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을 보면 욕을 얻어먹든 말든 상사의 부당한 말에 할 말을 다 하고 본인이 하기 싫으면 단호하게 거절도 참 잘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들처럼 단호하지 못하다. 남의 시선도 신경 써야 하고 그렇게 행동했을 때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내 성격상 감당할 수도 없다는 걸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안다.
남에 대한 관심을 끄는 것은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다.
그건 각자의 성격과 그리고 지금 내가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다라다를 것이다.
난 지금까지 그게 환경 탓이 크다고 생각을 했었다.
영국의 시골 마을에 살다 보면 아주 사소한 작은 사람들의 행동과 말에도 다들 서로 신경을 쓰게 된다. 특히 한인들끼리는 더 하다.
한인들도 몇 명 없는데 누군가1이 누군가2에게 누군가3의 험담을 하면 바로 누군가 3은 누군가4에게서 누군가1이 한 나의 험담을 전해 듣는다. 누군가2와 4는 친구였고 누군가4는 3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들 직접 당사자에게 전하는 게 아니고 내가 직접 한 험담이 아니니 그 말을 친구에게 전하는 건 그냥 대화와 가십거리일 뿐 너무나도 쉽게 하게 된다. 무료한 일상에 단순한 양념같은 얘깃거리로. 그런데 누군가 2는 누군가1에게서 "그렇구나"하고 험담에 동조만 해 줬다는 걸로 아무런 나쁜 감정이 없던 3과 2까지 사이가 나빠지게 된다. 왜냐면 누군가1은 누군가 2뿐만 아니라 누군가5에게까지 누군가3에 대한 험담을 자기 합리화시키기 위해 자기 얘기만 들어주던 누군가2까지 팔아 들여 "누군가 2도 내 말에 동조를 해 주더라"라고 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2는 참 좋은 사람인데 누군가1이 안 민망하게 그냥 얘기를 들어만 주었을 뿐인데 말이다. 더구나 누군가1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면 남의 험담을 나에게 할 때 더더욱 곤란해지기 마련이다.
그 앞에서 "전 남의 험담을 듣는 게 싫으니 저한테는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차라리 한인의 수가 많다면 내가 맞는 사람만 만나면 그만인데 이렇게 한인사회가 너무 적다면 그 몇 명끼리 다 연결되어 있기에 곤란한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게 된다.
이토록 너무 일상이 뻔하고 지루한 매일매일을 살고 있는 것과 달리 매일매일의삶이 나의일로 정신없고 신경 써야 할 일로 넘쳐나고 삶이 바쁘다면 확실히 덜 할 것이다.
'다 시간이 남아돌고 한가하니 남에 대한 쓸데없는 관심이 한없이 많아지는 법...'
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근데 아무리 바빠도 다른 사람에 대한 행동이 거슬리거나 내 행동 하나하나 눈치가 보이는 건 어느정도 성격 탓도 있다.그리고 바쁘면 관심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빠서 남에 대한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을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1. 사람들의 의견은 쉽게 변한다.
나를 판단하는 말도 그들의 견해도 정답이 아니다. 변하고 틀렸을 수도 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일 뿐이며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진실이 아니라 관점을 뿐이다.-마루크스 아우렐리우스-
2. 생긴 대로 살아.
난 딱히 쿨 하지도 않고 대인배도 아니고 속도 안 넓은데 쿨한 척 소인배가 아닌 척 마음 넓은 척 살려고 하니 눈치가 보인다.
그냥 생긴 대로 살자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날 좋아해 줄 사람과 날 싫어하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한 심리학자가 연구한 결과가 재미있었다.
굉장히 사람들에게 잘하려 노력하고 손해보고 살았더니 그 결과는 이러했다. 10명 중 날 좋아하는 사람은 2명, 날 정말 싫어하는 사람도 2명, 나머지 6명은 별 관심도 없다.
그리고 내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할 말 다 하고 살았더니 그 결과는 또 이러했다. 10명 중 날 좋아하는 사람은 2명, 날 정말 싫어하는 사람도 2명, 나머지 6명은 별 관심도 없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그냥 나 답게 살자. 어차피 척하고 살아도 다 들통나기 마련이다. 부자연스러우니 어색하게 되고 그리고 덜 멋있다.
얼마 전 이 좁은 한인 사회에서 작은 사건이 또 터졌다.
누군가 1이 누군가 2의 욕을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누군가 3에게 이건 못 참겠다?며 누군가2의 험담을 하게 되었고 누군가3은 다 듣고 나에게 깜짝 놀라 고민을 얘기한다. 본인도 누군가 2에게서 어느 정도 서운함을 맘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던 찰나였지만 그래도 앞으로 2와도 만나면 잘 지낼 것인데 누군가1이 누군가2의 험담을 할 때 "맞아요" 하면서 본인도 양념을 쳐 가면서 같이 험담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짜고 싶던 고름을 상처 남을까 봐 안 짜고 참았는데 같이 짜게 되었으니 얼마나 시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찝찝함은 고름을 짜고 난 뒤 붉게 부풀어 오른 피부처럼 기분이 정말 찝찝하고 좋지 않게 된다.
나에게 누군가1이 누군가2의 욕을 했다면 나 또한 할 말이 많았기에 똑같이 했을지 모른다. 그냥 나한테 안 했음을 감사할 뿐. 그래도 앞으로 혹시나 하게 되면... 다짐을 한다.
'그 상황을 누군가1이 눈치채지 못하게 피하거나 재빨리 다른 화제로 돌려야지. 절대 같이 동조나 의견을 함께 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