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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호 Feb 06. 2024

#16. 인공지능과 인간

교육 잡설(雜說)

#16. 인공지능과 인간

          

    인공지능 또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인간의 학습능력, 추론능력, 지각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려는 컴퓨터 과학의 세부 분야 중 하나입니다. 지능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컴퓨터 시스템이며, 인간의 지능을 기계 등에 인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포함합니다. 이 용어는 또한 그와 같은 지능을 만들기 위한 방법론이나 실현 가능성 등을 연구하는 과학 기술 분야를 통칭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은 정의와 분야에 따라 기원이 다양합니다. 다만 주요 개념은 1950년 이전부터 주장되었습니다. 그 이후 다양한 방법론과 개념이 주장되었지만 컴퓨팅 능력의 한계로 이론으로만 존재했습니다. 대규모 투자와 관심이 있었지만 눈에 띄는 발전이나 성과는 부족했습니다.      


    인공지능의 주요 알고리즘(Algorithm)인 신경망(neural neutwork)도 오래전부터 발전했지만 컴퓨팅 능력과 데이터의 제한 등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먼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후반부터 컴퓨터 계통의 급격한 발전과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로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많은 통계적 기법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었습니다.


    특히 2,000년대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꽃을 피운 시기였습니다. 군집분석(cluster analysis), 판별분석(discriminant analysis), SVM(support vector machine) 등의 알고리즘이 컴퓨터의 발달과 더불어 활발히 연구되었습니다. 또한 신경망을 주축으로 하는 딥러닝(deep learning)도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연구되었습니다.

 

SVM의 margin 

    그렇지만 이론 현실과 실제 세계와의 차이는 너무도 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AI를 획기적으로 바꾼 두 가지 연구가 진행됩니다. 하나는 인터넷 기반의 컴퓨터 병렬 처리 분야의 성과이고 하나는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s) 성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이미지 인식분야 연구의 진화였습니다.   

   

    2,000년대는 기존 슈퍼컴퓨터에만 적용되던 병렬컴퓨터 구조를 일반 PC에도 멀티코어의 형태로 병렬처리 방식을 범용적으로 채택하게 됩니다. 또한 병렬처리가 가능한 그래픽 처리장치인 GPU(Graphics Processing Unit)의 개발은 컴퓨팅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더불어 인터넷의 발전은 클라우드 등 다양한 병렬처리 방식이 나타나면서 AI의 혁신을 가속화시킵니다.     

    2012년 알렉스넷(AlexNet)이라는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딥러닝을 적용한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이 우승을 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2014년에는 시퀀스-투-시퀀스(sequence-to-sequence) 모델이 개발되어,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후는 잘 아는 것처럼 구글 딥마인드(DeepMind Technologies Limited)의 알파고(AlphaGo)와 오픈 AI(OpenAI)의 GPT-2는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습니다.     

지난 20년간 분야별 인공지능 발전 그래프

    인공지능의 기본 알고리즘은 인간의 뇌 작동 체계를 기본 모델로 삼았습니다. 인간의 뇌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 즉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수많은 연결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학습과 기억, 판단 등 인간의 모든 정신 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놀랍게도 동시에 수행합니다. 딥러닝은 인공 신경망이라고도 부르며, 그 구조와 작동 원리가 생물학적 신경망인 우리의 뇌와 유사합니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대규모 데이터 세트에서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딥러닝은 인공지능(AI)의 한 분야로,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을 사용하여 데이터에서 패턴을 학습하고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 뇌의 학습 과정과 유사한 원리를 따릅니다. 딥러닝 모델은 '노드(node) 또는 뉴런(neuron)'라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여러 계층(layer)으로 배열됩니다. 각 계층은 입력 데이터를 받아 처리하고, 그 결과를 다음 계층에 전달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최종 출력이 생성됩니다.    

    조금 더 살펴보면 학습 과정에서는 먼저 대량의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입력됩니다. 각 계층은 주어진 작업에 대해 최적화된 표현을 찾기 위해 이 데이터를 변환합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인식 작업에서 첫 번째 계층은 일반적으로 이미지의 낮은 수준 특징(선분, 색상 등)을 인식하며, 그다음 계층들은 점점 더 복잡한 특징(형태, 객체 등)을 학습합니다.      

