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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에게 물렸을 때

빠른 해독이 필요해요!

by zejebell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배려를 받고 도움을 받았을 때의 기억보다 다른 못된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았을 때의 기억이 더 강렬하다면 자신도 모르게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런 상처를 통해 사람에게 피해의식이 쌓이게 되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왜곡된 시선을 갖게 되기 쉽다. 그리고 왜곡된 시선은 다시 사람들의 선의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고 관계를 망칠 수 있으며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무한굴레 속에 갇히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독사에게 물렸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독을 해독하는 것이다. 독을 빼내서 독이 내 몸에 퍼지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심한 경우 다른 신체기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잘라내버려야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독을 퍼뜨린 독사를 쫓아가서 복수하는 일이 아니다. 독사가 퍼뜨린 독을 빨리 없앨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일이다. 독사의 목적대로 독이 퍼져 내 목숨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다 높은 우선순위이다. 독사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 목숨이다.


그런데 때로 살아가다 보면 이 쉬운 사실을 가끔 잊어버리고 독사를 쫓아가 복수하려는 일들을 하려고 할 때가 많다. 내 몸에 독을 거둬들이는데 독사를 향한 증오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복수도 내가 살아남아야 가능한 영역이다. 자신을 먼저 돌보고 추스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내가 망가지지 않고 왜곡된 시선을 갖지 않을 수 있도록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충분히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 독사에 대해 증오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마음이다. 그러나 독이 온몸과 마음에 퍼지기 전에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볼 수 있어야만 한다.


자신이 현재 어떤 상태이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독에 잠식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요즘 세상을 보게 되면 이렇게 독에 당한채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뉴스에서 보게 된다. 운이 없으면 길을 가다가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어 인생이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람들은 앞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상처와 울분, 증오만이 넘쳐나고 있어 자신이 또 다른 사람에게 독을 퍼뜨리고 있다는 생각자체를 하지 못한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독을 '외부로 향한 죽음 본능'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부로 향한 죽음의 본능은 자신과 남을 다 같이 망가뜨린다.


독에 당하여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는 도움을 먼저 구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내가 살아야 그다음이 있는 것이다. 자신의 상태가 어떠한지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가 있게 된다. 증오나 미움과 같은 독은 전달 속도가 빠르다. 순식간에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다. 그것은 쉽고 자극적이며 자신이 보고 싶지 않은 내면을 외면할 수 있게 해주는 이유가 되어 준다.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진실에 다가가는 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기 마련이고 계속해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증오심에 잠식당하는 것은 금방이다.


증오라는 독이 너무나 널리 퍼져있는 요즘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어디에서 든 지는 마주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잠시만 소홀하게 돼도 독에 공격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독에 당하고 싶지 않아 자신 주위에 벽을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반대로 자신의 자유나 가능성을 제한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지만 독에 대한 근본적인 해독 방법은 아니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일이 필요하다. 언제 화가 나는지, 감정조절을 하기가 어려운지, 어떤 사람이 미운지, 누구를 멀리하고 싶은지, 마음에 안 드는 행동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신에 대해 자세히 알면 알수록 좋다. 받아들이기 힘들고 외면하고 싶으며 생각하는 게 괴로울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영원히 독을 품은 채 살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독사를 쫓아가 복수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 내면에 독을 제거함으로써 스스로를 회복시키고 자신의 생각과 선택의 자유를 가지며 무엇보다도 아직 살아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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