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년의글쓰기 Dec 26. 2022

글쓰기는 OO을 추앙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중년의 글쓰기...

 일본에서 근무하던 시절, 아직 일본어가 서툴렀지만, 자료에 쓰여있는 내용을 대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중요단어가 한자로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함께 일했던 일본 동료는 내가 한자를 알고 있다는 걸 알고는 놀랐습니다. 한국사람들은 말도 틀리고 글자도 다른데, 신기하게 일본어 문서(한자로 된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를 대충 읽어내는 게 신기한가 봅니다.


“한국에서는 중학교까지 한자를 배운다 (물론 저와 비슷한 세대 경우)” 고 말해주었습니다.

일본동료는 “예전에는 한국신문에 한자가 많이 있었는 데, 요즘에는 전부 한글로 되어 있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더라” 합니다.

“아~. 지금은 어려운 한자 대신에 쉬운 한글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일본 신문에는 한자가 꽤 많습니다. 자주 접한 한자가 아니면 읽기도 어렵고 쓰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어려운 한자는 읽는 방법을 모를 수 있기에 한자 옆에 히라가나를 작게 따로 표기합니다.

일본의 어린아이는 한자로 된 단어를 적을 때, 일본식 발음 그대로 히라가나로 씁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한자를 익히면서 차차 더 많은 한자를 쓸 수 있게 됩니다. 어른이 한자로 된 단어를 히라가나로 쓰면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한자를 노트에 쓰고 일본 동료에게 보여주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정확히 쓸 줄 아는 한자단어가 몇 개 없었지만 기죽지 않으려고 그랬나 봅니다)


  한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한자문화권이었습니다. 지식인들은 중국의 철학, 기술, 문학을 수입해서 공부했습니다. 글을 안다는 건 한자(한문)를 읽고 쓴다는 것이고 어렸을 때부터 배울 수 있는 계급이란 뜻이었습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셔서 누구나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엄청난 일이란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근대에서 서구 문명을 받아들여 발전시킨 건 일본이었습니다. 일본이 서양의 책을 번역하고 소개하면서 새로운 개념의 단어를 한자를 조합해서 만들었습니다.  현재 쓰고 있는 많은 철학, 문학, 과학, 기술 용어가 일본에서 건너온 조어입니다.


 우리는 학생 때부터 이런 단어를 배웠습니다. 따라서, 업무 관련 필수 한자어를 읽을 수 있게 되면 일본인과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한국인이 일에 관련된 일본어를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속했던 공학분야는 특히 더 합니다. 애초부터 일본에서 수입한 기술이 많습니다. 아직 현장에서는 일본식 한자를 사용합니다. 이미 일본식 한자단어에 익숙하고 그 개념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엔지니어는 소통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일본인은 글을 쓸 때, 복잡한 한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나 우리는 쉬운 한글로 쓰니 정말 다행입니다. (요즘은 컴퓨터가 히라가나를 한자로 변환해주기 때문에 컴퓨터로 한자를 쓰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한자의 형태도 많이 다릅니다. 한자를 일상에서 써야 하는 중국과 일본은 글자를 쓰기 쉽게 변형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한나라시절의 오래된 한자의 원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자로 된 용어의 개념을 이해하고 한글로 쉽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 지금 이렇게 한자를 쓰지 않고도 마음껏(?)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글쓰기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창제한 ‘한글’을 추앙하는 일이 아닐까요? 우리는 매일 한글을 추앙하면서 사는 셈입니다.


끝.


*세익스피어의 문학작품으로 인해 영어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국력이 세계로 뻗어갈 무렵, 영어로 쓰여진 많은 기술서적과 문학서적이 함께 전세계적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우리 한글로 된 좋은 컨텐츠가 세계로 뻗아가서 높아진 국력에 힘을 받아 세계적인 언어가 되기를 염원합니다!


 


세종국립도서관 로비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

#공감에세이 #중년의글쓰기 #어른의글쓰기 #아빠글쓰기 #책쓰기 #출간작가도전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글쓰기전 자전거를 타는 까닭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