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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iO Oct 12. 2022

늙는 것도 축복이야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

'호스피스에서 암 말기로 죽어가는 환자가 죽기 전에 남기는 후회하는 일들...'

이런 글들과 영상들을 한 번씩은 접해 보았을 것이다.


작은 일에 감사하지 못한 것, 너무 바쁘게 앞만 보고 산 것, 여행을 많이 못한 것, 소중한 사람들에게 많이 표현 하지 못한 것, 좀 더 건강을 돌보지 못 한 것 등.  우리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지만 막상 또 바쁘게 살다 보면 나 자신에게는 마지막이 절대 없는 듯 잊어버리고 산다.

그중 나의 가슴에 내리꽂듯이 와닿은 말이 있었다.

"늙는 것도 축복이야"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두가 죽음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는 걸 다들 모른 척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오늘보다는 어제가 더 젊었다는 걸 항상 아쉬워하고 안타까워만 한다. 늙은이는 젊은이 그  자체가 부럽다. 그리고 내가 젊을 때는 그걸 몰랐다고 한탄을 한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같이 여행 가자"

어제 점심때 지인들과 차를 마시면서 한 말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늙어가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잘 없다. 더 젊어지기 위해서 더 젊어 보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늙어가는 것도 축복이에요"

이 말을 한 사람은 30대 어느 여자 암 말기 환자가 죽음을 앞두고 한 말이다.  환자는 자신이 늙어가는 걸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낳고 키우고 노년기를 동반자와 함께 맞이하는 그 평범한 삶을 한 순간 한 순간 맞이하고 살아보는것 자체가 얼마나 간절했을까.


그래, 항상 지난날들을 그리워하지만 말고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고 가장 행복하게 보내자. 그리고 앞으로 늙어갈 나의 모습들을 상상하며 앞으로 내가 맞이하게 될 나를 위한 가장 행복한 모습들을 상상해 보면서 그 미래의 모습을 하얀 도화지에 그려 나가자. 지금까지는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나가서 사람들이 내 나이에 깜짝 놀라면서 젊어 보인다는 말을 하면 마냥 기쁘고 그걸 즐기기만 했다. 하지만 다 알고 있다. 의미 없다. 나도 계속 늙어가고 있다는 걸. 그냥 지난 세월들이 아쉽고 아깝기만 했다. 그리고 한 살이라도 더 젊은 이 시기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냐라는 안달감에 항상 초조함을 느낄 이었다. 그냥 이 '세월'이라는 것 자체에 내 삶이 질질 끌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 번도 내 노년기의 모습을 기대한다거나 기다린 적이 없었다. 그냥 노년이 되어 간다는 건 슬픈 일이고 별로 상상하기 싫었다. 그렇게 되니 내 과거와 지금 현실의 모습에만 급급하게 되었다. 

미래에 내가 어떤 모습일까 라 부분은 날 보호해 줄 수 있는 아주 튼튼하고 강한 뭔가의 바운더리가 갖추어지지 않는 한 너무 비참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것이 돈이고 지위고 명성이라고만 생각했다. 미래에 있어서는 한 번도 있는 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지 않았다.  


결혼 전, 육아과정, 아이들의 독립 후, 이렇게 인생을 세 챕터로 나누었다. 이제 번째 챕터를 그려나가야지 하면서도 그 주인공을 나로 만들어 주지는 못했던 거 같다.

두 번째 챕터에서의 스무 해는 가족들과 아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니 차라리 한 편 쉬웠다. 삶의 목적도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앞으로 혼자가 되어 버릴 나를 끌어안으려고 막상 나를 되돌아보니 너무 갖추고 있지 않는 나의 모습에 한숨이 쉬어지고 위태롭게만 느껴졌다.  

"이제 이 나이가 되었으니 어느 정도 저축을 해야지, 어떤 집을 갖추어야지. 더 늙으면 돈이 최고야. 아님 비참해. 돈이 너의 가장 튼튼한 보호막이 되어줄 거야"

물론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날 아끼고 사랑해 줄 나 자신이 있는 그대로 나를 안아주지 않는다면 그 누가 안아줄까.


" 지금 모습이 너무나도 이뻐.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리고 지금까지 정말 잘해 내었어.

앞으로 그냥 이 모습 그대로 주욱 가도 아주 멋진 할머니가 되어 있을 거야. 사람들이 보면 한없이 편안함을 느끼고  모습을 통해서 아름다운 인품과 덕이 묻어 나오는 그러한 멋진 인생을 살게 될 거야."


앞으로는 나의 이쁜 모습만이 아닌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모습들 또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나를 기대하며 행복하게 준비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그리고 늙어가는 것도 축복이야
아름답게 늙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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