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글쓰기
이상하다. 요즘 부쩍 아들이 보고 싶다. 아들은 방학중에 단기 집중과외를 받으러 서울에 가있다. 금요일 저녁에 집으로 내려오고 일요일 오후에 올라간다. 서울 임시거처가 비좁아서 여러 가지로 불편할 텐데, 아빠로서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학기 중에 아들이 집에 있을 때는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잘 치우지 않고, 삐딱한 자세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에 속이 뒤집어진 적이 많았다. 그랬던 내가 이게 뭔 일인가? 녀석이 집에 없으니 그립다.
아들과 뭐 살갑게 얘기하는 부자관계는 아니다. 떨어져 지내다가 주말에만 얼굴을 보니 잔소리할 시간이 없어져서 그런 걸까? 암튼, 마음이 허전한 게 가슴에 바람이 든다. 남자가 중년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많아져서 가을을 탄다고 하던데, 나는 아들을 타고 있다. 아내보다 내가 아들을 보고 싶다고 더 자주 얘기한다.
아들도 작년과는 또 달라진 거 같다. 더 이상 무작정 떼를 쓰던 아이가 아니다.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아내의 대치동 학원 제안에 아들이 오케이를 했다. 의외였다! 아들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절대로 하는 녀석이 아니다. 고등학교도 서울에 있는 ‘예술고등학교’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이제 꼼짝없이 서울에서 학교 다니고 살아가야 한다. 이번 참에 ‘서울에서 두 달간 살아보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매주 아들을 인근 KTX역으로 데려다주고 데리고 온다. 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그리워지는 게 아닐까? 그리고, 주말 저녁마다 아들 얘기를 듣는 게 재밌다. 매주 아들을 만나는 날을 기대하니 더 애틋해지는 가 보다. 아들이 벌써 부모 곁을 떠나서 독립할 준비를 하는 거 같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걸까?
아내는 ‘아들이 부모 곁을 떠나서 멀리 훨훨 날아가는 게 맞다’ ‘자녀를 붙잡고 날개를 펴지 못하게 하는 게 안 좋은 거다’ 한다. 100% 공감한다.
아들에 대한 애틋함이 주말마다 기다리는 마음에서 온 것이든, 중년 아빠의 호르몬 변화로 생긴 것이든 어떠하랴. 나는 아버지의 속마음을 알아가는 중이다. 내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평소에는 표현하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아버지께서 가끔 나의 대학 입학식 때 얘기를 하신다. 그때 나는 하루종일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집에 와서도 입시 준비에 매달렸다. 그날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서 “수고했다” 고 한마디 하셨다.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졌다.
‘그때, 네 손이 뼈만 남아 앙상했어. 안쓰러웠다’ …
나는 이번 주말에 아들의 손을 잡고 “집 떠나서 고생스럽지?” 해보았다.
우리는 위로를 할 때, 상대의 손을 잡고 가슴으로 안아준다. 그러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달된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특히, 가족 간의 포옹은 더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 이제부터라도 아들을 더 자주 안아주어야겠다.
<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BRAIN VIEW>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임신 전후로 엄마의 호르몬 상태가 급격히 변한다고 합니다. 엄마는 수유를 해야 하기에 몸의 변화가 바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빠는 겉보기에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도 아이의 출생과 함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상태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아빠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다소 감소하고, 돌봄을 담당하는 호르몬인 프로락틴** 수치가 아이와의 신체 접촉과 함께 증가한다. 프로락틴은 사람들을 온화하고 다정다감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 테스토스테론: 남성의 성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낙관적이고 공격적/투쟁적인 성향을 강화시킨다.
**프로락틴: 수유기 모유 생산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성욕을 감퇴시킨다.
“인간 수컷은 태어난 아기와 접촉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프로락틴의 농도가 함께 상승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혈족아기에 ‘피가 당기는’그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아기의 아버지가 다른 사람이라 해도 아기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프로락틴을 통한 애착 관계가 형성된다”
놀랍지 않은가? 아빠가 되면 ‘다정다감’ 해지는 호르몬이 나온다니…. 뿐만 아니라 아기와 접촉이 많을수록 그 수치가 증가한다! 우리가 아이와 자주 손을 잡고 포옹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에게 손을 내밀면 아이는 손가락 하나를 꼭 잡고는 웃는다. 이때 저절로 ‘아빠 미소’를 짓게 된다. 우리 아들이 내 손가락을 잡았을 때, 그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의 생체시스템이 그렇게 진화했다고 한다. <포유류>란 명칭이 예사롭지 않다. 엄마가 아이를 안고, 우유를 먹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상상만 해도 모성애가 작동한다. 그리고, 아빠의 부성애도 아이를 양육하면서 커져간다니. 다행이고 신기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