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인 Jun 22. 2024

꿈꾸자

좋거나, 싫거나

명상을 막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집중하려는 노력으로 일깨워진 의식의 각성이 원인이기도 하다.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해 보지만 의식은 더 뚜렷해지기 일쑤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효과적 마음의 자세는 걱정하거나 염려하지 않는 것이다.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이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뚜렷이 느껴지는 감각이 몸의 어느 부분에 있으면 그곳을 바라보면서 휴식을 취하다 보면 잠에 들기도 한다.

     

명상을 하고 있는데 왜 너무 많은 꿈을 꾸는지, 무서운 꿈들을 꾸는지 의아해한다.  무의식의 층위들이 명상을 통하여 드러나는 것이다. 일상생활 중 잠을 자는 동안에도 많은 꿈을 꾸지만 잠에서 막 깨어나면서 잊어버린다. 명상 중에는 의식이 명료해지기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면서 그 꿈을 기억하는 현상이다. 우리는 잠에서 깨어날 때 꿈이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꿈을 꾸지 못한다면 긴장, 불안, 기억장애, 집중력 감소 등을 일상생활 중에 겪을 수 있다.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 건강이 유지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는 꿈을 꾸지 않는 넌렘(non-rem) 수면 단계와 꿈을 꾸는 렘(rem) 수면 단계로 나누어진다. 렘수면 단계에서는 운동영역의 스위치가 꺼져 있어 운동을 하지 않는다. 약 90분마다 발생하는 렘수면 단계(눈동자가 빨리 움직이고 있는 수면상태)가 정보를 정리하는 시간이면서 인지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라고 한다. 밤에 잠을 자는 동안 4번이나 5번 정도의 렘수면 단계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누구든 꿈을 꾸고, 꿈을 잘 꾼다는 것은 뇌의 정보 해석운동이 잘 일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뇌과학은 말한다.

      

일상생활 중에는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지만, 꿈의 내용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측면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내 의식의 일부이다. 꿈꾼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드러내기도 한다. 꿈은 마음속의 비밀을 알려주기도 하고, 삶에 있어서 귀중한 경고를 하기도 하며, 걱정거리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창의적인 영감을 받거나 무언가를 암시하는 꿈에 대한 분석으로 자신을 되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을 경우 반복적으로 꿈을 계속 꾸기도 한다. 머릿속에 입력은 되었지만 충분히 인지가 되지 않는 것 즉 점검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검토할 기회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꿈은 숨어 있는 욕망이나 불안을 나타내기도 한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자는지도 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꿈을 꾸었다 하더라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내면에 저장되었던 걱정들이 있다면 꿈으로 올라와서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염려했던 것이 그런 형식으로 드러나는 것 일 뿐이다. 의식적인 인간의 의지가 의식의 차원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른 이해와 바른 생각의 힘으로 무의식의 내면세계를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변화는 먼저 꿈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는 것만이 아니라, 내 무의식의 층위들이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프로이트는 마음에는 의식만이 아니라 무의식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몇 시간 동안 머무르는 깨어 있는 의식이 아니라, 꿈과 같이 우리의 무의식은 정신적 삶에 거대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생각에도 감정에도, 낮에도 꿈속에서도 특정 무의식의 층위들이 올라와서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출몰하는 의식의 중간영역을 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인의 무의식은 각 개인의 무의식 속에서 나타나는 모든 막연한 이미지들의 원천으로서 주로 꿈속에서 이 영역을 가장 잘 체험한다.

  

사실 꿈은 밤에 만 꾸는 것은 아니다. 망상은 낮에 꾸는 꿈이기도 하다. 꿈과 망상은 다르지 않다. 꿈이든 망상이든 다 마음의 투영이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우리는 감각기관을 통해 대상을 지각하는 반면에 꿈속에서는 마음이 각인된 인상과 하나가 되어 지각한다. 마음에 축적되어 있는 반복적인 에너지의 소용돌이는 과거로부터 생겨난 하나의 각인과 같이 고정된 에너지 패턴으로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가 현재의 다른 생각이나 관념들과 부딪히고 감정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감각이 우리의 의식에 도달하기 전에 먼저 이 억압된 무의식의 에너지 필터를 먼저 거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꿈은 낮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잡동사니처럼 계속 쌓아 놓았다가 밤에 잠을 잘 때 후각을 제외하고 외부로 향한 감각지각의 문이 닫히면, 불필요한 정보는 제거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일을 무의식 층에서 하는 작업으로 설명한다. 막 태어난 아가들이 잠을 많이 자는 이유는 한꺼번에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 감각기관을 닫고 이미 들어온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오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뇌를 충분히 쉬게 해 줘야 유연한 사고나 창의적인 생각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밤잠을 자지 않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치매로 말년을 보내는 안타까운 사례를 듣게 된다. 나이가 많든 적든 들어온 정보를 정리하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전 15화 영감이라 우기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