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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꼬리 Aug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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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아몬드를 삶으면 부글부글 거품과 함께 이물질이 올라옵니다.

시원하게 샤워를 끝낸 아몬드는 뽀얗고 참 예쁩니다.

한동안 채에 받쳐 굵은 물기를 빼내고, 다시 깨끗한 면행주에 펼쳐서 중간물기를 걷어냅니다. 그리고 프라이팬에서 마지막 물기를 날리고, 약불, 강불 다시 약불에서 달달 볶아줍니다. 못살겠다며 아몬드의 껍질에 잔주름이 잔뜩 잡히면 쟁반에 펼쳐 열을 날려 줍니다.

그럼 아몬드에선 장작 타는 소리가 난답니다.

“타탁.. 타탁”

조용해진 아몬드는 열을 모두 뿜어냈습니다.

하나를 씹어내면 아삭아삭, 고소해진 예쁜 아몬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아몬드를 먹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깨끗해져 가는 모습을 보고, 맛있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행복해집니다.  이것을 맛있게 먹을 당신을 생각하면서 또 행복해집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보냅니다.             


 




7     


당신에게 나는 모든지 주고 싶고, 좋은 것, 맛있는 것을 보면 제일 먼저 당신에게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카톡 선물하기로 하나 보내주면 쉽지만.. 그런 것은 내가 받아도 싫을 거 같아 어떤 선물이건 나의 손을 거쳐서 보냈습니다.

밖에선 수작업한 상품들이 더 비싸게 팔리지만, 개인적으로 정성 들여 만든 선물을 받는 사람은 0원짜리 선물로 생각하는 거 같아 참 속상하네요.

그런데 당신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받은 선물들은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감동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그냥 물건. 그 자체이니까요.

작은 것이라도 당신에게 직접 받고 싶었습니다.  

나처럼 선물을 고를 당신의 마음을 갖고 싶었습니다.

상품권을 선물이라며 내민 당신

내가 준 선물의 경제적 가치를 따져 그만큼 준 것만 같아 선물값을 받은 것만 같았습니다.  어떤 것이 좋을지 몰라 내가 갖고 싶은 걸 사라고 상품권을 준비했다는 당신의 배려를 오해하는 것일까.. 좋게 생각하면 좋은 뜻인데, 내 생각이 꼬인 것일까.. 당신에게 서운하다 내색 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어느 것 하나 정성 없는 선물은 하지 않았습니다.

정성이란 것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인 줄 알았는데, 수증기 같이 다 날아가 버리고 마는 것인 거 같아 마음이 힘이 드네요.  

지금까지 왜 그렇게 했을까?  

바보 같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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