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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Jul 20. 2024

[두 글자로 보는 삶과 앎 15 어른]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은?

드라마 <나빌레라>에 나오는 덕출(박인환)처럼 불의(不義)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어른입니다. 

손녀를 위해 손녀의 상사에게 하는 말이 울림을 줍니다.      


큰 회사에서 책상 두고 살면 다 당신처럼 그렇게 됩니까? 자기 책상 하나 갖겠다고 막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 이용해 먹고, 요즘 애들 운운하면서 꼰대짓 하냐 이 말이에요!"      


덕출은 자기 손녀가 근무하는 직장 상사가 "어르신"이라 부르자, 그 지칭 자체가 부끄럽다고 말하고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나 어른 아냐. 그깟 나이가 뭐 대수라고. 전요. 요즘 애들한테 해줄 말이 없어요. 미안해서요. 열심히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이 세상이 안 그래. 당신 같은 사람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으니까. 응원은 못해줄망정 밟지는 말아야지. 부끄러운 줄 알아요."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어른 다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뒷부분에

“나이 들면 지혜로워진다는 말을 믿지 말자고. 어리석은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자고. 젊은이들이 하는 말을 경청하자고.”라는 말이 나옵니다.      


나이를 먹으면 철이 들고 어른이 될 줄 알았습니다. 

연륜과 경륜이 쌓여 멋있는 어른이 되자는 다짐을 하고 살아왔지만

돌아보면 부끄러운 일이 많고,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며 사는 듯합니다. 

오늘날에는 어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왜 어른이 없어지고 있을까요?     

사회가 빠르게 변해서 어른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와 인공지능사회가 되었습니다.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는 선배의 경륜과 경험이 중요했습니다. 

선배는 어른으로서 어린 사람이나 후배에게 자신의 경륜과 소중한 경험을 나누어 주며 존경을 받았습니다. 

농경사회에서 경륜은 아주 중요한 권위입니다. 

농사에 관한 지식은 생산성과 생존으로 연결되었고

농경지와 재산권 관리는 가족의 어른으로서 역할을 다하게 했습니다. 

산업사회에서도 선배의 역할은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고 어른으로서 역할도 다하며 존중받았습니다.

하지만 정보화 인공지능 시대는 지난날의 경험이 소용없어지면서 선배의 권위는 떨어졌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선배의 경험과 경륜이 사회나 후배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른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달라졌기 때문에 어른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평가할 때 인품과 덕성보다 능력과 자본력을 중심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품과 덕성을 중시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능력과 자본력을 워낙 크게 생각하기 때문에

훌륭한 인품을 지닌 어른의 설자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세태가 달라지더라도 어른의 덕성과 품격 바르고 맑은 기운을 

불어넣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어른이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요건은 덕(德), 학(學), 식(識), 재(才)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덕(德)은 인성, 인품, 인격입니다. 

인성은 마음이 건강한 사람입니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안정된 정서와 뛰어난 감정통제 능력’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신뢰’ ‘적은 양의 분노 감정’ ‘자기반성능력’ 

‘자신감과 자부심’ ‘공정함과 신중함’ ‘독립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른은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능력이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어렵고 힘든 사정이 있더라도 감정을 잘 조절하여 적절하게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자기 기분대로 말하거나 함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고 화를 남에게 옮기지 않으며 

정서가 안정되고 감정 통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어른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다정한 말로 베풀 줄 알고 어진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또한 자기를 성찰하는 능력과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늘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이고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어른입니다. 

자기 객관화와 성찰을 통해 끊임없이 성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성격이 꼬이지 않고 열등감도 없으며 언제나 열려 있는 사람은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어서 

남을 무시하거나 조롱하지 않고 존중하고 인정해 줍니다.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어야 마음이 열려 선입견과 편견 없이 현실을 직시할 수 있고, 

현실을 제대로 보아야 본질을 파악하고 흔들림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주적이고 주체적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훌륭한 인성과 인품, 인격을 갖추고 따뜻한 말로 후배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사람이 어른다운 어른입니다.     


둘째, 학(學)입니다. 끊임없이 배우며 늘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배우는 것이 가방끈의 길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고3 대입 성적으로 학력을 평가합니다. 

대학교 들어갈 때는 시험성적이 좋아서 명문대 들어가더라도

대학에서나 졸업 후 배우지 않으면 꼰대가 됩니다. 

『논어』「자장 편」에는 배움을 단계를 이렇게 말합니다.

넓게 배우고(박학博學)➡뜻을 굳게 하며(독지篤志) ➡

간절하게 묻고(절문切問)➡ 쉬운 예를 생각(근사近思)하라고 말합니다. 

배우고 나서 잘 판단하고 배운 것을 실행으로 옮기면 배움이 완성됩니다. 

배우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고 세상을 더 잘 알고 삶을 더 잘 살 수 있습니다. 

더 잘 안다는 것은 진리를 알기 때문에 선택을 올바르게 할 수 있고 

올바르게 선택을 할 수 있어서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셋째, 식(識)은 식견과 안목입니다. 

어른은 식견과 안목이 뛰어나 후배들에게 설 자리와 갈길을 일러줍니다.

물리적 나이는 어른인데 생각이나 말은 아이처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 생각과 기준, 아집으로 가득 차서 자기 입장만 말하는 사람입니다. 

신념과 아집은 다릅니다. 

신념은 자신이 믿는 생각인데, 이는 자기의 열린 가치관으로 형성된 좋은 생각입니다. 

신념이 있는 사람은 열린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인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아집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닫힌마음으로 자신이 집착하고 고집하는 나쁜 생각입니다. 

아집은 타인은 인정하지 않고 자기 것만 굳게 지키고 집착하는 것입니다. 

식견이 뛰어난 사람은 안목이 뛰어나 아집을 버리고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창의적인 해결력을 발휘합니다.           



넷째, 재(才)는 재주 능력입니다.

덕, 학, 식이 뛰어나도 먹고사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재주가 있는 사람은 일머리가 있고, 일머리가 있는 사람은 슬기와 설미로 앞가림을 척척척합니다. 

슬기는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일처리 방법을 옳게 잘 생각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어른이 어른 다우려면 이치를 잘 헤아려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것,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을 잘 판단하는 일머리가 있어야 합니다. 

어른은 설미도 있어야 하는데, 

설미는 이런저런 사정을 두루 살펴서 올바르고 그릇된 바를 제대로 가늠하여 올바름을 북돋우는 마음의 지녀야 합니다.      

슬기와 설미로 일머리를 갖추고 이재(理財) 능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어른답다’는 말은 ‘어른’과 ‘답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어른’이란 얼을 지닌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슬기와 설미를 지니고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넓고 너그러운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어른은 설 자리와 갈길을 일러주는 사람입니다. 

순한 귀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고

많은 사람이 함께 설 수 있도록 합니다.

올바른 세계관으로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제시합니다. 

사회현실을 밝은 눈으로 보고 정의로운 길을 일러주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최근에 본 어른 중에 으뜸은 김장하 선생입니다. 

김현지 감독 다큐 <어른 김장하>에 나오는 김장하 선생은

자신이 번 돈 수십억을 60년 동안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내주고 

언론사를 후원했으며 

설립한 고등학교를 헌납하고 더 크고 바른 교육을 묵묵히 지원했습니다. 

후학과 후배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기꺼이 내려놓은 사람이 진정한 어른입니다. 

김주완 기자의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에는 

더 많은 감동의 이야기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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