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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Yu Min Oct 27. 2024

사랑은 상처의 또 다른 이름

너를 대신한 나의 말

우리는 왜 서로를 붙들지 못할까. 어떤 심한 욕망이 내게 있길래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뿌리치고 떠나갈까.


휴대폰 번호를 이년마다 바꾸고 사는 집을 옮기고 기억을 지우고 또 몇 킬로의 길을 걸어 너를 떠나갈까.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가려고 짐을 챙기고 물을 마시고 세수를 할까. 넌 내게 소나기일까.


오는 사람보다 가는 사람이 혹은 가버린 사람이 더 애틋하고 가슴 저리다. 오는 사람과 옆에 있는 사람보다 지나가버린 시간이 더 잔인하게 가슴으로 쓸려와 깊이 박힌다.


마음 깊이 주름을 만들면서 바람에도 제 갈 길이 있듯이 너도 네가 왔던 길과 가버린 길이 있듯이 깊은 주름을 만들고 간다.


표선해수욕장 백사장의 주름보다 깊은 주름이 내 마음에 새겨진 것을 본다. 너는 없고 네가 왔던 길과 가버린 마음의 길이 내 머리와 마음에 새겨진 것을 본다. 오는 사람은 내 마음에 다른 무늬로 주름을 만들고 너를 덮어버린다.


우리는 물줄기와 같이 보이나 보이지 않는 속을 지녀 서로에게 주름을 만드나 보다. 너는 지나가고 내겐 너를 덮어버린 사람이 상처처럼 남았다. 그래서 사랑은 상처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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