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원색적인 순간을 담다
내 안의 내가 스스로 정의한 나를
타인에 의해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무거운 밤이 나를 멈추면
이제야 모두 다시 보이고 만다.
어느 날 침대 위에 올려둔 포스터가 갑자기 떨어졌다. 평소 고정되어 박혀있던 압정은 누워있던 내 머리로 떨어졌다.
아주 잠깐 따끔한 정도였지만 그 짧은 순간이 참으로 날카롭고 아찔했다.
우린 뭐든 그렇게 예기치 못하는
매 순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꿈을 꾼다.
어떤 사람이 돼야지 혹은 어떻게 지내야지,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기대하고 지난날을 후회하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네가 내 마음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처럼 압정이 가시가 되어 날아오듯이 그랬다.
항상 내 예상을 벗어나는 너도 있었다.
어쩌면 모순이다.
최근 흥미가 생긴 어근이 있다.
"모순"과 "모호" 하다는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수없이 모호한 관계 속에 갇혀 있고
아직도 알다가도 모를 모호한 사람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이 순간에도 고민하고 있는 이 모호함
뭐랄까 말장난 같았다.
이 또한 모순 같았다.
내가 최근에 느낀 모순과 모호 사이에는 반드시
내가 정한 틀 , 그 "선입견"이 까다롭게 존재했다.
이상한 날이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밤새 과제를 하고 새벽 대여섯 시가 되면, 이른 아침운동을 나서는 할아버지들이 참 많았다.
잠을 한숨도 못 잔 나는 그들과 달리 매번 터덜터덜 힘없이 트랙을 지났다. 그러던 중 눈길을 사로잡은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백발의 할아버지
그 피곤한 와중에 정신이 번쩍하던 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홀린 듯이 그 할아버지께 말을 걸었다.
"위험하지 않으세요?"
"에이 내가 나이를 이렇게나 먹었는데 내가 못할게 뭐 있어."
다치면 정말 큰일 나는 순간이 생길 수도 있었는데
나의 무조건적인 걱정과 염려는 오히려 그들에게 선입 견일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비슷하게 새로 만난 친구가 하나 있다.
그는 정말 괴짜였다.
만난 지 얼마 안돼서 같이 운동장 산책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무용도 전공했다며 러닝 뛰고 있는 그 트랙에서 갑자기 물구나무를 서서 걷는 것이었다.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던 그 친구의 인상이 참 강렬했던 기억이 난다.
첫 만남에 물구나무를 서면 안된다는 법은 없기도 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안의 내가 스스로 정의한 나를
타인에 의해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다.
자신의 선입견을 깰 줄 아는 사람이 비로소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