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기대하지 마세요. 나도 기대하지 않을게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 관계를 망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관계를 맺은 두 사람 모두가 정상이라고 가정했을 때)가 바로 서로에게 거는 기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 기대는 눈에 보이게 수치화할 수가 없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다른 기대는 한쪽이 다른 한쪽에 거는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분노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자신의 생각보다 더 큰 기대에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기대는 모든 심적 고통의 근원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나의 소망과 상관없이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산다는 것은 사실 억울할 수 있는 일이다. 보통은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신뢰하는 사람들이 거는 기대가 그럴 수 있다. 때로는 그들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것에 큰 기쁨과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목표와 부합한 경우일 뿐이다. 나머지는 자신의 삶을 속박하는 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평생을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살다 보면 자신의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조차 알지도 못하고 인생을 끝낼 위험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 자신 역시 다른 누군가의 소망을 상관하지 않고 내 기대를 마음대로 그 사람에게 하는 것은 그에게는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기대하다 그 기대에 충분히 보답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언젠가 분명히 온다.) 오히려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상처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사실상 자신이 한 잘못된 기대에 대한 실패를 상대방의 잘못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착각은 자신을 바보로 만들 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기대를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의 선함과 악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들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도와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 마음의 노력인 것이다. 비단 그것은 나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누군가 하였더라도 그것에 대해 (그 행동이 부도덕하거나 범죄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서둘러 비난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하는 어떤 행동 역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부터 받기 싫다는 마음도 깔려있다.
다른 사람에게 걸었던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한 자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사람이었는지도 지금 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허물어진 기대가 분노를 가져오게 되고 그 분노는 기대를 걸었던 사람과의 관계가 망가지는 경험을 앞으로 더 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다른 누군가에게 멋대로 기대를 걸었던 자신이 어리석을 뿐이라는 것을 빨리 알면 알수록 좋다. 사람은 누구나 무엇에나 누군가의 기대를 가지고, 받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잘못 정해진 기대는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상처만 남긴다.
다른 사람의 기대로부터 벗어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않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더 이상 눈치 볼 필요가 없게 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쓸모없는 생각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내가 할 일은 나 자신의 진정한 소망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내가 원하는 나 자신에게 거는 스스로의 기대는 무엇인가? 이것에 집중함으로써 나 외에 다른 인간에 대한 쓸데없는 기대와 스트레스, 상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을 좀 더 자유자재로 할 수 있으려면 (기대하지 않고 기대받지 않는 것) 처음에 일상생활에서 부딪치게 되는 것들을 먼저 일일이 평가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날그날 일어났던 일에 대해 기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자신이 정한 소망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남에 대한 기대도 역시 그러하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삶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 옳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들에게 자신이 정한 소망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해서 그들의 나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단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물론, 자신 또한 다른 사람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버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을 제대로 해야만 인간의 그 어떤 불합리한 기대에 따라 그것과 현실적이란 이유로 타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기대받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신을 외롭게 할 수도 있다. 그 외로움은 결과가 안 좋더라도 홀로 온전히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것에서 오는 것이다. 그 무엇에도, 누구에게도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든 간에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넘어 만족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외로움을 이겨내고 더 큰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없고 나 자신도 그 누구의 기대를 받고 싶지 않지만 또 전혀 아무것도 없는 삶은 아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지지와 응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그들은 존중해주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나 역시 존중하여아 한다. 그 마음이 서로에게 있는한 우리 모두는 살아가는 힘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기대는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긴다.
사람은 인생에 있어 저마다의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인생에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할 일도 많겠지만 기대하지 않았기에 감사할 일도 많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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