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원색적인 순간을 담다
여기 사람과 유사한 동물이 있다.
산소가 없으면 채 몇 분을 견뎌내지 못하지만
같은 포유류이면서도 오랫동안 숨을 참을 수 있는 동물들이 있다.
물속에서 사는 거대한 고래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바다에서 살아가기 위해
비범한 잠수능력을 개발시켜왔나 보다.
포유류들은 공기를 폐로 흡입하여 산소를 흡수하는데, 바다에서 사는 경우라고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었다. 고래는 몸 안에 폐가 있으며, 호흡을 하기 위해서는 물 밖으로 나와야 했다.
따라서 때맞추어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면 이들도 익사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인근 해안에서 돌고래들이 종종 그물에 걸려 익사하는 일들이 생긴다고 했다.
향유고래는 두 시간여 동안도 심해에 머무를 수 있다고 했다.
고래는 무리를 지어서 푸른 바닷속에서 꼿꼿이 허리를 세워 둔 뒤 둥둥 떠나다니면서 잠을 잤다.
하늘을 바라보며 서있는 자세는
바다 위아래를 두 시간에 한번씩 왔다 갔다 하며 숨을 내쉬는 행위를 한다고 했다.
가수면 상태
한쪽 뇌는 수면으로 접어들고, 다른 한쪽 뇌는
깨어있다고 했다.
이 모습이 마치 인간과 유사해 보였다.
뇌가 깬 채 잠이 들면 우린 꿈을 꾸기도 했다.
나는 꿈을 많이 꾸는 사람 중 하나였고
마치 잠자는 고래처럼 섣불리 잠들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자기 전 해결해야 할 일, 혹은 떠오르는 영감,
그리운 사람 등등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나의 새벽이 훌쩍 지나갔다.
혹은 잠을 자다가도 새벽에 깬 적도 많았다.
늦은 작업으로 새벽에 잠드는 경우도 많았기에
나의 수면 패턴은 엉망이었고 늘 피곤했다.
고래의 호흡처럼
나의 수면에도 적당한 호흡이 필요했었다.
어느 날 나는 문 쪽에서 나는 소리에 놀라 깨지 않기 위해 방음재를 설치했고
햇빛을 직접 받지 않게 두꺼운 암막커튼을 그리고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바로 잠들 수 있는 수면 환경도 중요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상상력이 많은 내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잦을수록 악몽으로 번진 적 많았다.
불안감이 나를 갉아먹은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꿈을 꾸는 행위를 언제부턴가가 나의 작업처럼 여기기 되었다.
그렇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
나는 마치 물속에 있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혼자 잠드는 것이 편해진 나에게,
나의 두려움과 불안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이 잠의 언저리를 들고 나면 서성이는 사람도 각자의 감정을 털어 내고
서서히 가벼워진 채 어느새 잠의 세계에서 모두 만나 다음 날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