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iniO Oct 11. 2022

남 탓 좀 하지 마. 그리고 어차피 그 새끼는 잘 살아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자존감이 낮거나 우울증 걸리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바로 '어설프게 적당히 착한 사람들'이다.

특히 남한테 싫은 소리 잘 못 하고 부탁이나 요구도 잘 못한다. 또한 남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고 웬만하면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는다.

이러하니 항상 감정을 심하게 소모하게 되고 그러한 감정들 때문에 지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정말 착한데 눈치가 없거나 내 중심적이고 남의 신경을 덜 쓰는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도 오히려 속 편할 것이다. 부당한 대우나 상황에 화를 내고 하고 싶은 말도 다 하고 요구할 수 있다. 상대방의 부탁에도 내가 원하지 않으면 거절도 잘한다. 그리고 딱히 거절했을 때 다가올 후폭풍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든 뒤에서 날 욕을 하든 말든 상관없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절대 우울증 따위 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방은 상처를 받든 말든 내가 할 말 다 하고 요구 다 하고 잘 따지면 내 속은 편하겠지만 바른 행동일까?

아니다.  

아니면, 무조건 참으면서 내 감정을 보살피지 못하는 것이 나을까?

그것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나를 잘 보살피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을?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말을 하냐가 중요하다.

그 방법은 '부탁과 제안'으로 말을 바꾸는 것이다. 내가 얻을 결과는 똑같은데 부탁을 하거나 제안을 하면 상대방은 상처를 받지 않는다.


감이 낮거나 우울증에 잘 걸리는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남 탓을 많이 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낮은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 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너무 모든 상황을 내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내가 결정한 일에 내가 책임지고 더 나아가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환경을 탓하거나 주변인들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모든 일들과 나의 상황들을 제삼자나 그 상황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책임을 돌리게 된다. 그러면서 또 그 불행한 상황들은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은 상황이라도 그걸 불평만 하는 상황으로만 보면 끝이 없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두 명의 지인을 보면 이렇다.


한 언니는 너무나도 예민해서 요즘 잠을 잘 못 잔다. 그것이 바쁜 직장 생활을 몇십 년 하다가 쉬게 된 계기일 수도 있고 아님 갱년기 증상과 겹치면서 우울증이 와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뭐가 시작인지는 모르지만 잠을 못 자니 더 우울해지고 멍해졌다. 평소 이 언니는 매사에 일도 확실히 잘 처리하고 밝고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며 여기저기 잘 챙길 줄도 안다. 눈치도 너무 빨라서 사람들의 마음도 잘 헤아려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맘이 따뜻하고 정이 많다. 같이 얘기를  하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들어줄 줄 알고 마음이 아픈 친구들을 위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언니는 요전까지 우울증과 수면제 약을 함께 복용했다. 심할 때는 수면제를 아무리 먹어도 잠을 못 자고 잔다 해도 약 때문에 억지로 잠이 들어서 푹 잤다는 기분도 안 든다고 했다. 을 못 자니 피부도 뒤집어지고 이명도 들리기 시작했다.

정신과 상담도 받았었는데 그 원인은 가족에 대한 불만이 시작이었다. 결혼 때부터 남편과 성향이 너무나도 안 맞았고 그게 스트레스로 계속 이어져왔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잘 안 되면 모든 게 남편의 성격을 물려받은 거 같았고 잘못된 결혼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다 생각이 들고 모든 부분이 꼬였다고 생각 드는 게 다 남편 탓이라 생각했다.

"이 남자와 결혼만 안 했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거야"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그래도 "형부는 이러이러한 부분은 착하잖아"하고 위로를 해 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그냥 언니 입장에서 위로해 주었다. 그게 언니한테는 차라리 더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게 언니 정말 힘들었겠다."

이제는 언니가 약도 줄이고 잠도 그럭저럭 잘 잔다. 완벽하게 나은 건 아니지만 언니가 이 불행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된 건 이혼도 그 어떤 다른 출구도 아니었다.

"내려놓자"

매일 등산을 하면서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마음을 산에 묻어놓고 내려놓곤 했다고 했다. 자식에 대한 기대감, 실망감, 남편에 대한 불신, 그리고 상황들에 대한 불만들을.

그러고 나니 제삼자에 의해 만들어진 누구의 남편과 누구의 엄마가 아닌, 원래 이름 석자인  자신 그대로를 조금씩 되돌아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한 친구는 큰 배신을 몇 번 당하고 결혼 자체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남자에 대한 믿음이 이제 아예 없으니 결혼을 해서 누군가를 믿고 평생 살아갈 자신이 아예 없다고 한다. 평생 함께 할 것 같은 믿음과 사랑을 주고 세상이 당장 멸망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약속을 한 사람이 어느 순간 달라져 감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고 그리고 그 직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본인은 상대방이 조금 실망스럽거나 사랑이 처음보다 조금 식은 거 같아도 그 사람에 대한 추억과 정, 그리고 믿음을 생각하면 그래도 큰 어긋남이 없다면 사람을 쉽게 배신하거나 단순 자신의 감정의 변화로 상대방으로부터 뒤돌아 서지는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상대방은 한순간에 그렇게 다른 사람이 되어갈 수 있는지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만 주면 그걸 들고 잽싸게 달아나버리니 이젠 순수한 마음도 사람에 대한 믿음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술을 한 잔 기울며 푸념을 듣고 있으면 나 또한 너무 가슴이 아파왔다.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닌데...'

"이젠 이런 쓰레기들 말고 좋은 사람 만날 거야. 그리고 이 순간에도 그 새끼는 네 생각 안 하고 잘 살고 있어"

위로를 해 주지만 사랑이 떠난 아픔보다 자신을 위해 생명까지 바칠 것 같은 그 눈빛이 식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자신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갔던 그 싸늘한 제스처와 눈빛이 가슴속에 박혀 너무나도 아프다 한다.

"개보다 못한 사람을 난 이제 못 믿겠어"

"맞아, 사람의 마음은 보다 훨씬 못해. 약하고 쉽게 변해. 하지만 사랑보다 더  인격의 그릇을 가진 멋진 사람도 분명히 있어"


남의 탓만 하다가 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지 말자.
그리고 나쁜 놈, 비겁한 놈은
가능한 한 빨리 잊자.
그릇이 딱 간장종지만큼도
 안 되는 못난 인간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런 쓰레기를 만나는 것도
네가 그런 쓰레기형을 좋아한
네 탓이기도 해.



 


이전 05화 신경 끄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