다층 신경망이 이미지를 인식

    이때 딥러닝 모델이 잘못된 예측을 하면 '손실 함수(loss function) 또는 비용 함수(cost function)'라는 산식을 사용하여 오차를 산출하고, 이 오차가 최소화되도록 모델 내부의 파라미터(parameter) 값을 조정합니다. 이렇게 해서 딥러닝 모델은 반복 순환조정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게 됩니다. 입출력층을 제외한 은닉층의 복잡성에 따라 모델의 성능이 결정됩니다. 또한 복잡 은닉층의 계산을 위해 여러 알고리즘과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계산을 병렬처리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패턴 인식 역시 마찬가지 원리로 작동합니다. 딥러닝 알고리즘이 충분히 학습되면 갖가지 복잡한 패턴도 잘 분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굴 인식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얼굴 사진에서 개개인의 특징과 식별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결국 딥러닝이란,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방식을 모방한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컴퓨터는 사람처럼 복잡한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은 마치 컴퓨터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수학적 알고리즘과 통계적 최적화에 의해 이루어지는 과정입니다.  

   

    인간의 뇌와 딥러닝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 다 '신경망'이라는 구조를 가지며, 이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합니다. 실제로 딥러닝의 개념은 인간의 뇌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에 유사하며 정보처리 방식도 유사하게 발전합니다.

     

   먼저,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간의 뇌는 수십억 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간에는 복잡한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딥러닝 모델도 '노드'라는 여러 계층적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도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능적으로도 유사합니다. 우리 뇌가 새로운 경험과 정보를 통해 학습하는 것처럼, 딥러닝 모델도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학습하고 예측합니다. 이 과정에서 오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조정함으로써 성능을 개선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차이가 있으며 어떤 것은 유사하게 어떤 것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저 인간의 뇌와 컴퓨터는 정보 처리 방식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인간의 신경망은 비선형 및 병렬 처리 방식에 기반하여 동시에 많은 양의 정보를 동시 처리할 수 있는 반면에 전통적인 컴퓨터 시스템은 선형 및 순차적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당연하게도 현대의 컴퓨터 공학은 정보 처리를 병렬처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 분야가 AI를 지수적으로 발전하는데 핵심 사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둘째로, 생물학적 신경망과 인공 신경망 사이에는 학습 메커니즘이 다릅니다. 인간의 뇌는 시냅스 강도 조정(Hebbian learning)에 의해 배우지만 딥러닝 알고리즘은 경사 하강법(Gradient Descent) 등 정교한 최적화 알고리즘이 필요합니다.      

경사하강법을 설명한 그래프, 최적화 알고리즘이다.

    현재까지 수치해석학(數値解析學, Numerical Analysis) 등을 기초로 하는 다양한 최적화 알고리즘이 존재합니다. 다만 컴퓨터 계산 능력의 급속한 증가로 최적화(최적화는 효율성의 문제이지만 대용량 컴퓨팅은 효율화를 무의미하게도 만들었습니다)의 중요도가 다소 관심이 낮았지만 여전히 유효합니다. 인간 뇌의 작동방식은 여러 강점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인 한계와 조절문제 등으로 AI 보다 약점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사진 속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작업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인간도 처음에는 AI와 유사한 인식절차를 밟지만 몇 번의 경험만으로도 라벨화 되면 두 종을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반면 딥러닝 모델은 수천, 혹은 수만 장의 이미지가 필요하며, 이들 각각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라벨링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데이터 라벨링, 출처 : 바이라인 네트워크

    사실 대다수의 게임 회사 등의 IT 사람들이 이 라벨링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이런 인간 뇌의 효율화 작업은 간혹 오류를 보이기도 합니다. AI만 오류를 걱정하면 안 됩니다.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대부분의 인식 오류는 이런 뇌의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과 AI와의 유사점이나 차이점과 관계없이 자연 세계의 거의 모든 생명체는 로지스틱(logistic) 곡선(S자 곡석)으로 성장합니다. 다만 로지스틱 곡선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인지, 기억, 판단 능력이 로지스틱의 한계점에 위치하고 있다면 AI는 지수적 증가 부분의 시작점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맬서스의 모형은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실제는 로지스틱 모형을 따른다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무한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흔히 말하는 특이점인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실현되고, 드디어 AI가 인간의 모든 노동력을 대체하며 인간 위에 군림하는 디스토피아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


    특이점이 올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많은 이들이 '준비하지 않으면 올 것이다'라고 예측합니다. 인간 능력의 발전은 더욱 더뎌지고 아직은 한계에 도달하지 않고 진보하는 AI가 현재의 모든 제약을 극복하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사실 산업혁명, 과학혁명 시기에도 이후 변화할 세상에 대한 대비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결국에는 전쟁, 과잉생산, 인구증가, 자연재해 등의 재난 수준의 상황을 겪었습니다. 


    한편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인간의 회복 능력이 환난의 시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영혼, 사랑, 감정 등 인간의 고유영역에 대한 인공지능의 침탈 가능성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인공지능의 스스로 학습하는 체계를 곧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 뇌의 대부분의 영역, 신경과 호르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영혼과 정의에 대한 논쟁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체계와 절차로만 본다면 인공지능은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인간의 비이성적이고 비효율적인 모든 의사결정을 인공지능의 관점에서는 불쾌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일 수 있습니다. 


