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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iO Sep 20. 2022

고독한 이방인에게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

20년을 넘게 외국에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도 난 이방인이었다.


지나간 시간들은 돌아보니 참 열심히도 살았었다. 그렇게 바둥바둥거리지 않았어도 되었는데.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복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도 되었었는데 말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로컬 교회에서 부 리더로 스카우트 봉사를 하기도 했고 교회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나는 한국 문화를 소개한답시고 한복까지 입고 행사를 도맡아 했다. 내 키만큼 큰 화지에 한국의 대표적인 사진들-김연아, 태권도, it산업, 선박사업, 큰 기업들(그때는 삼성이 한국 회사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을 붙이고 설명을 적고 앞에 나가서 잘 안 되는 어설픈 영어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리는 설명도 했다.  

유색 민족이 유일한 우리 가족이었기에 주목도 많이 받았고 관심도 많이 받았었다. 그래, 사랑도 많이 받았다 해 두자.


그때는 어떻게든지 영국에서 출생을 한 이 두 아이를 데리고 살아남아야만 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현지인 엄마들과 수다도 떨어야 했다. 잘 못 알아들어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어떻게든 정보도 얻어 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이리저리 생일 초대에도 우리 아이들이 초대받고 아이들한테 못 듣는 이런저런 학교 소식들을 주워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로컬 엄마들처럼 우리 아이들 생일에 친구들을 다 초대를 하곤 했다. 나에게도 나름 현지인 남편이 있는데도 주말이면 일로 더 바쁜 이유로 항상 초대나 행사는 내가 다 도맡아 해야만 했다. (외국인이 내가..) 


그러다가 아이들에게 나름 모국어를 가르친다고 4년을 한국에 살다가 오니 뭔가 기분이 달랐다.

글쎄.. 영국에 다시 와서 교회를 가니 기분이 묘하게 이상했다. 10년을 다녔던 로컬 교회 멤버들은  변한 게 없었다. 그나마 있던 성가대가 없어지고 4년 전 갖난 애기들은 어린이가 되고 울 아들 또래였던 친구들은 teenager 되어서 아이들과도 어색 어색해지고 더 이상 귀여웠던 어린이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좀 더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신 분들이 늘어나고 나이 지긋하셨던 몇 분들이 보이지 않으셨을 뿐.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4년 만에 인사를 드리니  

"Hi, how are you, Alison and Michael?"  정해 놓은 안부 인사말뿐. 

그리고 다음 주에 가도 그랬다.

그때 이런 기분이 딱 들었다.

'그냥 딱 이방인이구나...'  하는 기분이.

빼놓고 다들 가족 같았다. 먼 친척들까지 다 모인.  여기를 10년 넘게 다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전에는 어떻게든 인싸이드에 들어가려 노력하느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일이 있어서 가지 않아도 딱히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이건 로컬 교회뿐이 아니었다.

관심과 오지랖이 넓은 한국인들과는 달리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상대방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크게 관여하지 않는 배려.

 때론 영국인들의 "배려"가 날 더 씁쓸하게 했다.


그렇게 이방인에 되어가면서..

이 땅에는 혼자 지내기에 더욱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나도 이제 나이가 드니 한복을 입고 남들 앞에 서서 떠들기도 귀찮아졌고. 그냥 편한 게 좋다. 20대 30대 때처럼 로컬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점점 줄어들었고 아이들이 점점 커 갈수록 친구들 엄마? 의 정보도 그 필요성도 점점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듯하다.



이제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스무 해 중반 영국 땅에 와서 스무 해가 넘는 시간들 동안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보냈다.


올해 나의 버킷리스트이자 오랫동안의 계획이었던 '스무 해의 다이어리'책을 두 권 내었고  이제 내 인생의 제3막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제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내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추며 이 영국 땅이라는 곳에서 멋지게 살아가는 법을 그려보고자 한다.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 낯선 땅에서 그동안 수고했어. 지희야"


언젠가는 이 하나하나의 스토리가 또 하나의 책으로 탄생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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