면서 어머니께 노래를 청했습니다.
어머니는 노래 2곡을 완창 하셨습니다. 예전에 노래교실에 다니실 때 노래가 기억이 나셨나 봅니다.
“어머니~ 노래하실 때 목소리가 평소에 말씀하실 때와 전혀 달라요!” 아내는 어머니가 노래하시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어머니 목소리가 가늘고 여성스럽네~..” “맞아 맞아!” 나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칫..” 어머니께서 입을 삐죽이시면서 미소를 지으십니다. 아버지는 누워서 신문을 보시고 계셨는 데 살짝 웃고 계신 듯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한마디 하면서 도발했습니다~
“어머니. 이제 집에 계실 때, 말씀하시기보다는 노래를 부르시면 훨씬 더 아버지 사랑을 받으실 것 같아요~”
아버지 옆모습 표정을 살펴보니 웃고 계셨습니다!
“하하하...” 오랜만에 집안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아들 집에 와서 이렇게 웃고 계신 모습을 보니 감사합니다. 언젠가 부모님과 함께 한 이 순간들이 귀했다고 생각할 날이 올 겁니다.
즐거운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다른 이에게 전파됩니다. 우리가 평상상에 쓰는 말들은 주로 타박하는 소리, 불만의 목소리였습니다. 이런 소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전염시킵니다.
“노래는 즐겁다~ 산너머 길…”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서 불러보았습니다. 옆에 있던 아내가 따라 부릅니다. 이렇게 합창을 하니 더 좋습니다. <독일민요리듬에 가사를 창작한 이곡의 원곡은 사실은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서 도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두려움과 슬픔을 안고서 부르는 곡이었습니다>
모든 시대, 어느 문화에서 든 간에 힘든 고난을 앞에 두고 노래를 합창해서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나도 노래의 힘을 빌려야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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