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

by 이종열

《재선충》


초록세상에서 홀로

벌겋게 단풍든 소나무는

까맣게 세월을 잊었다

거목을 침몰시킨 것은

엄동설한의 폭풍이 아니라

봄날 하늘소의 미풍이었다

순리에 반기를 들던 그 모든

물텀벙이 결국 두손 두발 든다

겨울에 홀로 무성하던 초록은

여름 초록에 덮여서 사라진다

겸손해진 피조물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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