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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급로그아웃 Dec 16. 2022

"오열 걱정말고 봐봐"...잔잔한 청춘멜로 '오세이사'

[맛있는 별점] 영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3줄요약

달달함 넘치는 청춘멜로물...명대사의 향연 '몽글몽글'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세가지...'슬픔' 시럽 한 스푼

소설가=여주 '플롯'...잔잔한 감정 차근차근 밀려온다


들어가며

일본 영화다. 예전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을 너무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스미노 요루의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영화는 재밌었다. 이런 청춘물에 아련한 사랑이 섞여있는 일본 영화는 꽤나 감성을 자극하기에 혼자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근데 걱정거리가 있었다. 정말 큰 거 한방 크게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슬픔에 압도되면 영화에 대한 잔상과 별개로 그날의 기분을 좌지우지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극장에 들어갔다. 이런 류의 영화는 제목만 봐서는 전혀 내용을 알 수 없기에 '슬픈 영화'겠거니 하고 털-썩 앉아서 봤던 영화, 결국 코를 훌쩍 거리며 봤던 영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22) 맛있게 별점을 매겨보자.


이 리뷰는 의외로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에피타이저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고백한다...그리고 그 둘은 그렇게 시작된다.


여기, 사고로 기억장애를 앓고 있는 소녀, 마오리가 있다. 선행성 기억 상실증, 그녀는 딱 2019년 그러니까 고등학교부터 지금까지 기억이 없다. 아니 정확히 리셋(Reset) 된다.


그녀는 매일 아침, 이제까지의 나와 '일기장'에서 만난다. 어색하다. 기억이 나지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와 주변 사람들 위해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마오리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에 담긴 일기를 꺼내 읽는다. 나는 이런 병을 알고 있고 이런 상황이며 이런저런걸 해야한다는 식의 내용이 담긴 텍스트를 읽으며, 마오리는 하루를 시작한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스틸 이미지

그런 그녀가 수납장 공간 뒤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림책, 어떤 남성을 그린 스케치를 발견하곤 의문이 든다. 마오리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이즈미에게 스케치를 보여주는데,


시간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그쯔음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


마오리에게 다가오는 한 남학생, "나랑 사귈래?"


..."그래" 마오리가 대답한다.



달달함이 200% 차오르는 느끼한 맛

원작소설이 있으니...그래도 느끼해 '김치 생각나'


영화는 전체적으로 낭랑한 분위기다. 여주(마오리)의 병에 대한 슬픈 스토리가 나오지만, 꾹꾹 참고 견디며 꿋꿋이 버티려고 하는 여주, 그런 여주를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여주 친구(이즈미), 남주 역시 어머니를 일찍 여읜 슬픔이 있지만 여주의 깨발랄함을 통해 행복함을 느낀다. 


전형적인 스토리 진행 방식인 것 같다. 청춘물이고 드라마니 어쩔 수 없다만, 다 좋은데 "이게 실화냐"하는 달달함 넘치는 대사들이 눈에 띈다.


여주(마오리)와 남주(토루)가 불꽃놀이 앞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토루군, 세번째 조건을 어겨도 될까”

“나는..한참 전에 깨버렸어”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스틸 이미지

이 둘은 계약연애다. 엄밀히 말해서 '연인인 척'하는 설정이다. 남주 친구가 웬 나쁜 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데 그를 괴롭히지 말란 조건으로 남주가 여주에게 고백을 한 것이다.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던 고백이였지만, 우연으로 다가온 이상한 고백에 여주는 긍정으로 대답한다.


어쨋든, 조건은 세가지. 그 중 마지막 세번째 조건이 "진짜 사랑에 빠지지 않기"였지만, 그들 사이에서 생기는 감정까지 억누를 순 없었다. 여주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단편적으로 생기는 감정이였지만, 일기장에서 본 '나의 행복' 그리고 나를 위한 남주(토루)의 노력은 절단된 기억을 관통해버렸다.


그때 나온 대사다. 으으 오그라들어. 그래도 원작소설이 있지 않은가. 소설의 대사였으니 그대로 차용했을게 분명. 속이 느글거려서 김치가 생각나는 맛이다.



명대사의 향연...감성 '톡' 몽글몽글한 맛

“우리는 연인이면서도, 연인이 아니였다”


이 둘은 연인이면서도 연인이 아니였다.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는 기억에 여주는 '적혀있는' 사실들을 외워갔다. 이 둘은 왜 사귀게 되었을까. 여주에게 직접 물어본다면, 아마 '그냥'이라는 시시껄렁한 답변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주에게는 '특별한' 이벤트였을 것이다. 재밌는 일이기도 했고, 매일 아침, '나는 선행성 기억 상실증이다'라는 문구를 보며 느꼈을 좌절감과 절망을 버티게 해주었던 기억이였기 때문이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스틸 이미지

그렇기에 이 둘은 연인이면서도 연인이 아닌, 다시 말해 이 둘은 "매일 연인이 되고 있는" 그런 관계였던 것이다.


남주(토루)는 결국, 여주의 비밀을 알게된다. 하지만 남주는 직진한다. 언뜻 누군가가 스쳐지나가는 느낌이었지만, 여주를 위해 행복한 '일기장'을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한다.


마치 '어제의 너의 모습은, 오늘 너는 잊게되겠지만 나는 기억해 내가 기억할게' 그리고 매일을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남주가 마음속으로나마 여주를 위해 해주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른다.



'이해하기 어려운'...일본영화의 애매한 맛

3가지 애매한 포인트..."갑자기 사랑에 빠져?"


