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원색적인 순간을 담다
오늘 하늘이 유난히
많이 축축한 하루였다.
나는 말장난을 좋아한다.
우리말의 다양한 속담 , 유사어와 동음이의어 등을 작업에 활용한 경험이 많았다.
가장 흥미로웠던 단어는 "수심"이었다.
우리가 아는 흔한 수심의 뜻은 물의 깊이를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연못, 바다, 강 등 또는 유수면에서 수저까지 연직으로 측정한 물의 깊이 말이다.
그러나 수심 (愁心)은 다르기도 했다.
매우 근심한 마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의 수심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마음이 불완전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우울은 나를 갉아먹을 때가 많았다.
나는 그 끈적이고 축축한 어느 외딴 마을에 날 가둬놓았고 기분에 적실 때가 가장 괴로웠다.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그런 기분이 마냥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이런 축축한 내 마음에 솟아나고 자라는 것이 버섯일 테지, 나의 그림에서 버섯이란 불완전하고 불안한 마음을 뜻했다.
이전에 조형물을 만든 경험이 있다.
사람 몸에 기이하게 자라나는 버섯이 무수히 많이 나타냈으나 거울에 비쳤을 때 보이지 않게 설치했었다.
반복적인 작업이 이루어져야 했고 이런 과정에서 느낀 점은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근심이 다 드러나고 보인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결국 걱정은 더 큰 불안을 낳았고 어느새 나보다 더 크게 자라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라난 근심은 삶의 불안을 주지만 더 나은 개선을 위해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돋아난 이 버섯이 독버섯인지 식용 버섯인지를 스스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인 걱정과 근심을 나는 기록하기 시작했다.
끄적이다 보면 종종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는 나 자신을 알 수 있었다.
나의 걱정 또한 하나의 작은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적어 내리다 보면 스스로 걱정을 마주하게 된다.
생각보다 별거 아녔을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