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우리를 'MZ세대'라 명명했다.
참 편리한 이름이다.
당신들의 마케팅 보고서와 정치 분석표에 깔끔하게 들어가는 네모난 상자.
그 상자 안에서 우리는 개성을 존중하고,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며, 공정을 외치지만 사실은 역사에 무지한, 예측 가능하고 다루기 쉬운 존재가 된다.
당신들은 우리의 개인주의를 이기심으로, 우리의 디지털 유창함을 한낱 유희로, 우리의 침묵을 암묵적 동의로 해석했다.
당신들은 우리를 안다고 착각한다.
그러니, 이 책의 첫 문장에서부터 모든 것을 바로잡겠다.
우리는 당신들이 명명한 그 MZ가 아니다.
이 책은 길 잃은 세대의 또 다른 푸념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이것은 세상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빚졌다고 믿는 철없는 젊은이들의 칭얼거림도 아니다.
당신들이 기대하는 그런 종류의 값싼 반항이라면, 지금 당장 이 책을 덮어도 좋다.
이것은 고발장(告發狀)이다.
한 세대가 다른 세대에게 보내는, 차갑고 집요한 분노로 작성된 기소장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지난 40년간 쌓아 올린 '민주화'라는 신화의 모든 균열을, '진보'라는 이름의 모든 위선을, '공정'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모든 기만을 낱낱이 고발할 것이다.
이것은 반란 선언(叛亂 宣言)이다.
화염병과 돌멩이가 아닌, 언어와 기억의 반란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독점해 온 역사 서술권에 도전하고, 당신들이 영웅으로 기록한 역사의 모든 페이지를 다시 쓸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진실'이라 부르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당신들이 '상식'이라 믿는 모든 것을 해체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의 자서전이 쓰이는 동안 부모님의 가계부를 훔쳐보았고, 당신들이 민주주의의 완성을 자축할 때 우리는 학자금 대출 이자를 계산했다.
당신들의 영광은 단 한 번도 우리의 것이었던 적이 없다.
우리는 증명할 것이다.
당신들이 말하는 '위대한 586세대'라는 공동체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허구이자,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신화였음을.
우리는 당신들의 영광스러운 혁명이, 사실은 당신들 세대 내에서 벌어진 가장 추악한 '계급 배반'이었음을 폭로할 것이다.
이 책은 뜨거운 분노를 심장에 품고, 차가운 메스를 손에 들고 쓰였다.
우리는 당신들의 신화를 감정적으로 부정하는 대신, 당신들이 젊은 시절 무기 삼았던 바로 그 언어 – 계급, 헤게모니, 이데올로기 – 를 사용하여 당신들의 세계를 해부할 것이다.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한다.
우리는 당신들이 분석하고, 정의하고, 통제하려는 그 MZ가 아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배신한 아버지들의 후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빚을 받으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