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세대의 탄생(2)

상속받은 특권: 의로운 저항을 독점하다

by 총체적난국

모든 혁명은 배신당한다.


그러나 586 세대의 배신은 유독 교활하고 철저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너트린 낡은 성의 폐허 위에 만인이 평등한 공화국을 건설하는 대신,

더 높고 견고한 성벽을 쌓아 올리고, 오직 자신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성을 짓고 스스로 영주를 자처했다.


그들이 사용한 건축 자재는 벽돌이나 시멘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민주화라는 이름의 기억, 투쟁이라는 이름의 경험, 그리고 부채 의식이라는 이름의 감정이었다.


이 보이지 않는 자재들로 지어진 성은 물리적인 성보다 훨씬 더 견고하여, 이후 3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운동권 카르텔 왕국"의 토대가 되었다.


이 장에서는 마지막 상속자들이 어떻게 계층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새로운 봉건체제를 구축했는지, 그 교활한 설계도를 낱낱이 해부할 것이다.



1. 저항을 독점하다


586세대가 누린 가장 큰 특권은 대학생이라는 신분 그 자체가 아니었다.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로부터 4.19세대까지 이어져 내려온,

"이 나라의 지식인은 마땅히 백성을 대신하여 불의에 저항해야 한다"는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


즉 "저항의 독점권"이었다.


이것은 근대적 민주주의 원리가 아니다.

"모든 시민은 평등하게 주권자"라는 원칙이 아닌, "배우지 못한 우매한 백성들을 대신하여, 배운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선민의식(選民意識)에 기반한 봉건적 엘리트주의다.


백성은 그들의 저항을 지지하고 따라야 할 계몽의 대상일 뿐, 동등한 주체가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위대한 분리, 두 개의 586" 편에서 자세하게 해체해 나갈 것이다.)


전편에서 말했듯, 586세대는 이 유산의 마지막 상속자였다.

그들은 이 특권을 십분 활용하여 자신들의 저항을 "국민 전체의 저항"으로 신화화하는데 성공했다.



2. 시대의 단절: 1995년, 대학의 문이 열리다.


90년대, 특히 1995년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으로 대학의 문이 활짝 열렸다.

대학생은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보편적인 존재가 되었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가졌던 희소성과 상징 자본은 폭락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마지막 상속자'들의 역사적 배신이 시작된다.


진정한 민주주의자였다면, 그들은 이 변화를 환영해야 했다.

"이제 우리만이 아니라 더 많은 배운 시민들이 국가의 주인으로 나설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자신들이 누렸던 '저항 엘리트'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해체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들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올라온 '엘리트 학생'이라는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그리고 외쳤다. "우리 이후로는 아무도 이 길을 따라 올라올 수 없다."



3. 새로운 자격증의 발명: '경험'이라는 보이지 않는 혈통


더 이상 희소하지 않은 '대학생'이라는 신분 대신, 그들은 오직 자신들만이 독점할 수 있는 새로운 특권을 발명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 민주화 투쟁을 해봤는가?"**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혈통이자 대체 불가능한 '경험 자본'이다.


그들은 이 새로운 자격증을 휘두르며, 90년대 이후의 모든 세대를 자신들의 '부채를 진 후배'로 규정했다.


그들은 말했다. "너희가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피 흘려 만든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우리에게 빚을 졌다." 이 논리 속에서, 민주화 투쟁을 경험하지 못한 후배 세대는 영원히 그들 앞에서 발언권이 제한되는 2등 시민이 되었다. 사회 문제에 대한 어떤 비판을 제기해도 "너희가 뭘 안다고",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라"는 한마디에 모든 토론은 봉쇄되었다.


그들은 화염병과 최루탄의 경험을 '진정성'의 척도로 삼았다.

아무리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도, 감옥 한 번 다녀온 '선배님'의 비장한 회고담 앞에서 모든 이성은 무력화되었다.

정치는 정책 대결이 아닌, 누가 더 고통스럽게 싸웠는지를 경쟁하는 '고난 서사 배틀'로 전락했다.


'대학 졸업장'이라는 낡은 신분증을 폐기하고, '민주화 투쟁 경력 증명서'라는 새로운 신분증을 발급한 것이다.

이 새로운 신분증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소해져, 마치 수백 년 묵은 와인처럼 그 가치가 폭등했다.



4. 새로운 봉건 체제의 구축: '민주화 귀족'의 탄생

성문을 닫고 사다리를 걷어찬 그들은, 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닌 '민주화 귀족'이 지배하는 21세기형 봉건 왕국을 건설했다.

이 왕국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자와 새로운 지배지

586 쁘띠 부르주아들은 정치, 언론,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에 자신들만의 성을 쌓고 새로운 영주가 되었다.

이 성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은 '민주화 투쟁'이라는 혈통뿐이었다.


민주화의 이름의 사상 검증

이 왕국에서 가장 큰 죄는 '민주화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들의 역사관에 동의하지 않는 자는 곧바로 '독재 부역자의 후예', '수구꼴통', '극우'라는 낙인이 찍혀 성 밖으로 추방된다.

학문과 토론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그들이 만든 '정의로운 역사'에 대한 충성 서약만이 요구된다.


유공이라는 절대 면죄부

'민주화 유공'이라는 갑옷을 입은 귀족들은 어떤 도덕적, 법적 과오를 저질러도 비판받지 않는 신성불가침의 특권을 누린다.

성추문, 부동산 투기, 자녀 입시 비리 앞에서도 그들은 "과거 독재에 맞서 싸웠던 나의 대의를 훼손하려는 공작"이라며 역공을 펼친다.

'민주화'는 그들의 모든 죄를 씻어주는 거대한 성역이자, 비판자들의 입을 막는 재갈이 되었다.


담론의 세습

그들은 자신들의 자녀에게는 부와 지위를 물려주면서, 사회 전체에는 '민주화'라는 담론을 세습시키려 한다. 다음 세대는 그들의 영웅담을 교과서처럼 배우고 암송해야만 하는 '농노(農奴)'가 되기를 강요받는다.



우리의 고발은 명확하다.


586세대는 민주주의의 문을 연 개척자가 아니다.

그들은 낡은 봉건 시대의 마지막 특권을 상속받아, 그 특권이 사라지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에 성문을 걸어 잠근 '배신자들'이다.


그들이 만든 세상은 모든 시민이 평등한 주권을 행사하는 공화국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화'라는 혈통을 가진 새로운 귀족들이 '부채의식'을 가진 평민들을 지배하는, 교묘하고 위선적인 21세기형 신봉건 사회다.


우리의 투쟁은 이 보이지 않는 성벽을 무너뜨리고, 그들이 닫아버린 성문을 부수어, 진정으로 모두가 자신의 이름으로 주인이 되는 시대를 열기 위한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 신봉건 체제의 가장 강력한 무기, '헤게모니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해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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