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남한테 싫은 소리 잘 못 하고부탁이나 요구도 잘 못한다. 또한 남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고 웬만하면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는다.
이러하니 항상 감정을 심하게 소모하게 되고 그러한 감정들 때문에 지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정말 착한데 눈치가 없거나 내 중심적이고 남의 신경을 덜 쓰는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도 오히려 속 편할 것이다. 부당한 대우나 상황에 화를 내고 하고 싶은 말도 다 하고 요구할 수 있다. 상대방의 부탁에도 내가 원하지 않으면 거절도 잘한다. 그리고딱히 거절했을 때 다가올 후폭풍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든 뒤에서 날욕을 하든 말든상관없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절대 우울증 따위 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방은 상처를 받든 말든 내가 할 말 다 하고 요구 다 하고 잘 따지면 내 속은편하겠지만바른 행동일까?
아니다.
아니면, 무조건 참으면서 내 감정을 보살피지 못하는 것이 나을까?
그것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나를 잘 보살피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을까?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말을 하냐가 중요하다.
그 방법은 '부탁과 제안'으로 말을 바꾸는 것이다. 내가 얻을 결과는 똑같은데 부탁을 하거나 제안을 하면 상대방은 상처를 받지 않는다.
자존감이 낮거나 우울증에 잘 걸리는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남 탓을 많이 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낮은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 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너무 모든 상황을 내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내가 결정한 일에 내가 책임지고 더 나아가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환경을 탓하거나 주변인들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모든 일들과 나의 상황들을 제삼자나 그 상황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책임을 돌리게 된다. 그러면서 또 그 불행한 상황들은나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같은 상황이라도 그걸 불평만 하는 상황으로만 보면 끝이 없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두 명의 지인을 보면 이렇다.
한 언니는 너무나도 예민해서 요즘 잠을 잘 못 잔다. 그것이 바쁜 직장 생활을 몇십 년 하다가 쉬게 된 계기일 수도 있고 아님 갱년기 증상과 겹치면서 우울증이 와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뭐가 시작인지는 모르지만 잠을 못 자니 더 우울해지고 멍해졌다. 평소 이 언니는 매사에 일도 확실히 잘 처리하고 밝고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며 여기저기 잘 챙길 줄도 안다. 눈치도 너무 빨라서 사람들의 마음도 잘 헤아려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맘이 따뜻하고 정이 많다. 같이 얘기를 하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들어줄 줄 알고 마음이 아픈 친구들을 위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언니는 요전까지 우울증과 수면제 약을 함께 복용했다. 심할 때는 수면제를 아무리 먹어도 잠을 못 자고 잔다 해도 약 때문에 억지로 잠이 들어서 푹 잤다는 기분도 안 든다고 했다. 잠을 못 자니 피부도 뒤집어지고 이명도 들리기 시작했다.
정신과 상담도 받았었는데 그 원인은 가족에 대한 불만이 시작이었다. 결혼 때부터 남편과 성향이 너무나도 안 맞았고 그게 스트레스로 계속 이어져왔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잘 안 되면 모든 게 남편의 성격을 물려받은 거 같았고 잘못된 결혼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다 생각이 들고 모든 부분이 꼬였다고 생각 드는 게 다 남편 탓이라 생각했다.
"이 남자와 결혼만 안 했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거야"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그래도 "형부는 이러이러한 부분은 착하잖아"하고 위로를 해 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그냥 언니 입장에서 위로해 주었다. 그게 언니한테는 차라리 더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게 언니 정말 힘들었겠다."
이제는 언니가 약도 줄이고 잠도 그럭저럭 잘 잔다. 완벽하게 나은 건 아니지만 언니가 이 불행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된 건 이혼도 그 어떤 다른 출구도 아니었다.
"내려놓자"
매일 등산을 하면서 한발 한발 내 디딜 때마다 마음을 산에 묻어놓고 내려놓곤 했다고 했다. 자식에 대한 기대감, 실망감, 남편에 대한 불신, 그리고 상황들에 대한 불만들을.
그러고 나니 제삼자에 의해 만들어진 누구의 남편과 누구의 엄마가 아닌, 원래 내 이름 석자인 나 자신 그대로를 조금씩 되돌아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한 친구는 큰 배신을 몇 번 당하고 결혼 자체를 안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남자에 대한 믿음이 이제 아예 없으니 결혼을 해서 누군가를 믿고 평생 살아갈 자신이 아예 없다고 한다. 평생 함께 할 것 같은 믿음과 사랑을 주고 세상이 당장 멸망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약속을 한 사람이 어느 순간 달라져 감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고 그리고 그 직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본인은 상대방이 조금 실망스럽거나 사랑이 처음보다 조금 식은 거 같아도 그 사람에 대한 추억과 정, 그리고 믿음을 생각하면 그래도 큰 어긋남이 없다면 사람을 쉽게 배신하거나 단순 자신의 감정의 변화로 상대방으로부터 뒤돌아 서지는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상대방은 한순간에 그렇게 다른 사람이 되어갈 수 있는지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만 주면 그걸 들고 잽싸게 달아나버리니 이젠 순수한 마음도 사람에 대한 믿음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술을 한 잔 기울며 푸념을 듣고 있으면 나 또한 너무 가슴이 아파왔다.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닌데...'
"이젠 이런 쓰레기들 말고 좋은 사람 만날 거야. 그리고 이 순간에도 그 새끼는 네 생각 안 하고 잘 살고 있어"
위로를 해 주지만 사랑이 떠난 아픔보다 자신을 위해 생명까지 바칠 것 같은 그 눈빛이 식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자신을 뒤돌아보지도 않고갔던 그 싸늘한 제스처와 눈빛이 가슴속에 박혀 너무나도 아프다 한다.
"개보다 못한 사람을 난 이제못 믿겠어"
"맞아, 사람의 마음은 개보다 훨씬 못해. 약하고 쉽게 변해. 하지만 사랑보다 더 큰 인격의그릇을 가진 멋진 사람도 분명히 있어"
남의 탓만 하다가 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지 말자. 그리고 나쁜 놈, 비겁한 놈은 가능한 한 빨리 잊자. 그릇이 딱 간장종지만큼도 안 되는 못난 인간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런 쓰레기를 만나는 것도 네가 그런 쓰레기형을 좋아한 네 탓이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