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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인 May 22. 2024

명상과 음식

망상 또는 맹상, 그리고 명상.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주식으로 먹었던 (쌀) 밥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 인도에 살게 되면서 처음부터 빵과 같은 짜빠띠를 주식으로 하는 인도의 음식에 대한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서양인들은 빵과 고기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다고 생각한 시골어른들의 말에 나는 밀가루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성장기에 국수의 밋밋함에 먹기 싫다고 투정하던 나에게 두 눈으로 레이저를 쏘던 언니들과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엄마의 표정도 이제 그립기만 하지만, 체질에 맞지 않았던 국수가 내 입맛에는 도무지 맛이 없었던 것이다.

     

늘 명상코스는 이갓뿌리의 담마기리 센터에서 하게 되었고, 풀풀 날리는 밥보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려고 짜빠띠를 더 챙겨 먹었다. 장기코스를 하게 되면서부터 코스의 중반을 넘기기면 무엇인가를 위장으로부터 가끔 토해 내기 시작했다. 결국 투명한 빛깔의 물컹한 작은 덩어리를 게워낸다. 지금에야 아 그게 글루텐 덩어리가 아니었을까 짐작하지만, 최근 코스를 하면서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증상이다. 도무지 이 증상을 왜 겪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그러한 증상은 씻은 듯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코스 중에 상담했던 의사는 상카라가 이거나 어떠한 질병으로 인해 겪는 증상이 아니라 특정 음식 트러블로 짐작했다.


평소에 가끔 비스킷을 먹고 나면 아토피 증상과 같이 정강이 뼈 부위의 피부가 가려워 피가 나도록 긁었으면서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 밀을 수입하는 과정 중에 부패하지 않도록 방부제를 많이 사용해 가공한 밀가루를 재료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파스타를 먹고 나면 피부에 보일 듯 말 듯 한 발갛고 작은 반점이 주로 팔다리나 얼굴에 두드러져서 피부과를 찾았지만 그 원인을 알지 못했다.

      

어느 날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소화가 되지 않아 저녁도 먹지 않고 잠들었는데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 일어나 음식물이 아니라 끈적거리는 하얀 덩어리를 게워 내면서 내 의식의 전면에 등장한 나의 증상은 밀가루의 ‘글루텐 알레르기’였다. 그동안 글루텐 민감성 장질환의 일환인 잦은 설사의 원인도 밀가루이었을 수 있겠구나! 하지만 아니였다. 알레르기 항원 검사의 결과는 글루텐 알레르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상생활 중에도 이러한 증상을 겪고 있다. 게워낸 물컹한 덩어리를 병원으로 들고 가 그것이 무엇인지 검사까지 해 봤지만 음식물 이였을 뿐이다.

      

현대의학으로도 원인을 밝혀 낼 수 없는 특정 음식에 반응하는 나의 증상은 나이에 따른 소화기능의 저하와 같은 생리적 원인이 아니라면 심리적 원인으로 귀결된다. 원인과 결과의 법칙이 아니라면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 두려움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인해 우울해지고 공황장애를 앓듯이 특정 음식재료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지만, 나의 무의식이 보내는 메시지를 수신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우유를 마시거나 달걀, 땅콩을 먹어도 괜찮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사람은 체질에 따라 다른 성격적 특성이 드러나듯이 자신에게 맞는 음식도 다를 수 있다. 경험적으로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살펴보고 피해야 할 음식과 이로운 음식에 따른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최선의 노력인 것 같다.

     

자극적이고 냄새가 나는 음식은 명상을 방해한다. 마음이 냄새와 맛에 반응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한국의 수행자들은 특히 수행 중에는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채식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명상을 할 때는 섭취한 시간과 먹은 음식의 종류와 양은 집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요즈음 채식주의자가 많아지고 있다. 우유마저 먹지 않은 비건 주의자도 있다. 일부의 채식주의자는 대단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 육식하는 사람에 대하여 무시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면 채식을 한다고 해서 그들이 내면이 더 평화롭지는 않을 것이다.


북극이나 티벳 등의 오지에서는 자연적 환경에 의해 채식을 할 수 없는 지구인들도 많다. 동물을 의지해서 생존하는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자연을 보호하며 살아가는 다큐를 종종 접하게 된다. 다른 지구의 한편에서는 소비하는 엄청난 육류를 공급하기 위해 안전성 검증에 대한 논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유전자 변형(GMO) 사료로 키우는 대량 축산업이 장려되고 있다. 분뇨처리를 위한 화학약품의 사용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생존을 위한 발달이 다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사람의 마음 정화가 기여할 바는 한정할 수 없다. 명상하자. 명상의 궁극적 목적은 해탈 일 수밖에 없지만, 그 과정 중에 경험될 의식상태가 마음의 정화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명상을 통한 마음의 정화가 특정음식에 반응하는 횟수를 줄여가게 할지도 모른다. 전자계산기의 발명에서 이어진 컴퓨터의 발명과 빌게이츠가 스티브 잡스가 어떤 의식 상태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아이 폰을 만들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결코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도 명상을 한다는 말이 들리고 부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직 스님들과 같이 수행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해서 아무것도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명상을 하게 되면 생리적으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의 행위가 줄어듦으로써 몸이 필요한 산소량이 줄어들고, 더불어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줄어들고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마음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진동과 파장으로 우리는 서로를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성자가 머무는 일정 지역에는 범죄율이 줄어든다고도 한다. 사람은 물질인 동시에 에너지이기 때문에 사랑이 넘치는 사람과 한 공간에 있을 때 우리가 그것을 느끼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자신을 찾아온 방문자의 질문과 의문을 침묵으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던 인도의 성자로 알려진 ‘라마나 마하리쉬(Ramana Maharshi/1879~1950)’의 한 일화는 유명하다. 어느 날 한 서양기자가 그의 아쉬람을 방문하고 질문을 했다. 당신은 이 지구를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지 않는가?라고 하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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