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삶원색 10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단야 Aug 02. 2022

조금 축축한 마을

나의 가장 원색적인 순간을 담다




오늘 하늘이 유난히 

많이 축축한 하루였다.






나는 말장난을 좋아한다.

우리말의 다양한 속담 , 유사어와 동음이의어 등을 작업에 활용한 경험이 많았다.


가장 흥미로웠던 단어는 "수심"이었다.

우리가 아는 흔한 수심의 뜻은 물의 깊이를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연못, 바다, 강 등 또는 유수면에서 수저까지 연직으로 측정한 물의 깊이 말이다.


그러나 수심 (愁心)은 다르기도 했다.

매우 근심한 마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의 수심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내눈에만 보이는 조금 축축한 마을.




마음이 불완전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우울은 나를 갉아먹을 때가 많았다.


나는 그 끈적이고 축축한 어느 외딴 마을에 날 가둬놓았고 기분에 적실 때가 가장 괴로웠다.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그런 기분이 마냥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이런 축축한 내 마음에 솟아나고 자라는 것이 버섯일 테지, 나의 그림에서 버섯이란 불완전하고 불안한 마음을 뜻했다.


이전에 조형물을 만든 경험이 있다.

사람 몸에 기이하게 자라나는 버섯이 무수히 많이 나타냈으나 거울에 비쳤을 때 보이지 않게 설치했었다.

작업물 크로키

반복적인 작업이 이루어져야 했고 이런 과정에서 느낀 점은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근심이 다 드러나고 보인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결국 걱정은 더 큰 불안을 낳았고 어느새 나보다 더 크게 자라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라난 근심은 삶의 불안을 주지만 더 나은 개선을 위해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돋아난 이 버섯이 독버섯인지 식용 버섯인지를 스스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인 걱정과 근심을 나는 기록하기 시작했다.


끄적이다 보면 종종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는 나 자신을 알 수 있었다.


나의 걱정 또한 하나의 작은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적어 내리다 보면 스스로 걱정을 마주하게 된다.


생각보다 별거 아녔을 수도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