일본 영화는 참 이상하다. 모든 영화를 지칭하는건 아니다. 이러한 청춘로맨스+멜로드라마에만 해당되는 것 같다.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참 이상한게 주로 초반에는 남주가 별로였다가 점차 잘생겨 보인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2017),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2017)가 대표적이다. 둘다 찌질한 남주가 여주를 만나 성장하는 드라마여서 그런가? 이 부분은 정말 모르겠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처음 등장하는 남주의 속얼굴은 아이돌 같다. 턱선에 눈망울에 코도 오똑하고, 근데 앞머리로 눈을 거의 가려놨다. 이미 배우는 잘생겼는데, 찌질하거나 우울해보이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스틸 이미지

두번째는, 전개의 애매함이다. 사실 남주의 사랑은, 이유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유추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예상한 뿐이다. 남주의 가족이야기에서 그것과, 여주의 그것이 겹쳐서?, 근데 이것도 확실치는 않다. 어쨋든 남주도 여주를 만나 자신의 가족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한 것도 아니다. 설정상 그래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여주는 원래 인기가 많다'정도의 클리셰는 있었으니. 이것도 역시 지긋지긋하게 리뷰에서 쓰는 단어인 '서사'의 문제같다. 원작소설을 보면 좀 달라지려나. 어쨋든 영화에서 남주는 '갑자기' 여주를 위해 노력하고 사랑에 빠진다. 


갑자기...음 갑자기라 말에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주가 어쨌든 병을 앓고 있는 여주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같이 지내다 보니 사랑에 빠졌던 거지만, 


차라리 남주가 여주를 보면서 누군가가 겹쳐보였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어머니였든 누나였든, 왜냐하면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인해 여주를 보고 있다는 서사가 쌓였을 테니 말이다. 이건 추후에 다른 영화 리뷰를 좀 찾아봐야겠다.


세번째는 역시 문화차이인가, 한국영화와는 다르다. 한국영화의 멜로였더라면 아마 여주가 '아이를 구하려다 차에 치였다'라는 설정에서 아이와 차에 주목해 복선을 풀어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갈등을 만들고 결국 갈등을 풀어나가며 남주와 사랑을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을 벗어난다. '아이를 구하려다 차에 치였다'는 설정은 그저 여주(마오리)가 병을 얻게되는 지나가는 설정 정도로만 쓴다. 왜? 이건 아마 남주가 당한 사건때문인 걸로 보인다. (이건 너무 스포일러다 생략한다.)



'슬픔' 시럽 한 스푼...달달한 라떼 한잔의 맛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슬픔...소설가=여주 플롯이 인상적


방문객 - 정현종(1939년, 서울)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집 '섬'에 한 작품이다. 우연히 어떤 드라마를 보다가 발견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특히 중후반부의 전개를 보면서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 딱 떠올랐다. 


말 그대로 남주가 여주에 인생에 왔다. 동시에 여주의 인생이 남주에게 도달해버린 영화다.


영화를 보다가 정말 울컥한 장면이 있다. "카미야 토루(남주)에 대해 잊지 말 것"이라는 글씨의 포스트잇을 본, 여주의 친구(이즈미)는 눈물을 흘린다. 모든 행동이 여주를 위한 행동이였지만, 그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리고 이즈미도 역시 토루의 친구였기에 그 슬픔이 스크린 속에서 튀어나오는 장면이 정말 힘들었다.


또 하나 생각난다. 소설가인 토루(남주)의 누나가 마오리(여주)의 일기 속에서 토루를 지우는 걸 도와준다. 마오리를 위해 삭제한다. 그렇게 마오리의 일기장에서 토루는 사라지게 된다.


근데 이 장면에서 토루의 누나는 토루의 행복했던 인생을 글로 보면서 그의 이름을 '지운다' 자신의 동생이 정말 행복했던 순간을 지우는 누나의 기분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슬픔이였다. (이 부분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무슨 말인지 알게된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스틸 이미지

이 영화에서는 소설이 자꾸 등장한다. 남주 누나가 소설가였고 소설이 자꾸 카메라에 부딪힌다. 왜그럴까. 소설이라는 플롯은 여주가 느끼는 감정의 플롯이랑 비슷하기 때문일까 싶다.


소설을 쓰는 저자나 읽는 독자나, 텍스트를 습득함으로써 사건을 파악하고 인물의 감정을 또는 인물간의 감정을 접하고 마음을 이입한다.


이는 마찬가지로 매일 기억을 잃어가는 여주가 자신이 어제 저녁 쓴 일기장을, 오늘 읽음으로 인해, 그것을 마치 소설처럼 제3자의 입장에서 읽기 때문인 것이다.



맛 평가

그래서 결론은?


맛을 보는 수저가 떨려왔다. 어제 보았던 영화다. 그래서 이 리뷰를 적으면서도 감정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와 떨렸다. 설렘이라기 보다는 잔잔한 파도처럼 여주의 심정들이 차근차근 밀려오는 느낌이다.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사라진다. 그녀에게는 그 다음 '모든 것이 낯설다' 그렇다. 낯설어져버린다는게 이 단어가 영화를 관통하는 단어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남주를 향한 감정도 재부팅 되어버린다. 어제의 감정도 기억과 함께 사라질테니 어제 여주는 일기장에 '지금 나의 감정'을, 오늘 제3자에 입장에서처럼 바라본다. 감정이 이어지지 않고 절단된다랄까.


하지만 여주는 그렇게 몸 속에 차곡차곡 쌓인 행복한 기억들이 '저장'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절차기억 이라고 영화 속에서 나온 단어. 


망각과 기억, 선택적 망각이 아닌 절대적 망각에 힘겨워하지만, 남주를 만나 조금씩 변해가는 여주를 위한,

뭔가 큰 거 한방에 절절하게 울까 걱정했지만 잔잔하게 슬픔을 이어가면서 담담하게 마무리되는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22)다.



5점 만점에 3.5점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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