    아마 지금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일 중 일부가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거나 최악의 경우는 한순간에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상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인간을 닮은 AI를 연구하며, AI의 생명 윤리를 이야기하다가 오히려 우리 인간이 소외되는 딜레마를 경험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논의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정작 중요한 논의의 한 축인 인간의 능력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오히려 외면하는지도 모릅니다. 호모 사피엔스 이후에 인간의 진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인공지능의 진화는 인간 진화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 경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우리는 이미 인공 지능과 진화 경쟁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공지능과 비교해서 어떤 특이점이 있을까요?     


    최근의 인공지능의 몇 가지 주요 장면을 살펴보면 특이점에 대한 대략의 감이 잡힐 수 있습니다. 먼저 인공지능이 즉각 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이 바로 운송수단입니다. 이전에는 로봇을 집중했다면 디지털, 반도체, 전기 등의 동반 발전으로 자율주행차량 등이 연구 개발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로봇 팔 같은 물리적 에너지가 아닌 디지털 신호로도 통제가 가능합니다. 같은 의미로 자율주행항공기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미 공군이 시험 중인 XQ-58A 무인 스텔스 전투기. 미 공군 공개사진.

이미 자동 항법에는 적용하고 있으며 이착륙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은 공감의 부족으로 이착륙은 인간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2차원 공간이지만 위험요소가 많은 도로 주행보다 항공이 공역 통제만 제대로 된다면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많은 영화를 비롯한 SF 문학에서 인공지능의 해킹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능한지의 여부를 떠나서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고 이미 생성형 AI를 악용하는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일명 웜(Worm) GPT는 피싱 이메일을 생성하는 데 특화됐습니다. 보안업체인 슬래시넥스트가 웜 GPT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개발한 'GPT-J' 오픈소스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학습 모델은 해킹 관련 데이터가 주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웜 GPT를 입수한 슬래시넥스트는 가짜 청구서가 포함된 피싱 이메일을 만들어보라고 시켰고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매우 정교하고 피싱메일로서 챗GPT와 유사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습니다. 결국 챗GPT도 자연어 처리에 강점을 보이는 만큼 웜 GPT도 점점 자연어 처리를 사람처럼 합니다.

   

worm GPT 화면

    문제는 웜 GPT를 사용하면 해킹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얼마든지 피싱 이메일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해킹이 전문가들의 영역에서 일반인에게까지 무분별하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생성형 AI에는 윤리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제한 장치가 적용되는데 웜 GPT는 이런 윤리적 제한 장치를 해제했습니다. 당연히 각국에서는 발 빠르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짓의 확산 속도는 윤리적 기준을 만드는 노력을 초월합니다. 이미 생성형 AI에 걸린 윤리 제한을 해제하는 도구(일명 탈옥)까지 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윤리 문제를 무시하는 생성형 AI가 계속해서 등장할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은 ‘1984’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심각한 디스토피아입니다. 지금 현재도 터미네이터는 진화하며 모든 디지털, AI를 지배하는 인공지능이 연상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물론 아직은 개념에 불과하지만 예를 들어 상위 인공지능이 하위 인공지능에게 고양이의 이미지를 생성하도록 지시하고 평가하며 다시 훈련합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장착하는 식입니다. 최근 딥페이크의 현주소입니다. 인간의 비대칭성을 따라 하며 교묘하게 실제 인간과 유사하게도 하며 한편으로는 인간의 거부감을 고려해서 일부러 인공지능이 만든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서 안심시키는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습니다. 

GAN알고리즘을 활용한 딥페이크, 오른쪽 마지막 열이 합성 사진

    어떤 분야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최적화하고 관리하는 세상입니다. 이런 시대에 인간의 능력과 교육을 통한 발전이 의미가 있는 논제일까요? 현생 인류가 경쟁군들과 차별화하며 진화했듯이 지금의 인간이 인공지능을 압도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무기가 있을까요?     


    인간에게는 직관력이라는 무시무시한 초능력이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직관은 일상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결정을 내릴 때, 직관력은 이성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갈고닦아야 하는 능력입니다. 직관은 의식적인 기억이나 추리를 전혀 거치지 않고 사람에게 갑자기 떠오르는 지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직관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곧장 해결책이 떠오르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일종의 감이나 충동적인 결정과는 다릅니다. 직관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코 떠오르는 것이 아니며 그럴 수도 없습니다. 무언인가를 알고 있을 때,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을 때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육감과는 다릅니다. 다소 비슷한 것 같지만, 대개 직관은 경험에 근거합니다. 


