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대신한 나의 말
땀을 흘리며 수박 한 통을 들고 언덕을 오르던 때. 길 잃은 개가 더워서 열어둔 문으로 들어왔던 때. 현관문 바닥에 설사를 해놔 내쫓았던 때. 여름이면 똥 냄새가 올라오던 때. 중고제품 비디오 기능이 있는 텔레비전을 사서 처음으로 비디오가게에 등록을 하던 때. 비디오가 비싸다며 투덜대던 때. 집으로 가는 골목을 발견해 기뻤던 때. 한참 싸우고 길 잃은 고양이를 발견하고 서로 껴안고 기뻐하던 때. 생일을 깜빡해 밤늦게 케이크를 사서 축하하며 휴대폰 카메라로 추억을 남겼던 때. 고구마대를 너무 많이 사 옆집 무당 할머니에게 드렸던 일. 과일이 너무 먹고 싶어 이천 원어치 토마토를 샀던 때. 2kg짜리 중고 세탁기를 삼만 원에 주고 사서 기뻐했던 일. 그곳에 이불 두 개를 빨다가 이불이 찢어졌던 때. 해맑은 날 옥상에 빨래를 가득 널고 기뻐했던 일. 옥상에서 훔쳐온 고구마를 맛있게 삶아 먹었던 일. 그 이후로 고구마를 쉽게 훔쳐 먹었던 일. 그곳에서 훔쳐온 양파로 된장국을 해 먹었던 일. 문이 잘 닫히지 않는 중고 냉장고로 여름을 보내다가 늘 시큼한 김치를 먹었던 일.
갑자기 생각나. 모두 생각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