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종이 위에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강은교 옮김, 민음사

by 이파리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That Love Is All There Is


That Love is all there is,
Is all we know of love;
It is enough, the freight should be
Proportioned to the groove.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잃은 시인. 서러워하지도 비탄에 잠기지도 않은 채, 마음만큼 적막한 빈 종이에 써 내려간 시. 사랑이 주는 환희의 크기만큼 상실의 슬픔도 광막하기만 하다. 천지가 사랑인데 그걸 담지 못하는 연인이 있었을까. 그녀 자신의 그릇 역시 작게 느꼈을까. 애도는 아직 먼 이야기. 눈물에 잠기지도 사막처럼 마르지도 않은, 색도 온도도 사라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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