    보통의 사람은 기억과 인상의 창고를 넓혀 나가는데 정신은 그 창고로부터 직관, 직감이라는 갑작스러운 인상을 이끌어 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직관력은 아무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신비롭게 나오는 힘이 아니라, 전문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발현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튼, 스티븐잡스 등 수많은 거인은 이런 과정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Talent(달란트)라고 할 수 도 있습니다. 

    

    리더라면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의사결정 능력이 중요합니다. 전쟁터의 야전 사령관이나 회사 사장들은 명운을 건 결정을 1분 단위로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훈련된 의사결정이 중요합니다. 물론 잘못된 직관은 지옥의 문을 열게 됩니다. 그러면 직관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직관은 의식적인 기억이나 추리를 전혀 거치지 않고 사람에게 갑자기 떠오르는 지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잘 구축된 직관 의사결정 체계는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만 잘못된 지식에 근거를 둔 직관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연구 결과에 다르면 직관력이 있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였다고 합니다. 특정 분야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정도만큼 직관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전쟁 영웅들, 과학자들이 아무 지식도 아무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기도만으로 뛰어난 직관력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경험에 의존하다 보니 왜곡되거나 편향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또한 한 번 구축된 직관력은 다른 의견을 배제합니다. 당연히 계속해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식과 경험을 계속 쌓아야 하며 개인 경험에 의한 편향을 막기 위해 집단 지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어쩌면 직관력은 상상력과 도불어 인간에게 주어진 고유 영역인지도 모릅니다. 성리학에서는 직관과 유사한 단어로 통찰을 이야기합니다. 영어로는 모두 insight로 번역합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성리학에서 통찰(洞察)은 "성리(性理)의 본연(本然)을 깨닫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리학은 인간의 본질이 본래 선하다고 보며, 이러한 본성을 깨달아야만 인간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성리학에서 통찰은 먼저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하며, 실천하는 단계로 완성됩니다. 성리학에서 통찰은 인간이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통찰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본성을 깨닫고, 그에 따라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통찰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본성이 본래 선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인간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통찰을 통해 인간은 사물의 이치를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인간은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찰은 실천의 지침이 됩니다. 통찰을 통해 인간은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어쩌면 성리학에서 통찰은 인간이 교육하고 공부하는 방법이며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심리학, 정신분석학에서는 통찰을, 어려운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 같이, 갑자기 나타나는 독일어 '아하 순간(Aha-Erlebnis)'이라고도 합니다. 


    용어는 독일 심리학자이자 이론언어학자 카를 뷜러(Karl Bühler, 1879~1963)가 고안했습니다. 또한 에피파니(epiphany)나 유레카 순간(eureka moment) 혹은 가로세로낱말을 푸는 사람에게는 동전 떨어지는 순간(penny dropping moment, PDM)이라고도 합니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서 자신에게 어떤 정신적 심리적 문제가 있음을 자각하는 정도라는 의미로 사용될 경우 insight는 '병식(病識)'이란 말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유레카의 순간

    유학이 통찰의 개념과 선불교(선종)의 돈오(悟)는 서양철학, 경험주의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통찰과 경험주의는 서로 다른 지식 획득 방법입니다. 통찰은 직관적인 이해를 통해 지식을 얻는 방법이고, 경험주의는 감각 경험을 통해 지식을 얻는 방법입니다. 통찰은 사물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찰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내면이나 외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통찰은 종종 명상이나 수행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일상생활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경험주의는 감각 경험을 통해 지식을 얻는 방법입니다. 


    경험주의에 따르면, 인간은 감각 경험을 통해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이를 통해 지식을 형성합니다. 경험주의는 과학적 방법의 근간을 이루는 지식 획득 방법입니다. 그런데 통찰과 경험주의는 서로 다른 방법이지만,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통찰은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경험주의는 통찰을 통해 얻은 지식을 현실 세계에서 적용하고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음과 양 같은 개념입니다.      


    통찰은 경험과 지식에 의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경험주의적 지식 획득이 귀납법적이라고 한다면 통찰은 연역적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사실 이 두 가지 방법을 다 사용합니다. 다소 증거가 부족해도(확률적으로) 우리는 본질을 이해하기도 합니다. 반드시 학습하거나 머리를 쥐어짜며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칸트의 정언명령처럼 본능적으로 다수가 동의하는 순수한 모습의 정의를 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도 언젠가 시스템적으로 이해하는 날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기 전까지 인간도 공부하고 교육해야 합니다. 기억과 연산은 이미 인공지능이 앞질렀습니다. 우리도 잘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인간이 전문지식을 쌓는 진화 생물학적인 궁극적인 목표는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대비하기 위합니다. 이런 영역마저 오라클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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