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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인 May 18. 2024

해석된 세계

 망상 또는 맹상, 그리고 명상

명상이 깊어지면 자신의 신념이나, 사고, 생각들과 전에 인식하지 못했던 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기억이나 감정을 자각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들 앞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면 벗어나는 계기도 된다. 명상을 통하여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내부 이미지가 의식의 전면에 등장하거나, 있던 이미지가 해체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명상을 하는 동안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 갖가지 색깔이 보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빛이나, 평소에는 전혀 들을 수 없는 소리, 갖가지 영상이 보이기도 한다. 불가사의한 이미지들 예컨대 도깨비나 귀신, 또는 평소 자신이 품어왔던 이미지들을 체험하며 놀라기도 한다. 평소와는 다른 지각내용이 생성된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표층의식의 기능은 마비되고 심층의식의 기능만 활성화되면 전생을 기억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현병과 같이 자기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갇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속인들의 경우 심층 의식적 비전을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허깨비 같은 환영을 신 내지는 천사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생각은 살면서 자신이 경험했던 내용과 추상된 내용이 내부 이미지로 또는 영상으로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일상적 지각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기억의 영향으로 해석된 세계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세계의 실상은 해석된 뇌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뇌과학자들은 주장한다.

 

모든 물질은 아원자 입자로 이루어진 진동이고 파장이라고 양자물리학은 말한다. 최소단위의 물질로 알려진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진공상태로 존재한다. 물질을 쪼개다 보면 확정된 물질은 사라진다. 원자핵과 전자마저도 확정 물질이 아니라 순간순간 물질(입자)과 비물질(파동)로 변화되는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다.

     

즉 물질은 양자물리학에 의하면 입자로 나타나기도 하고 파동으로 드러난다. 나타나기 전의 상태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빛의 알갱이(입자) 하나하나씩을 이중 슬릿에 투사시켜 보면 스크린에 물결파와 같은 간섭무늬가 나타난다. 그런데 알갱이가 어느 쪽을 통과하는가를 관찰하면 스크린에 입자들이 만든 두 줄의 막대무늬가 생긴다. 내가 관찰하면 입자로 보이고 관찰하지 않으면 파동으로 보이는 것이다.

      

입자도 아니고 파동도 아닌데 실험을 하면 입자 또는 파동으로 나타나므로 공존하는 것으로 부를 뿐이다. 물질은 관찰행위(뇌파), 즉 마음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관찰이 물질이 드러나는 양상을 바꾼다는 발견은 객관적인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경험, 기억 등이 개입하여 보이는 세계를 해석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뇌과학은 명상을 통해서 내부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인 호르몬 변화가 정신적 변화뿐만 아니라 뇌의 상태도 변하게 만들어 사건을 이해하는 패턴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세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결국 명상을 통해서 경험한다는 말이 된다.

      

유투브에서 박문호박사는 뇌과학적으로 깨달음의 경지를 설명한다. 생리적으로 먼저 주의집중으로 인한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고, 찰나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아르기닌바소프레신이,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히는 안정과 평온의 호르몬 세로토닌이, 마침내 공간의 좌표가 사라지고, 신체이미지가 사라져 자아가 해체되고 사물과의 경계가 허물어져 주객이 사라지는 환각물질 DMT, 디메틸트립타민(Dimethyltryptamine)이 생산되고, 즐거움과 쾌락의 호르몬인 마약과 같은 베타 엔도르핀 등이 분비되면서 몸과 마음이 희열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인문학브런치)

     

이러한 호르몬은 일상생활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사람과 만나 대화를 할 때도 분비되지만 집중된 상태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알코올을 마실 때는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중독 증상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호르몬이 분비가 되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마약투여로 인한 과도한 호르몬의 분비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관계된 신경세포를 죽여 버리는 상태가 된다.

     

명상 중 분비되는 호르몬에 대한 설명은 불교의 색계 선정에서 말하는 1선은 5가지 선정의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고, 2선은 첫 번째의 요소가 떨어져 나가고, 두 번째의 요소도 떨어져 나가는 3선의 과정과 비슷하다. 그다음은 명상 중 기쁘고 즐거운 감각들이 사라져 가는 과정을 거쳐 감각적 즐거움이나 정신적인 기쁨이 전혀 없는 평온한 신체와 마음이 일점으로 집중된 상태가 4선의 의식이다.

     

즉 집중하려는 노력(vitarka)과 더불어 집중의 상태가 어느 정도 유지(vicara)되면 외부로 향했던 시선이 내부로 향해지면서 색계 선정의 5가지 요소 중에 정신적인 기쁨(sukha)과 육체적인 즐거움(piti)이 동시에 발생되는 상태에 이르게 되고, 신체는 이러한 상태가 되면 몸과 마음이 기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더 깊어지면 오직 평온한, 마음이 일점으로 집중된(cittekagatha) 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명상이란 집중과 관찰수련으로 나누어진다. 즉 사마타(samstha), 집중과 위빳사나(vipassana), 관찰이다. 그러나 위빳사나 수련은 사마타 수련을 바탕으로 가능하며, 알아차림 또는 자각(awareness), 주의집중(attention), 마음챙김(mindfulness), 기억(memory)으로 번역되는 싸띠(sati)가 사마타와 위빳사나를 이어준다. 하지만 삼매(samadhi)는 대상에 몰입되어 있는 주객의 일여의 상태로서 ‘탐진치’가 억압되어 있는 것이지 제거된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 붓다는 색계의 선정, 4선에서 위빳사나, 지혜수련으로 해탈했다고 알려져 있다. 위빳사나 명상은 탐진치를 정화(vissudhi)하는 해탈의 길이다. 불교에서 표현하는 해탈의 단어 니르와나(nirvana), 열반의 멸진(滅盡)은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이 하나도 없이) 꺼져버린 불(꽃), 타고 남은 재만 남아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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